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명이 목숨을 잃고 폭우 피해가 잇따른 날 홍준표 대구시장이 물놀이 개장식에 참석해 논란이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10일 대봉교 상류좌안 신천 둔치에서 '2024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을 진행했다. 지난 1일 준공하고 7월 10일부터 오는 8월 25일까지 47일 동안 운영하며 '도심하천 워터파크'로 활용한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개장식에 참석해 "신천 물놀이장은 시민들에게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휴식처"라며 "가족, 연인과 함께 물놀이장을 찾아 무더위를 시원하게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연사흘 200mm 이상 쏟아진 물폭탄으로 인해 지역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르던 때다. 특히 같은 날 시민이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대구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8시 3분쯤 북구 조야동 산비탈길에서 60대 남성 A씨가 밭에 나가 배수로를 정비하던 중 숨진채 발견됐다. 119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폭우로 물이 불어난 농로 배수용 원형통에 빨려들어가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지난 9일에서 10일 밤사이 쏟아진 물폭탄으로 북구 팔거천이 한때 수위 범라 직전까지 이르렀다. 대구시는 북구 일대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도로가 잠기고 상가와 자동차들이 침수됐다.
달성군 가창면에서는 지난 9일 오후 10시 18분쯤 집안이 침수돼 안전조치를 했고, 10일 수성구 고모동 수성파크골프장에서는 폭우로 수위가 높아져 노동자가 시설물에 갇혔다가 구조됐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대구 소방당국이 출동한 건수는 131건, 인명 구조 5건, 안전 조치 92건 등이다.
대구 인근 경산시에서는 40대 여성 택배노동자가 지난 9일 오전 일을 나갔다가 진량읍 부기천에서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11일 현재까지 수색 작업 중이다.
이처럼 침수 피해가 잇따르는데 단체장이 물놀이 개장식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 차규근)은 11일 논평을 내고 "대구에서 200mm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시민이 목숨을 잃고, 수백명이 대피하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며 "이토록 참혹한 날 홍 시장은 물놀이 개장식에 참석해 또 재난 대비에 소홀하고 시민 안전은 뒷전에 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수해 골프 이어 두번째"라며 "집중호우로 재난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것인지 홍준표 시장의 부적절한 행태에 한숨만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년 전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더니 시늉만 한 것은 아니냐"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장마에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제발 대구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1분 1초라도 더 챙기시길 바란다. 이젠 정말 정신 좀 챙기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수해 시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홍 시장은 지난해 이맘때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15일 집중호우에 따른 비상체제 속에서 동구 팔공CC에서 골프를 쳐 '수해 골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여당도 홍 시장을 비판했다. 지난해 7월 18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언행을 조심하고,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피해가 나오는 상황에서 골프장을 간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홍 시장은 당시 "주말은 내 자유다", "기자들이나 눈 높이에 맞는 질문을 하라", "쓸데 없는 트집이나 잡아 벌떼처럼 덤빈다"는 거친 말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홍 시장은 논란 나흘 만에 기자실을 찾아 "상처 입은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허리를 숙였다.
사과 1년 만에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공보관실과 신천개발과 등 여러 부서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은 들 수 없었다. 홍 시장은 1년 전 수해 골프 논란 당시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번 입장을 남겼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SNS 어디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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