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찾은 한민구, '사드 철회' 언급 없이 결정 과정만 "죄송"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8.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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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위와 첫 면담 진행, 비공개 전환 / 주민 1백여명 "제3부지 반대, 철회하라" 항의 농성


한민구 국방부장관(2016.8.17.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민구 국방부장관(2016.8.17.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한 달 여만에 다시 성주를 찾아 투쟁위와 첫 면담에 들어갔다. 한 장관은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했지만 주민들이 요구하는 철회 약속은 하지 않았다.

17일 오후 2시 한민구 장관은 성주군청을 찾아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복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와 첫 공식 면담을 가졌다. 지난 7월 13일 사드 배치 확정 발표 후 성주 주민들의 한 달 넘게 이어진 사드 배치 철회 요구에 장관이 처음으로 공식 면담 자리에 선 것이다.

성주투쟁위원 중 한명이 결의 찬 표정으로 장관을 보고 있다(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주투쟁위원 중 한명이 결의 찬 표정으로 장관을 보고 있다(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주투쟁위와 첫 면단 중인 한 장관(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성주투쟁위와 첫 면단 중인 한 장관(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 장관은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사드 배치 발표 후 처음으로 성주군을 찾았다. 그러나 총리와 장관은 성난 민심에 부딪쳐 도망가다시피 성주를 떠났다.  

이날 면담에는 김항곤 성주군수와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완영 국회의원, 투쟁위 공동위원장, 투쟁위 각 분과 위원 등 30여명을 비롯해 한 장관과 국방부 인사 10여명이 참석했다. 먼저 한 장관은 성주 주민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일방적인 사드 배치에 대한 사과를 했다.

한민구 장관과 국방부, 행자부 인사들(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민구 장관과 국방부, 행자부 인사들(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는 "사드 배치 부지 발표 전 군민들게 충분히 설명 드리 못했고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보족했던 점을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정중하게 올린다"며 "국방부의 갑작스런 발표에 당혹함을 느꼈을 성주 군민 여러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주는 심각한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라며 "군사적으로 대한민국을 가장 넓게 방어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고려하여 성주가 결정된 것"이라고 배치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장관 차량을 둘러싸고 항의하는 주민들(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 장관 차량을 둘러싸고 항의하는 주민들(2016.8.1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우시겠지만 이러한 정부의 충정을 이해해 주시고 국방부장관으로서 국가 안위를 지켜야 하는 절박한 마음만은 받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 장관은 첫 인사 후 투쟁위원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한 장관이 건넨 인사에는 주민이 요구한 사드 배치 철회나 원점 재검토에 대한 것은 어떤 것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재복 공동위원장은 "군민들 마음 잘 이해할 거라 믿는다. 좋은 결정 해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짧은 인사를 끝으로 면담은 비공개로 전환했다. 투쟁위와 한 장관은 2시 30분부터 현재까지 면담을 벌이고 있다. 투쟁위 측은 사드 배치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할 예정이다.

사드 철회 촉구 피켓을 든 주민들(2016.8.17.성주군청 로비)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철회 촉구 피켓을 든 주민들(2016.8.17.성주군청 로비)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국방부가 당초 사드 배치 예정지로 거론된 성산포대가 아닌 초전면 롯데 스카이힐 부지를 제3후보지로 정했다는 최근 보도와 지난 16일 김관용 도지사가 제3부지를 공론화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해, 이날 면담에서 국방부가 제3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민 1백여명은 면담이 벌어지는 군청 앞 마당에서 사드 철회와 국방부 규탄 항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군청 로비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사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 한 장관이 군청에 도착하자 한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제3부지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상복을 입고 피 눈물을 흘리는 퍼포먼스 중인 주민(2016.8.17.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상복을 입고 피 눈물을 흘리는 퍼포먼스 중인 주민(2016.8.17.성주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특히 한 주민은 검은 옷에 흰 얼굴, 피 눈물 분장을 하고 한 장관을 규탄했다. 주민 손소희씨는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됐다"며 "까치산, 염속산 등 이제 다시 우리보다 적다는 이유로 제3부지를 허용할 수 없다. 성주가 안되면 대한민국도 안된다. 사드 최적지란 없다"고 소리쳤다. 주민들은 오후 3시 현재까지 "안보팔아 정권유지"라는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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