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37일째..."물·전기 공급 최소한 인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8.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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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고자들 40도 육박 70m 옥상서 보호 장치 없이 농성 "어지럼증·땀띠...존엄성 보호" / "검토"

 
"고공농성장에 물, 전기 공급하라" 영남대의료원 앞 기자회견(2019.8.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공농성장에 물, 전기 공급하라" 영남대의료원 앞 기자회견(2019.8.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0도를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영남대학교의료원 해고자들이 37일째 70m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하지만 더위를 식힐 냉방 기계나 강풍을 피할 안전 시설 등 보호 장치가 없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한 달 넘게 시멘트 옥상 바닥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빗물로 세수하고 6개 짜리 1.5L 생수통으로 갈증을 해결한다. 휴대전화와 미니 손선풍기는 보조배터리로 연명하고 있다.

폭염이 지나면 조만간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도 들려와 해고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인권운동연대, 인권실천시민행동,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NCC대구교회협의회대구인권위원회,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는 6일 대구시 남구 영남대의료원 호흡기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대의료원은 40도를 육박하는 폭염 속에 70m 옥상 위에서 장기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여성 해고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즉각 물과 전기를 공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직사광선이 쏟아지는 옥상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 중인 해고자들에게 병원은 상수도 물과 야간에 어둠을 밝힐 수 있도록 전기를 연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고자들은 장기간 농성으로 어지럼증과 땀띠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위험한 상태"라며 "제8호 태풍 '프란치스코'까지 북상하고 있어 농성장의 안전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1일 조정희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신임 소장이 영남대의료원 측과 만나 물과 전기 공급을 요구했고, 당시 병원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건강권과 인권을 위해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김승무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는 "물과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인도적 조치마저 저버린 인권유린"이라며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상수도와 전기 연결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박문진(58) 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42) 전 영남대의료원 노조 부지부장은 지난 달 1일부터 원직 복직, 노조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37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영남대의료원 한 관계자는 "물은 농성장 아래 14층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옥상에 상수도를 연결할 경우 사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는 비가 오면 감전 위험이 있다"면서 "설치 가능성을 검토는 해보겠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최근 영남대의료원 노사 양측에 이번 고공농성 사태와 관련해 사적조정 위원 1명을 선정해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노동청안을 수용했지만 사측은 아직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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