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아흔 다섯 두 할머니, '위안부' 마음 다 풀리실 그날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1회 기림의 날 / 박필근·이용수 대구경북 생존자
"78년 광복? 일본 사죄해야 진정한 대한민국 해방"
"젊은이들, 만세 부르는 그날까지 함께 해달라" 호소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촉구
대구 오오극장에서 추모기념식, 서울 나비문화제


박필근과 이용수. 

1928년생 아흔 다섯살 두 할머니는 각자 대구와 경북지역의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다.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기림의 날) 11주년을 맞아 두 할머니는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경북지역의 유일한 피해 생존자인 박필근(95.포항 북구 죽장면) 할머니는 "젊었을 때 많이 돌아다녀라. 젊을 때 많이 놀고 젊을 적에 잘 놀고 많이 다녀라. 나는 젊을 때 날아다녔지만 아무리해도 이제는 아프다. 이제는 이만큼 아프다. 젊을 적에 알뜰하게 살으라. 알들하게 잘 살으라"고 지난 13일 서울 기림일 행사에서 말했다.  
 
   
▲ 경북의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박필근(95) 포항 할머니가 11차 8.14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나비문화제에서 청년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2023.8.13) / 사진.정의기억연대
   
▲ 대구 유일한 생존자 이용수(95) 할머니가 서울 기림일 행사에서 발언 중이다.(2023.8.13) / 사진.정의기억연대

박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말기 1943년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16살에 일본 공장에서 일하다가 위안소에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고향 포항으로 탈출한 건 1945년 2월이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첫 피해 사실을 증언한데 용기를 얻어 1993년 피해자로 등록했다. 

대구 유일한 피해 생존자이자 여성인권활동가로 활약 중인 이용수 할머니(95.대구 수성구)도 이날 서울 기림일 행사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78년 광복절? 아니다. 먼저 가신 할머니들이 지켜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러분들이 수요시위 하며 외쳤지만, 일본은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사죄해야 진정한 대한민국 해방이다. 만세 부르는 그날까지 우리 청년들이 할머니들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일본 정부를 향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확실한 재판 결과를 받자.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촉구했다.
 
   
▲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기림일 서울 나비문화제(2023.8.13) / 사지.정의기억연대
   
   
▲ 이용수 할머니와 박필근 할머니가 희움에서 이야기 중이다.(2022.1.28) / 사진.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지역의 두 할머니는 기림일 하루 전인 지난 13일 서울 행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13일 서울 광통교 일대에서 제11차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를 열고 ▲일본의 법적배상과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직접 무대에 올라 발언했고, 박 할머니는 영상 메시만 전달했다.

대구에서는 8.14 기림일 당일 기념식과 더불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 서혁수)'은 14일 오오극장에서 '제11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엄창옥 시민모임 이사장을 포함해 국민의힘 소속 홍석준 국회의원(대구 달서구갑)과 임인환 대구시의원(중구1), 김지현 대구시 여성가족과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용수 할머니와 박필근 할머니는 개인 사정으로 이날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11회 기림의 날 대구 추모제...배우 황현아, 엄창옥 이사, 홍석준 의원(2023.8.14)/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11회 기림의 날 대구 추모제...배우 황현아, 엄창옥 이사, 홍석준 의원(2023.8.14)/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추모 공연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역을 맡은 배우 황현아(33)씨는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으로부터 사과 받아, 할머니들이 가슴 아픈 기억들을 다 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가요 '거위의 꿈'을 합창하며 할머니들의 소원이 실현되길 희망했다. 

엄창옥 시민모임 이사장은 "기림일은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역사의 아픔을 공감하는 날이자, 여성인권과 결합된 세계적 날"이라며 "구순 넘은 할머니들 연세가 날로 들어가는 걸 보니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가 빨리 해결돼 할머니들 마음이 풀리는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석준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께서 '내가 살아있을 때 한일 관계 올바른 미래를 위해 한일 청소년 역사 교육을 하고 싶은데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며 "작년부터 여성가족부 등과 예산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했지만 공간이 해결 안돼 가시적 성과는 못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청소년 역사관 설립을 위해 노력하겠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대구 기념식에서 추모 공연이 진행 중이다.(2023.8.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대구 기념식에서 추모 공연이 진행 중이다.(2023.8.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여가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는 14일 기준 240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9명이다. 대구는 이용수, 경북은 박필근 할머니 2명이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을 기념하기 위해 아시아연대회의가 지난 2012년 제정했다. 한국에서는 앞서 2017년 12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개정 법안이 통과되도록 국회의원 300명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운동(링크)을 펼치고 있다. 14일 기준 국민 3,183이 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국회의원 28명은 지난해 11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