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다음은 청도?..."대안 없는 공사 재개 반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9.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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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ㆍ대책위, 비상회의 "농활, 탈핵 퍼레이드" 대책 / 한전 "더 이상 지체 못해"


정부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청도 삼평리 마을 주민들도 송전탑 공사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환경운동연합, 삼평1리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원회, 녹색당 대구경북 시.도당을 포함한 17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참여하는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서 '공사침탈대비 1차 비상소집 회의'를 열었다.

22일 삼평리 '공사침탈대비 1차 비상소집 회의' / 사진.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22일 삼평리 '공사침탈대비 1차 비상소집 회의' / 사진.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다음은 청도"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공사 저지를 위한 지킴이 상주 ▶청도 송전탑 진실을 알리기 위한 웹자보와 홍보물 제작 ▶10월 15일~20일 삼평리 감따기 농활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에 '탈핵 퍼레이드' 참가를 결정했다. 또, ▶"송전탑 지중화(송전선로땅에 묻는 것) 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사죄 없이는 저지 운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대책위 공동대표 삼평리 주민 빈기수씨와 백창욱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집행위원장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실행위원 변홍철 하이하버연구소 소장, 연락 담당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주민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지난 11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송전탑 공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다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밀양 다음은 청도"라고 주장했다.

밀양 바드리마을 송전탑 공사장 굴착기를 둘러싼 할머니들(2013.5.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밀양 바드리마을 송전탑 공사장 굴착기를 둘러싼 할머니들(2013.5.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지난 8월 중순 삼평리 송전탑 시공사인 동부건설이 공사가 중단된 23호기 철탑 주변에 주민 출입을 막으려 1m짜리 말뚝 수십개를 꼽으려 한 것에 대해서도 "주민 감시가 소홀해지면 언제든 공사를 재개하려 한다"면서 "추석 이후에는 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동부건설은 철탑 주변에 말뚝을 박으려 했으나 삼평리 주민 할머니 10여명이 이를 저지했다.

또,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관계자들이 삼평리를 찾아와 반대 주민들을 상대로 '사과'와 '회유'를 한 것에 대해서도 "공사 재개를 위한 포석"이라며 "대책 없이 사과하고 회유하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했다. 삼평리 전체 주민 80여명 가운데 20여명은 공사 재개에 반대하고 있고 나머지 60여명은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한전과 합의했다.

이어, 지난 5월 대책위와 주민들이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측에 송전탑 지중화 공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지만, 한전 측이 4개월째 "기술이 부족하다",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전한 것과 관련해서도 "결론은 지중화를 해 줄 수 없다는 얘기"라며 "주민들의 고통은 나몰라라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전 대경지사 철문에서 청도 할머니들과 경찰이 대치 중이다(2013.5.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전 대경지사 철문에서 청도 할머니들과 경찰이 대치 중이다(2013.5.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빈기수 공동대표는 "정 총리의 밀양 방문 후 모든 언론이 밀양의 공사 재개를 보도한다. 오랜시간 고통에 시달린 주민 얘기는 어디도 없다"면서 "밀양이 그러할진데 청도는 더 하다. 머리 위로, 논밭 위로 송전탑이 지나간다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냐. 우리 할머니들과 주민들은 모두 합심해 끝까지 공사를 막을 것이다. 그리고 즐겁게 맞설 것이다. 지중화가 안된다면 공사는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추석 이후 한전이 공사를 재개한다는 보도가 기정사실화됐다. 청도에서도 같은 움직이 보였다"면서 "그래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들은 돈이 아닌 평범하게 농사짓고 살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할 뿐"이라며 "그 분들께 농토는 단순한 땅이 아닌 노후대책이자 평생의 삶이다. 정부는 대안 없이 그들의 삶을 짓밟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성하 한전 대경개발지사 차장은 "밀양에서 공사가 재개된다면 청도도 어쩔 수 없이 재개 될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구체적 시기는 확답할 수 없지만 아마 올해 안으로 공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 여름 전력난을 겪었던 만큼 국민 여론도 에너지 부족을 위해서는 송전탑 공사를 해야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23호기 송전탑 공사장서 새벽부터 농성을 벌이는 청도 할머니들(2012.7.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3호기 송전탑 공사장서 새벽부터 농성을 벌이는 청도 할머니들(2012.7.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 2006년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는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송전하기 위해 경남과 경북에 각각 765kV, 345kV 전압 송전 16km 선로 연결 공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삼평리에 22-24호기, 덕촌리에 25호기 등 모두 18개 철탑을 청도군 각북면에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전은 사업계획 발표 후 주민 10여명 의견만 수렴했으며, 이장과 면장 등 공무원들은 이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또, 곽태희 전 이장은 주민의견서도 위조해 제출했다. 주민들은 2011년 이장 등 7명을 대구지법에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며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한전은 또, 2010년에는 주민 동의도 없이 24호기 건설 부지를 변경했다. 그 결과, 고압 송전선로가 주택과 농지를 가로지르게 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선로 변경"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왔다. 특히, 삼평리에는 60대 이상 노령층이 대부분으로 현재도 할머니 20여명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22-24호기는 완공됐고 23호기는 주민 반대로 지난해 9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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