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중 숨졌는데...해병대 "구명조끼 착용 매뉴얼 없다" 황당 답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7.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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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 채모(20) 상병
해병대, 뒤늦게 "안전대책·현장조치 요령 보완"
군인권센터 "명백한 인재, 국가 책임→민간이 수사"
실종자 2명 11일째 수색, 이재민 1천여명...'복구 중'


경북 예천군에서 폭우 피해 실종자 수변에서 수색하던 중 순직한 고(故) 채모(20) 상병에 대해, 해병대가 당시 장병들에게 구명조끼 착용과 같은 구체적 매뉴얼이 없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해병대사령부 최용선 공보과장은 지난 24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하천변 수변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정 시에는 구명조끼 착용 등 대민 지원 형태별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고 밝혔다.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 채모(20) 해병대 상병 안장식(2023.7.22.국립대전현충원) / 사진.보훈부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 채모(20) 해병대 상병 안장식(2023.7.22.국립대전현충원) / 사진.보훈부

지난 19일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들을 수색하던 해병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은 이유가 드러난 셈이다. 애초부터 구명조끼 착용 안전 지침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 해병대는 수해 현장에 투입된 부대원 20여명에게 '인간 띠'를 만들어 수색 작업을 하게 했다. 

해병대는 고 채모 상병의 희생을 계기로 안전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 공보과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해서 보다 더 구체적으로 위험상황별 안전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안전 대책과 현장 안전 조치 요령도 보완 중"이라고 덧붙였다. 
 
예천군 석관천 일대 실종자를 수색하는 해병대원들의 모습(2023.7.19) / 사진 제공.경북재난대책본부
예천군 석관천 일대 실종자를 수색하는 해병대원들의 모습(2023.7.19) / 사진 제공.경북재난대책본부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고는 명백한 인재라는 점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책임을 지고 정확한 원인 규명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지휘관과 하급 간부만 문책하며 꼬리 자르기 해선 안된다"면서 "수색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임무 수행 분위기를 조성했다든가, 수해 복구 임무에 맞춰 장비를 들고 왔는데 실종자를 찾아야 한다며 무리하게 안전 장비 없이 대원을 수중 수색에 투입했다는 증언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감을 표명한 참사"라며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데 해병대가 내부적으로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군사 경찰이 아닌 민간 경찰의 수사관할이 맞다"면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관할을 민간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타까운 청춘이 어이없고 황당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온 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아직 해병대를  향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실종자들을 수색하는 모습(2023.7.25) / 사진 제공.경북재난대책본부
   
▲ 경북 예천군 은풍면 수해 복구 현장(2023.7.25) /사진 제공.경북재난대책본부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22일 채 상병 영결실을 해병대장으로 치른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했다. 

폭우와 산사태 등 이번 수해로 실종된 경북도민 2명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다.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5일 기준 실종자 2명을 11일째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과 경찰, 군 등 인력 483명과 헬기 4대, 드론 12대, 보트 4대, 구조견 22마리를 동원했다. 

수해로 일시 대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1,101명 모두 764가구다. 공공시설 응급 복구율은 평균 63.7%, 도로와 교량 84.4%, 하천 41.7%의 복구율을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 수해 인명 피해는 사망 25명, 실종 2명 등 모두 2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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