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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총선 대구,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오택진 칼럼] "30년 야당 전멸...정책은 스며들고 사람은 만나야 한다"
2015년 05월 19일 (화) 10:00:09 평화뉴스 pnnews@pn.or.kr

시사저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로 호남에서 손학규가 1위를 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천정배 당선의 요인을 묻는 질문에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이 1위였다. 이 설문은 답변에 숨은 의도가 엿보이지만 최근의 호남민심을 읽을 수 있는 결과다. 재보선을 전후해서 열심히 한(?) 문재인은 싫고 가만히 있는 손학규는 좋아진 것이다. 재보선 결과와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손학규에 대한 기대를 높인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호남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문재인을 선택했다. 한국정치가 이렇다.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다르다. 정치는 생물이고 대중의 마음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민심은 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 설문조사의 행간에 숨은 뜻은 ‘손학규가 잘 할 것이다’가 아니다. 호남민심을 대변할 정당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과 설움을 위로해주고 함께하며 믿고 기대고 의지할 정당과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있어도 시원치 않다는 뜻이다.

   
▲ <경향신문> 2015년 4월 30일자 1면

지금 이대로 간다면 야권은 진다

 호남민심만 그럴까? 변화를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뜻을 대변할 정치인과 정당이 없다. 재보선 결과를 보면 더욱 그렇다. 재보선 광주 서구을에서 천정배가 승리했다. 천정배의 승리는 위 설문조사의 손학규 1위와 같은 의미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이 마침 출마한 천정배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천정배는 이를 새로운 ‘호남정치’로 인식하고 새로운 틀을 짜려고 움직인다. 문제는 새로운 틀이 아닌 보다 나은 정치의 내용과 활동이다. 민심을 읽고 어루만지는 정치인의 자세다. ‘민주당’이 당을 해산하고 안철수와 함께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때도 틀을 바꾼 것이다. ‘내용’은 그대로 인 ‘틀’만 바꾸고 ‘대책 없는 대책’만 만들어내는 ‘대책위’만 자꾸 만들어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지난 10년간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당명 변경의 역사와 ‘비상대책위’의 활동을 되짚어보면 안다. 천정배가 자기를 중심으로 한 세력화를 우선 도모하려한다면 그 또한 실패할 것이다. 민심은 ‘쇼’와 ‘진심’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민심은 함께 승리하고 싶은 정치인을 애타게 기다린다. 천정배의 승리에 어떤 누가 진심으로 환영하고 함께 기뻐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한국사회의 권력구조를 바꾸고 사회변화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선거는 대단히 중요하다. 여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시민사회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더 나은 국회와 청와대를 위해 각축한다. 나라경제가 어렵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노동 인권이 위축되며 남북관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의 ‘아우성’은 절박하다. 현재의 상황은 진보개혁세력에게는 ‘잃어버린 8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심각하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겨야 한다’는 ‘당위’는 차고 넘치는데 ‘이길 수 있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최근 야권이 이긴 대선과 총선을 간단히 살펴보자.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대선4수의 거물정치인이 DJP연합을 통해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과제를 이뤘다. 이회창 후보와 1.6%차이인 39만 표 차이로 승리를 이뤘다. 2002년 노무현은 민주당 대선경선과정에서 ‘노사모 열풍’일으키고 이인제를 꺽고 ‘기적’을 만들었다. 정몽준과의 야권후보 단일화까지 이뤘다가 대선 전날 정몽준의 약속파기로 깨졌으나 2.3%차이인 57만 표 차이로 승리했다. 총선에서는 2004년 총선이 유일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진행된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에게 151석이라는 단독 과반의석을 안겨주었다. 서울 경기 호남뿐만 아니라 충청, 강원에서의 대약진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거센 민심을 보여주었다. ‘확실한 인물’, ‘선거연대’와 ‘민심의 바람’은 조직과 돈, 승리의 경험에서 밀리는 야당에게 중요한 변수였다.

 또 하루가 가고 선거는 다가온다. 여전히 기초체력이 약한 야당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어떤 지도자가 난세를 헤치고 김대중과 노무현을 능가하는 민심의 사랑을 받을수 있을까? 어떤 정당이 성찰과 혁신으로 ‘일신우일신’하며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이대로 간다면 야권은 질 것이다. 재보선 결과는 이런 예측을 뒷받침해준다. 야권이 이겨야 하는 선거라고 얘기했다. 박근혜정부의 실정, 성완종 리스트 목록, 현직 국무총리의 사퇴 등 모든 것이 여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그들은 70년간 다져온 바닥의 촘촘한 관계, 선거승리의 노하우, 정치권을 이전투구로 만들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알지 못하게 만들어 현장으로 투표장에 오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가졌다. 아홉 개를 잘못했어도 거기에 야당이 한 개라도 얽혀 있으면 아홉 개를 덮어 버리는 공격을 해댄다. 때론 놀랍도록 치밀하고 과감한 결정과 집행은 그동안 새누리당이 보여준 선거승리의 요인이다.

민주당, 선거 끝나면 아무도 없다

 대구는 이런 새누리당의 핵심 텃밭이다. 지난 30년 동안 진정한 야당 국회의원이라 할 만한 사람이 단 한명도 뽑히지 않았다. 개가 와도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웃지 못 할 우스개소리가 있다. 그만큼 대구경북에서 새누리당의 기반이 철옹성같이 두텁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거 민주당 세력은 분위기 좋을 때와 나쁠 때 출마자 수부터 달라진다. 새누리당이 어렵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보일 때는 꽤 많은 사람이 출마해 ‘지역을 위해 한 몸바쳐 일하겠다’고 한다. ‘정권심판’을 외치며 ‘우리 당이 옳고 내가 잘할수 있다’고 한다. 떨어지더라도 아니 떨어질 것을 알더라도 대구경북에서의 출마를 스펙으로 한 자리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없지 않다. 이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고나면 아무도 없다. 유시민도 왔다가 그냥 갔다.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던 사람은 선거가 끝난 후에 사라지고 없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후보자들이 지역구를 위해 일하겠다는 얘기는 선거 때 모두 다 하는 얘기다. 선거 이후에도 후보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그런데 오랫동안 한 지역구에서 뿌리내리고 야당의 가치를 지키고 생활정치를 펼치며 때를 기다린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단적으로 최근 치러진 16대부터 19대까지 4번의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까지 지역구에 두 번 이상 출마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 <매일신문> 2012년 4월 12일자 1면
   
▲ <영남일보> 2012년 4월 12일자 2면(선거)

 오랫동안 지역에서 꾸준히 인내하고 기다리며 대구시민들을 믿고 정치하면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장담할 수 없다. 그 희망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004년 17대 총선을 보자. 탄핵역풍으로 대구에서도 야당이 가장 많은 득표율을 올렸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창당하고 치른 선거에서 대구에서도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출마시켰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최저 20%에서 최대 35%까지의 득표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4%에서 7%까지 득표했다. 이것이 대구에서 야당바람이 가장 세게 불 때 지역출신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대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년 총선에서 야당바람이 2004년 탄핵국면보다 더 불 것 같은가?

대구 야권, 무엇이 나은가?

 다시 묻자. 대구에서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이 새누리당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 있는가? 조직이 많은가? 돈이 많은가? 선거경험이 쌓여있는가? 언론환경이 유리한가? 무엇이 나은가를 생각해보라. 내가 생각하기에 단 하나도 없다. 추구하는 가치와 대안정책들이 상대적으로 낫다. 후보들이 도덕적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글쎄요다. 대중들은 모른다. 정책은 스며들어야 하는데 공중에 떠 있고 후보자의 도덕성이란 것도 관계를 맺고 알아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얘기를 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현실인식을 정확히 하고 그래서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하자는 얘기다. 호남이 기존에 있던 야당과 정치인들이 성실한 활동과 대안정책으로 민심을 얻는 행위라면 영남에서의 야당 활동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구에서 야당하기는 힘겨운 밭을 일구는 것과 같다. 곳곳에 큰 돌을 빼내고 흙을 갈아 엎고 거름을 주고 그렇게 십 수년간 쌓이고 쌓여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구 주민들과 성실하게 활동해야 한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인내하고 지역구 주민들과 울고 웃을 야당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든 진보정당이든 누구라도 그게 가능해야 선거를 통한 정치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김부겸은 대구 야당으로서는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표본모델로 삼기 어렵다.
 19대 총선에서 김부겸의 등장과 지방선거에서 김부겸의 선전은 반가운 일이었다. 경기 군포에서 3선의원을 지낸 김부겸이 기득권을 버리고 어려운 대구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만했다. 그리고 19대 총선에서 40.4%의 득표율과 대구시장선거에서의 40.3%의 득표율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선거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득표율이었고 심지어 대구시장선거에서 총선지역구인 수성갑의 득표율이 50.1%로 권영진 후보보다 더 높았던 것은 내년 총선에서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었다.

김부겸의 오판과 기대

 김부겸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정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변화의 의지다. 대구도 이제 한번쯤은 바뀔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늘 찍어줘도 바뀌지 않는 대구의 현실을 보고 새누리당 피로감이 김부겸을 통해 분출되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도 함 바까가 잘 하는가 한번 보자’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힘있고 믿음직한 대구출신 야당후보에 대한 기대다. 새누리당 후보는 새누리당이기만 하면 된다. 출신지역 학력 안 따진다. 나머지는 모두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후보가 대구 사람들의 눈에 들려면 많은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김부겸은 대구중 경북고를 나온 대구출신이다.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이고 경기 군포의 3선 의원 출신이다. 김부겸이 대구에서 정치한다면 뭐라도 한 가지는 안 하겠나 하는 기대심이 있는 것이다. 김부겸에 대한 지지는 김부겸 개인에 대한 지지의 성격이 강하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부겸은 믿음직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싫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 선언(2014.3.24. 서문시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부겸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 선언하고 새누리당에서는 김부겸과 맞붙을 경쟁력 있는 인사를 고르고 있을 것이다. 김부겸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정희 박근혜 마케팅’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오판이었다. 김부겸이 대구에서 화합과 통합의 아이콘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보수표를 가져오고 싶었던 모양이나 김부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변화다. 김부겸의 당적이 새정치연합인줄 알지만 그래도 40%의 사람들이 찍어준 것이다. 평소에 박정희 박근혜 얘기 안하다가 선거 때 나가서 얘기하면 얼싸 좋아라 하고 표를 줄까 싶은가? 사람들이 김부겸에게 원하는 것은 ‘니가해라 통합’이 아니라 ‘니가 함 바까봐라’인 것이다. 김부겸의 슬로건은 ‘목숨걸고 함 바까보겠십니더’로 ‘김부겸 마케팅’을 해야 하는 거다.

 김부겸은 수도권 출신 3선의원으로 중앙정치인이다. 대구에서 풀뿌리정치를 한 사람이 아니다. 대구가 고향인 야당의원들은 있어도 대구에서 정치를 계속해서 당선된 의원은 없다. 김부겸의 당선되더라도 그것은 다른 하나의 가능성을 연 것이지 그것 자체로 모범적 모델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치는 중앙정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정치 마을정치 풀뿌리정치를 기반해 나랏일을 보는 국회의원으로 되는 것,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 이상적 과정이다. 한국정치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돈 좀 있고 이름 좀 나면 중앙당에 얼쩡거리며 돈 주고 몸 대고 하면서 눈에 들어 공천받으려는 장사치들과 폴리페서 의사 변호사들이 많은 것이다. 대구에서 풀뿌리 정치를 꿈꾸는 야당과 정치지망생들은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지금은 유권자들과 꾸준히 함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앞으로의 정치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고 일상에서 유권자들과 관계를 맺고 자기 준비를 성실히 한 사람에게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우리끼리 결의하고 편가르는, 지는 싸움은 이제 그만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야권 전반의 상황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권교체 전에 분당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진보정당은 원내 진출은커녕 독자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유권자의 고령화, 20대의 정치혐오, 저성장경제의 불안함은 여당에게 유리해보인다.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진보세력에 대한 종북몰이는 시민사회세력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현재의 모습대로 내년 총선을 맞이한다면 필패할 것이다. 현재의 모습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과정에서 진다면 지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씨앗이 자라 4년, 5년을 보고 준비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바닥을 쳐도 제1야당이고 진보정당은 바닥을 치면 제로가 된다. 중앙당은 그렇지만 대구는 새정치연합도 진보정당도 바닥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무엇부터 고칠 것인가? 익숙한 모든 관성으로부터 탈출하는 것, 해보지 않은 다른 시도를 시작하는 것, 지역에 깊이 뿌리 내리고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느 것도 좋다. 사람을 만나러 사람을 찾으러 나가야 한다. 우리끼리 토론하고 우리끼리 결의하고 우리끼리 싸우고 우리끼리 상처받고 우리끼리 편가르고 그래서 우리가 지는 싸움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상처를 보듬고 모자람을 감싸야 한다. 치열하게 논쟁하되 신뢰를 주어야 한다. 공동의 과제 앞에 두말없이 연대하고 공동의 위기엔 열 번 백번 싸워야 한다. 그런 과정에 나타난 지도자에게 힘을 실고 밀어주어야 한다. 하루라도 그런 날을 앞당기자.

   





[오택진 칼럼] 28
오택진 / <연구공간Q+> 대표.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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