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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무관심한 청년, 변명이 통하지 않는 사회
이영빈 / 『내가? 정치를? 왜? - 요즘 것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이형관 문현경 지음 | 한빛비즈 펴냄 | 2017)
2018년 07월 02일 (월) 11:36:43 평화뉴스 pnnews@pn.or.kr

 서점의 한 평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흥미로웠다. 내가 정치를 왜 알아야 하냐는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필시 주변으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그러나 책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이 정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너희는 절대 우리를 이길 수 없어. 너희는 투표를 안 하잖아"(『내가? 정치를? 왜?』, 문현경 저자 소개 중에서)라는 중년의 말에 분해서 집필을 결심한 저자의 심정에 공감이 갔다. 30대가 된 나 또한 친구들과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에 눈을 떼지 못한 이유는 왜 우리 세대가 “정알못”이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과 탈출법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평범한 20대 직장인 청년들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주로 다음과 같았다. “내 삶과 연관되어 있어 지켜봐야 하지만 먹고 살기 바빠서 관심 가지지 못하는 것” 그리고 이런 청년의 대답에 기성세대들은 이렇게 응답한다. “쯧쯧, 요즘 것들은 정치를 모른다.”

"우리 세대는 일상을 바꾸는 힘이 정치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정치는 우리의 것이기보다 기성세대의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탓하는 방법을 잊었다." (『내가? 정치를? 왜?』 10p)

 “요즘 청년들에겐 미래가 없다.”
 이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청년의 입장을 대변해서 이야기 하자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당장 나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진출과 동시에 청년들은 막대한 빚을 떠안는다. 대학 졸업장이라는 증서를 얻기 위해 수많은 돈을 대출한다. “돈 없으면 대학도 가지마!”라는 말이 “밥 못 먹으면 죽 먹어!”는 말처럼 들리는 이유는 상향 평준화된 스펙전선에서 뒤로 물러난다는 것이 곧 인생이 벼랑끝으로 몰린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빚을 낸다는 것이 무리임을 뻔히 알면서도 ‘나만 힘든 것도 아닐 텐데…. 나는 다르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4년짜리 졸업장을 얻기 위해 아둥바둥한다. 번 돈은 없지만 학원비, 주거비, 생활비로 인해 구멍 난 통장에 돈 붓기를 하며 ‘취업하면 모든 게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국가재난” 수준의 청년문제 악순환의 고리를 마지못해 감내해내고 있는 이들은 정치가 과연 희망으로 와 닿을까? “연애할 시간과 돈이 어딨어? 사치다.”라고 답하는 이들에게는 정치야말로 사치라 느껴진다.

   
 

 선거가 다가오면 각 정당에서는 청년들의 표를 갈구한다. 비교적 투표율이 낮은 20·30세대들의 한 표가 각자 자신들의 표밭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먹고살기 바쁘다고 말하는 청년들의 관심사는 오롯이 취업에만 매몰되어 있고, 육아와 맞벌이, 그리고 쉴 틈 없는 야근에 지쳐있다. 2016년 유행하던 수저계급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더 좋은 수저’를 얻기 위한 발버둥의 연속이다. “청년이 투표해야 청년이 살기 좋아진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이전에 정치권에서 청년들을 위해 괄목할만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간절하다. 그들과 자주 소통하고 그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해서 보여주는 것만이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쉽게 말 바꾸는 정치, 보여주기 정치가 더 이상 통하는 세대가 아니다.

"역사에서 평범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침으로써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고, 자신들을 억압하는 정치에 맞섰다." (『내가? 정치를? 왜?』 181p)

 현대사에서 청년은 늘 시대의 변화에 앞장서 왔다. 1970년의 전태일, 1980년 광주 민중 항쟁에서, 1987년 6월 항쟁. 그곳에서 청년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워왔다. 청년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얻어낸 지금의 민주주의를 지금의 청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두 생각은 다르겠지만, 청년인 내가 느끼기에는 공익보다는 사익이 우선시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수억의 돈을 받으면 감옥행도 불사하겠다는 젊은이가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공익은 어느새 우리 삶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그 시절처럼 영웅이 될 수는 없어도 주어진 최소한의 권리에는 충실해야 한다. 쉽게 주어진 것이 아닌 만큼 그 권리는 강력하다. 그리고 2017년 우리는 촛불 혁명을 겪으며 참여와 행동의 힘을 깨달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에서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는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헌법 1조2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과 달리, 사회에서의 우리는 아이의 한 끼를 걱정하는 가장이고 부를 거머쥔 자본가들의 노동자이며 5년째 도서관을 헤매는 취업준비생일 뿐이다. 삶의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저 멀게만 느껴진다. 선거를 통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호소하는 후보들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정치는 높으신 분들의 것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요즘 것들의 생각이다.

"국회의원 출신 직업으로 정치인 다음 많은 것이 고위공무원이나 법조계 출신이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고위공무원이 47명, 법조인이 40명이다.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출신을 모두 합치면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 정도에 달한다" (『내가? 정치를? 왜?』 74p)

   
▲ 동성로에서 투표 독려를 하는 대구 40대 직장인 최원현씨(2018.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꼴찌 탈출하자!" 대구 수성구에 사는 30대 직장인(2018.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나는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평범한 나의 출마 선언은 주변 지인들의 축하와 함께 걱정을 불러왔다. “정치는 특별한 누군가만이 하는 것 아니었어?” 친구들의 말이었다.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 정치라고 느낀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법률에서는 피선거권이 25세부터라고 정해져 있지만, 현실정치는 특별한 학벌을 가진 재력가들의 산물이라 여기고 있었다. 어느 회사 입사공고에 4년대 졸, 토익 700점을 요구했지만 정작 졸업장과 700점의 성적만 갖고는 비참하게 서류에서 ‘광탈’ 하듯이 말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 기득권이 강하게 작용하는 정치권에서 청년이 살아남기 또한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공천경쟁을 통과했다 해도 눈앞에 놓인 수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우리 개인이 후보로 뛰기는 힘들다지만 감독이 되어 요구하고 감시할 수는 있다. 그것이 앞서 말한 우리의 주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국회의원은 출신이 서민인 사람도, 선거철마다 보여주기식으로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상관없이 현재 서민들이 가진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해줄 '능력 있는' 사람이다"(『내가? 정치를? 왜?』 59p)

 실제로 정치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아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컬링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컬링은 생소하고 지루한 종목이었다. 룰을 모르고 관람하니 선수들의 스위핑을 지켜보자면 학창시절 학교에서 마룻바닥 왁스질하던 때만 떠올랐다. 하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룰을 배우기 시작하자 전문가는 아니어도 국민 스포츠로 거듭났다. 다른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며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300명이라는 국회의원 선수들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이 정치라는 스포츠의 룰을 알 때 우리가 비로소 정치인들 머리 위에 군림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될 필요는 없다" (『내가? 정치를? 왜?』 175p)

 정치가 내 삶을 바꿀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마트에서 물건 사듯이 원하는 것을 단숨에 넣을 수는 없지만, 가을에 벼를 추수하듯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라고. 이제 청년들이 시대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치에 더 많이 관심 갖고 이슈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우리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정책에 반영될 때 공동체의 삶은 더 나아지고 우리의 행복, 태어날 우리 아이들의 장래가 밝아진다. “왜 모르겠습니까? 먹고사느라 바빠서 그렇지요.”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는 정치에 관심 갖지 않는 이들을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 역사학자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페리클레스 연설문' 중에서 (『내가? 정치를? 왜?』 13p)

   
 






[책 속의 길] 138
이영빈 / 달서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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