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첫 한일 공동조사...낙동강서 독성 '남조류' 발견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 입력 2015.08.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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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조사단, 달성·창녕함안보 점검 / 태풍 지나도 여전한 녹조..."인체에 유해"


'4대강 녹조 한일공동조사'.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왼쪽)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오른쪽)이 달성군 구지면 도동나루터에 '식물플랑크톤네트'로 녹조를 채취하고 있다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4대강 녹조 한일공동조사'.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왼쪽)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오른쪽)이 달성군 구지면 도동나루터에 '식물플랑크톤네트'로 녹조를 채취하고 있다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27일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나루터.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 '처서'가 지났음에도 낙동강에는 여전히 녹조가 일렁였다. 기온이 낮아지면 강의 수온도 떨어지고, 최근 비까지 수차례 내려 자연스럽게 물은 맑아져야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물길이 멈춘 낙동강의 녹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었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녹조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일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낙동강을 시작으로 영산강, 금강, 한강까지 차례로 이어지는 조사에는 한일 환경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했다. 27일 낙동강 현장 조사에는 일본에서 꾸준히 녹조를 연구하고 있는 다카하시 구마모토 환경보건대학 교수와 박호동 일본 신슈대학 교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이 함께했다. 이날 조사단은 김해 대동나루터에서 어민들을 만나 녹조 피해 현황을 살피고, 창녕함안보와 달성보 일대를 조사했다.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 부근에 퍼져있는 녹조 알갱이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 부근에 퍼져있는 녹조 알갱이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에서 채취한 녹조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에서 채취한 녹조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이들은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 인근에 발생한 녹조를 살펴봤다. 태풍 '고니'가 지나간 뒤에도 녹조는 쉽게 관찰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며칠 전에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조류가 창궐한다는 것은 조류 알갱이가 강에 엄청나게 퍼져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호동 일본신슈대학 교수는 도동나루 일대에서 채취한 녹조를 현장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독성을 가진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에루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가 관찰됐다. 박 교수는 "일본 국립암센터연구소 후지키 박사가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이 암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장기간 사람에게 접촉될 경우 간암이나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에서 채취한 녹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정수근 사무처장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달성보 하류 도동나루터에서 채취한 녹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정수근 사무처장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2006년부터 녹조 독성 문제를 연구한 다카하시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는 "일본 큐슈 이사하야만 간척사업 이후 저수지에 많은 녹조가 발생해 농작물들이 독성에 오염되고 어류가 폐사하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여름철 저수지에 작은 규모의 녹조현상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낙동강처럼 저수지가 아닌 넓은 강에서 녹조로 강이 가득 찬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동 조사단 통역을 맡은 다나카 한일환경정보센터 대표는 "4대강 보 건설 이후 해마다 녹조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조사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현미경으로 봐서 독성이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채취한 낙동강 녹조 시료를 일본으로 가져가 화학적·유전학적·면역학적 등의 조사를 통해 독성 물질을 정밀 연구한 뒤 녹조가 농작물, 인체, 어류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 분석할 예정이다. 

다나카 한일환경정보센터 대표(왼쪽)와 다카하시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오른쪽)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다나카 한일환경정보센터 대표(왼쪽)와 다카하시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오른쪽) (2015.8.27)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국내에서는 정부나 한국수자원공사를 제외하고 남조류 독성을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그 결과 민간차원의 조사를 할 수 없어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 따를 뿐이었는데, 이 조사를 통해 객관적 검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발표가 그 동안 제대로 됐는지 아니면 국민을 속였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동조사 취지를 밝혔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중앙사무처 사무처장은 "이번 한일 공동조사와 간담회를 통해 4대강의 물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수질과 수생태계를 개선하고 복원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4대강 녹조 한일공동조사단'은 27~29일까지 사흘간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을 차례로 조사한다. 채취한 녹조 시료는 다카하시·박호동 교수가 일본에서 연구한 뒤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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