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강제동원 제3자 변제는 굴종"...위안부 할머니도 규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4.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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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 유일하게 피해자지원재단에 40억 기금출연
양금덕 등 생존자들 배상금 '거부', 유족 10명 '수용'
이용수 할머니·강제동원 유족, 시민단체와 기자회견
"전범기업 면죄부...일본제철 주주로서 사과·배상 요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95) 할머니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인 차광호씨가 포스코 앞에 섰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국내기업 중 포스코가 유일하게 참여하자 비판하기 위해서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참여연대,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지속가능한사회를위한포항시민연대 등 대구경북 31개 시민단체는 24일 포항시에 있는 포스코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기금출연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우리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하는 것은 일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자국민 인권과 이익을 대변하지는 못할망정 일본 전범기업들의 편에 서는 것은 배은망덕한 짓"이라고 규탄했다. 

제3자 변제안 핵심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대신 한국 기업들이 먼저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전범기업들의 배상이 아닌 제3자 변제는 "강제동원에 대한 면죄부"라는 주장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등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의 포항시 포스코 정문 앞 기자회견..."포스코의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기금출연 반대, 일본 전범기업의 앞잡이가 되지 말라"(2023.4.24) / 사진.대구참여연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등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의 포항시 포스코 정문 앞 기자회견..."포스코의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기금출연 반대, 일본 전범기업의 앞잡이가 되지 말라"(2023.4.24) / 사진.대구참여연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에 24일까지 기부금을 낸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는 40억원의 기부금을 지난 3월 15일 납입했다. 다른 기업들의 기금출연 소식은 없다. 

피해자 중 일본제철·미쓰비시 중공업·나고야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국 대법원에서 '미지급 임금' 소송에서 승소를 확정한 15명 중 제3자 변제를 '거부'한 이는 이춘식, 양금덕, 김성주 피해 생존자 3명을 포함해 5명이다. 반면 유족 10명은 제3자 변제를 수용하고 배상금을 받기로 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포스코라는 기업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 피와 땀이 베여 있다"며 "그런 기업이 제3자 변제안이라는 방식을 통해 또 다시 일제 전범기업들의 앞잡이가 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스코는 윤석열 정권의 기업이 아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희생 위에 설립된 민족의 기업임을 잊지 말고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를 위한 기금출연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또 "▲일본제철 주주로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라"면서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하지 말고 글로벌기업으로서 국제적 인권과 평화를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제강점기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 기업인 포스코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에 동참하는 것은 굴욕"이라며 "철회하고 진정한 해결에 나서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인 차광호씨는 "강제동원 문제는 지난 20여년 전부터 거론됐는데 저는 최근에야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저의 아버지 고(故) 차상한씨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불거진 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도 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나는데 우리 정부도 제대로된 해법을 내놓지 않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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