컬러풀대구축제, '송전탑팀' 행진 저지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0.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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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밀양・삼평리 만장 금지..."표현자유 침해" / 대구시・문화재단・총감독 "금지조항, 갈등유발"


12일 중앙로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송전탑팀의 모습 / 사진. 대구민예총
12일 중앙로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송전탑팀의 모습 / 사진. 대구민예총

대구시가 '컬러풀대구페스티벌'에 참가한 '송전탑팀' 참여를 저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1~13일까지 중구 동성로-중앙로-반월당 네거리 일대에서 '컬러가 좋다, 대구가 좋다'를 주제로 '2013 컬러풀대구페스티벌(컬러풀축제)'를 열었다. 이 축제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교통을 통제해 전 구간을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와 예술의 거리를 만드는 것으로 지난 2005년부터 8년째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축제의 대부분을 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컬러풀축제 처음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오! 예~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문화재단은 지난 8월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팀 가운데 63개팀을 뽑아 12일 토요일 저녁 중앙로 일대에서 각자의 주제로 퍼레이드 예선을 치뤘다. 시민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이날 예선 퍼레이드에 참가한 팀들 중 본선에 참가할 36개팀을 뽑아 13일 일요일 저녁 같은 장소에서 결선을 이어갔다.

'2013 컬러풀대구페스티벌(컬러풀축제)'홈페이지
'2013 컬러풀대구페스티벌(컬러풀축제)'홈페이지

이 가운데,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대구민예총)'와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소속 예술가, 시민단체활동가 등 시민 80여명으로 이뤄진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송전탑)' 팀은 12일 퍼레이드에 참가해 예선을 통과하고 13일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들은 멸종위기 동・식물, 핵폐기물, 송전탑 공사로 빚어진 우리시대 자화상을 만장(깃발)과 피켓, 가면, 인형극 등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대두된 핵발전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핵싫어 해좋아', 밀양과 청도 등 송전탑 공사로 파괴된 마을공동체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기 위해 '평화란 밀양을 일궈온 이들의 행복'이라고 적힌 만장을 선보였다. 예선 통과 후 송전탑팀은 13일 오후 6시에 진행되는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 같은 주제로 이날 오후 3시부터 대구초등학교 앞에서 준비를 했다.

'핵싫어 해좋아', '삼평리에 평화를', '평화란 밀양을 일궈온 이들의 행복' 만장 / 사진. 대구민예총
'핵싫어 해좋아', '삼평리에 평화를', '평화란 밀양을 일궈온 이들의 행복' 만장 / 사진. 대구민예총

그러나, 오후 3시 30분쯤 최주환 컬러풀축제 총감독은 "몇 단어를 제거하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대구시 관계자들이 컬러풀축제 측에 전화를 해 송전탑팀 퍼레이드를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핵'과 '밀양' 두 단어로 최 총감독은 "퍼레이드 모집요강에 정치적 주제는 금지돼 있고 금지조항은 반사회・비윤리적인 것으로 적시돼 있다"며 거듭해서 두 만장 제거를 요구했다. 이후, 컬러풀축제 측은 2종의 만장에 이어 '삼평리에 평화를' 만장에 대해서도 추가 제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송전탑팀은 '대안에너지'와 '마을공동체' 주제라며 제거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컬러풀축제 측은 제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 오후 6시가 돼 송전탑팀 80여명은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중앙로로 이동했다. 그러나, 반월당 네거리에서 대구시청 공무원들과 대구중부서 경찰들, 진행요원,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입장을 제지당해 실랑이를 벌이다 일부 만장을 빼앗겼다. 결국, 전체 80여명 중 50여명은 뿔뿔히 흩어졌고 나머지 30여명만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13일 반월당네거리에서 송전탑팀의 본선 참가를 막고 있는 진행요원들 / 사진. 대구민예총
13일 반월당네거리에서 송전탑팀의 본선 참가를 막고 있는 진행요원들 / 사진. 대구민예총
13일 반월당네거리에서 송전탑팁 참가 학생들을 막는 용역회사 직원 / 사진. 대구민예총
13일 반월당네거리에서 송전탑팁 참가 학생들을 막는 용역회사 직원 / 사진. 대구민예총
이와 관련해, 대구민예총은 이번 사태를 ▶대구시의 표현의 자유 침해, ▶사전심의 부활, ▶폭력적 공연참가 저지, ▶자의적 기준에 의한 비상식적 판단이라고 규정한 '우리의 입장'이 담긴 공개질의서를 15일 대구시에 보내고 "어떤 경위로 이 사태가 발생했는지", "대구시의 누가 송전탑팀 퍼레이드 참여를 저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핵・밀양・삼평리 단어가 왜 정치적이고 반사회・비윤리적인지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는 21일 현재까지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신을 보내지 않은 상태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이미 참가계획서에 핵과 송전탑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 예선은 괜찮고 본선은 정치적, 반사회적, 비윤리적, 특수목적 전파 때문에 안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 컬러풀축제 측이 아닌 대구시 결정인 것 같은데 시민주도 참여 행사에 이런 식의 검열과 저지는 축제와 어울리지 않는 비상식적 행태다. 대구시는 사과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녹색' 주제 퍼레이드에서 주류업체와 대기업 신제품, 대형모터사이클 동호회 퍼레이드가 진행됐던 점을 언급하며 "컬러풀축제 퍼레이드 참가여부 기준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공성 관련 의제는 안되고 환경과 전혀 관련없는 홍보성 퍼레이드만 되는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13일 송전탑팀 퍼레이드 저지 후 컬러풀축제 측과 대구민예총 측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 대구민예총
13일 송전탑팀 퍼레이드 저지 후 컬러풀축제 측과 대구민예총 측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 대구민예총

반면, 최주환 컬러풀축제 총감독은 "첨예하게 대립 중인 밀양 송전탑 문제를 만장으로까지 표현할 줄은 몰랐다"면서 "계획서에 나와있긴 했지만 민감한 이슈를 한방향으로만 해석할 수 있어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목적 전파에 해당해 금지조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홍성주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과장은 "송전탑과 핵은 정치적 이슈다. 그런데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글귀들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관광객들이 불특정다수이기 때문에 예술성보다 공공성을 띄어야 한다. 시민들 가운데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어 내가 직접 최 감독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결국 축제 총지휘자는 감독이며 그가 결정을 내렸다면 따르는 게 옳다"고 했다.

원상용 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참가계획서에는 송전탑과 핵이라는 문구가 있긴 했지만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았고 만장으로까지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면서 "게다가 밀양과 삼평리는 대구시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굳이 들어갔어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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