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지역 국회의원 선거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득 전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제22대 총선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탓이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지역사회에서 임 후보 '낙선운동'을 벌였다. 지역 시민단체는 임 후보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 수사처)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 북부지역 후보들은 임 후보를 비판하며 채 상병에 대한 추모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주시·영양군·봉화군 선거구는 후보 2명이 출마했다. 민주당 박규환(55.전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국민의힘 임종득(59.전 대통령실비서실 국가안보실 제2차장) 후보가 양자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공직선거 첫 출마다. 전통적인 보수텃밭으로 다른 경북지역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역대 총선에서 내리 승리한 곳이다. 그만큼 선거 유세도 특별한 이슈 없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여권이 임 후보를 단수공천 하면서 영주 선거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채 상병의 동료인 해병대 예비역들은 임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고있다. 해병대 예비역 15명은 지난 3월 30일 영시 하망동에서 열린 영주 오일장에서 붉은색 해병대 셔츠를 입고 '임종득 낙선' 피켓팅을 벌였다.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장은 "영주에 출마한 임종득 후보는 해병대 사령관과 당시 왜 통화했는지, 통화상으로 7분간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며 "확실한 것은 임 후보가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이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황급히 내려와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임 후보가 어떻게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겠나. 이런 사람을 공천한 국민의힘을 이번에 꼭 심판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규현 변호사(해병대 병장 전역자, 전직 검사)도 "국방부 장관까지 보고된 수사 결과가 대통령 전화 한통에 뒤집혔다"면서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사람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이곳 영주에 왔다.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정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승승장구하지 않는 정의의 심판을 하는 선거"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임 후보에 대한 "낙선"과 함께 상대방인 민주당 박규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경북지역 후보들은 채 상병에 대한 '추모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김상우(63.국립안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안동·예천 후보는 지난 3월 30일 채 상병이 순직한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추모 유세를 벌였다. 김 후보는 "불합리한 지시로 허망하게 떠난 청년"이라며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국회의원도 지난 2일 영주 골목 유세 중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임종득 후보와 그를 공천한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임미애)은 지난 3월 25일 "채 상병 수사외압의 임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고, 그를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지역 시민단체는 임 후보를 지난 3월 공수처에 고발했다. 영주안동촛불행동(대표 임헌문)과 영주시민연대(대표 천재욱)는 지난 3월 26일 영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왜곡혐의 후보를 공천한 것은 지역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억울한 죽음을 은폐하는데 앞장섰다는 의혹이 이를 국회에 입성하게 할 수 없다. 그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후보 측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특별히 우리가 낼 입장은 없다"고 4일 답했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폭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 임종득 후보를 포함해 전 국방부 장관인 이종섭 호주 대사 등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사건 은폐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수사를 받아야할 고위직들이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공천 받거나 해외 대사로 임명돼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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