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낙동강 '녹조라떼', 대구 취수원 일대 확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7.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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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정보, 매곡-문산취수원...환경단체 "맹독성 남조류 식수 위험, 보 수문 개방"
/ 대구환경청 "평범한 녹조, 문제 없다"


상태가 가장 심한 강정고령보...초록색 페인트를 던진 것 처럼 녹조가 곤죽을 이뤘다. 노란색 거품에서는 가스가 올라와 악취도 심하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상태가 가장 심한 강정고령보...초록색 페인트를 던진 것 처럼 녹조가 곤죽을 이뤘다. 노란색 거품에서는 가스가 올라와 악취도 심하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대강사업 구간인 낙동강에 다시 '녹조'가 나타났다. 올해는 보 주변뿐 아니라 대구 취수원 일대까지 발생했다. 환경단체는 "맹독성 남조류가 증식해 식수가 위험하다"며 "수문을 열어 녹조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환경당국은 "남조류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낮 최고기온이 35.2도까지 오른 1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상류. 정오가 지나면서 점점 기온이 높아지자 강물 속 녹조가 몽글몽글 피어올라 삽시간에 강 전체로 퍼져 나갔다. 바람에 물결이 치자 수면 위로 떠오른 녹조는 강 전체를 초록으로 물들이고 강가로 밀려나 녹색곤죽처럼 변했다.

오탁방지막을 뚫고 취수구 바로 앞까지 녹조가 형성된 매곡취수원(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탁방지막을 뚫고 취수구 바로 앞까지 녹조가 형성된 매곡취수원(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정고령보 상류에 있는 매곡-문산취수원은 녹조 덩어리가 오탁방지막을 뚫고 취수구까지 유입돼 위험한 모습을 보였다. 노란색 연두색으로 짧게 형성된 녹조 띠는 한데 엉켜 전체 취수원 일대에 일렁였다. 부착조류가 형성된 곳은 녹조와 미생물 사체가 섞어 거품과 가스로 변해 악취도 올라왔다. 컵에 담아 햇빛에 비추니 그야말로 '녹조라떼' 모습 그대로였다.   

시간이 지나 오후 5시가 돼도 녹조는 초록빛 그대로 가라앉을 줄 몰랐다. 강정고령보에서 조금 떨어진 문산취수원은 사정이 그나마 나았지만 보 바로 위 매곡취수원은 육안으로 봐도 상태가 더 심했다.  색도 더 진했고 일부 구간은 초록색 페인트 같은 덩어리가 오탁방지막 앞까지 군락을 이루기도 했다.

매곡취수장 오탁방지막 일부 구간에는 대형 녹조 덩어리가 생겼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곡취수장 오탁방지막 일부 구간에는 대형 녹조 덩어리가 생겼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산취수장 취수구...연두빛 강물에 노란색 녹조 띠가 넘실대는 모습(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산취수장 취수구...연두빛 강물에 노란색 녹조 띠가 넘실대는 모습(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산취수원도 녹조가 취수구 앞까지 형성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곡취수원처럼 짙은 초록색은 아니지만 연둣빛 강물에 노랑 녹조 띠가 넘실거렸고 미생물 사체가 하얀 거품으로 떠오른 구간도 많았다.

상태가 가장 심한 곳은 강정고령보 상류였다. 두 취수원보다 색도 진하고 냄새도 심했다. 하루 종일 피어오른 녹조는 곤죽으로 변해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세제를 푼 것처럼 노란색 거품이 일렁이고 바위와 교각에는 녹조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었다. 막대기로 저어도 녹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강물 흐름이 막힌 강정고령보 상류 몇몇 구간에는 녹조가 심해 떡처럼 진득한 곳도 생겼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물 흐름이 막힌 강정고령보 상류 몇몇 구간에는 녹조가 심해 떡처럼 진득한 곳도 생겼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정고령보 강물을 컵에 담자 '녹조라떼'가 만들어졌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정고령보 강물을 컵에 담자 '녹조라떼'가 만들어졌다(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정고령보 하류 수문 바로 아래에는 노란색 띠가 뱀처럼 길게 이어졌다. 물보라에 의한 거품이 아니라 녹조 속 미생물들이 섞어 사체로 떠오르면서 물길을 만든 것이다. 800m에 이르는 강정고령보 수문 곳곳마다 수십미터씩 노란색 물길이 생겼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4대강 초대형보로 강물이 정체돼 있는 한 녹조는 여름마다 반복될 것"이라며 "다시 돌아온 녹조라떼는 마른장마가 이어지면 더 심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과 달리 심각한 것은 대구 전체 취수원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라며 "여름 녹조에서 증식하기 쉬운 맹독성 '마이크로시스티스' 남조류가 만들어져 식수가 위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대구시와 환경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조사팀을 꾸려 4대강사업 보 전 구간에 녹조실태를 점검하고 남조류 여부를 확인해 식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강뿐만 아니라 취수원까지 녹조가 창궐했는데 기준치에 미달한다고 방관해선 안된다. 수문을 열어 녹조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4대강사업은 감사원 감사결과 이미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고 해마다 녹색공포까지 유발하고 있다"며 "차라리 철저한 검증을 거쳐 해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정고령보 하류 수문 바로 아래. 녹조 속 미생물이 섞어 사체로 떠오르면서 생긴 노란색 물길(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정고령보 하류 수문 바로 아래. 녹조 속 미생물이 섞어 사체로 떠오르면서 생긴 노란색 물길(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청장 최흥진)은 "남조류가 아닌 평범한 녹조다"며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강석재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은 "어제 오늘 두 취수장의 조류농도 척도가 되는 클로로필-a를 측정했지만 문산은 9.8, 매곡은 9.4로 경보 발령 기준인 1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나타냈다"며 "남조류가 아닌 평범한 녹조다. 조류가 많아 보이지만 수질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또, "녹조는 수면 1m 쯤 분포하는 반면 취수는 수심 6m에서 한다. 게다가, 취수원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돼 있어 음용수에는 지장이 없다"면서 "만약 남조류가 있다 해도 정수과정에서 걸러져 '제로'가 될 것이다. 지금으로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4대강사업과 녹조가 관계가 있든 없든 현재로서는 식수에 문제가 없고 녹조도 해마다 발생하는 수준의 것이기 때문에 보 수문 개폐 여부는 우리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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