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당시 골프를 친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국민의힘이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물난리 속에서 골프를 친 것도 문제지만 민심에 맞서는 말과 태도 역시 중징계 사유가 됐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황정근)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홍 시장의 수해 골프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윤리규칙 제22조 '자연재해 등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때 사행 행위나 유흥, 골프 등을 금지한다'를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수해 당시 골프를 쳤다는 언론 보도 이후 홍 시장이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시대착오적인 서민 코스프레 하지 말라" 등의 글에 대해서도 "민심을 이탈한 해당 행위"라고 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집권당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과 행위를 하고, 급기야 민심에 맞서는 태도를 보이는 건 당 이미지를 훼손하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홍 시장은 당 대표, 대통령 후보를 지낸 지도자로 엄격한 윤리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내년 총선이야 말로 어느 정당이 더 혁신하고 개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면서 "이번 윤리위 결정으로 이와 같은 유사한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홍 시장이 대중 앞에 허리 숙여 공개 사과하고, 대구시 공무원 300명을 이끌고 수해 피해가 가장 컸던 경북 예천군에서 봉사 활동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
중징계가 떨어지자 홍 시장은 곧바로 사회관계망(SNS)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홍 시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는 말도 남겼다.
'청년의꿈'이라는 자신이 만든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에도 중징계를 비판하는 글에 입장을 남겼다.
한 지지자는 지난 26일 게시글에서 "당원권 정치 10개월이라뇨. 10개월이면 내년 총선 끝나야 정치가 풀린다. 국힘에 지지하고 싶은 정상적인 정치인은 한명도 없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홍 시장은 이 글에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징계에도 입을 닫지 않겠다는 것이다.
'산불 골프'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기현 대표 '관용차 사적 이용' 의혹, 김영환 충북도지사 '오송 참사 실언'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문제 있는 사람들 많은데 징계는 없고 홍준표 징계만 있다"는 또 다른 지지자의 게시글에도, 홍 시장은 "나로 모든 걸 덮을 수 있다면"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억울 모드는 계속 이어졌다. 또 다른 지지자가 27일에 "등에 자꾸 칼 꽂는 저 배신자들을 어쩌면 좋을까요"라고 묻자 홍 시장은 "한두 번도 아닌데 뭘 그리 신경쓰시느냐"고 발언했다.
또 "징계로 홀로서기가 시작된 것 같다"는 지지자 글에는 "언제나 홀로서기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전국에 비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대구 동구 팔공CC에서 골프를 치던 모습이 목격돼 논란이 됐다. 대구시는 비상2단계 체제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작동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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