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파업조장법'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쓴 일간신문의 기사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았다. 또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몽니'라는 제목을 단 신문도 같은 제재를 받았다. 모두 "과장·왜곡"이라는 이유다.
신문윤리위는 2024년 5월 심의에서 ▲한국경제 4월 8일자 「범야권 200석 넘으면 … 尹 거부권 무력화, 불법파업조장법< 노란봉투법 > 시행」 제목의 기사, ▲파이낸셜뉴스 4월 9일자 「반도체 겨우 살아났는데…삼성전자 노조 쟁의 '몽니'」 제목의 기사, ▲매일경제 4월 18일자 「억대 연봉 삼성 노조 "月 10만원 더달라" 몽니」 기사의 제목에 대해 '주의' 결정을 내렸다.
한국경제는 4월 8일자 신문 4면에 총선 결과에 따른 법안 예상을 그래픽으로 실으면서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이라는 표현을 기사와 제목에 썼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2023년 11월 여당 반대 속에 이 법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이 법안의 재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야당과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천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 소송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과 경영계는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비난하며 여야와 경영계-노동계가 반대와 찬성으로 맞서고 있다.
신문윤리위는 "이처럼 찬반 논란이 있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인용 부호도 없이 그래픽 본문과 제목에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것은 한쪽의 의견만 반영한 것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기사는 기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기사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①(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위반)
노조 쟁의행위가 '몽니'?
<파이낸셜뉴스>와 <매일경제>는 삼성전자 노조가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된 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인상 폭 확대를 요구하며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가결해 파업이 우려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몽니'라는 표현을 기사 본문과 제목에 썼다.
'몽니'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표준국어대사전)이나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니는 표현이다.
신문윤리위는 이 두 신문 기사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인상률 확대를 요구했을 뿐 노조가 심술을 부리는 것으로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기술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표현은 노조가 임금인상률 확대를 요구한 것에 대해 '공연히 트집을 잡아서 심술을 부렸다'고 단정한 것이어서 편집자가 본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과장, 왜곡해 제목을 달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가 국가 경제와 반도체 경기에 지장을 초래할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도 담겨 독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러한 제목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과장·왜곡됐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있고,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 제재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10조「편집지침」①(제목의 원칙) 위반)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기사와 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현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운영규정' 9조는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윤리위원회는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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