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대구시가 설치한 박정희 동상에 대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첫 공판이 열렸다.
대구지법 민사20-1부(부장판사 정경희)는 7일 오후 국가철도공단이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낸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 문제는 대구시가 철도공단이 가처분신청을 낸 사이 동대구역에 이미 동상을 설립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실익이 있느냐 여부다.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게 철도공단 요구인데, 공사가 끝나버린 탓이다. 대구시는 6억원을 들여 동대구역 광장에 3m 높이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12월에 제막식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미 형식적으로 공사가 완료된 상태"라며 "현재 청구 취지는 공사중지인데, 청구 취지를 추후 변경할 것인지, 아니면 본안 소송으로 갈 것인지 채권자(철도공단)가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철도공단 법률대리인은 "일단 청구 취지를 그대로(공사중지) 갈지, 아니면 '(박정희 동상)철거' 등으로 변경할지, 본안으로 갈지는 내부 협의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향후 이 사건 관련한 방향은 3가지로 갈린다. ▲공사가 이미 완료돼 재판부가 가처분신청을 각하(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닌 경우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냄)하거나 ▲철도공단이 청구 취지를 '공사중지'에서→'철거'로 변경하거나 ▲아예 '동상 철거' 본안 소송으로 가는 경우다.
◆ 복잡한 재판의 향방과 달리 양측의 법적 쟁점은 간단하다.
철도공단의 경우 자신들이 소유한 땅(동대구역 광장)에 대구시가 허가 없이 일방적으로 동상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철도안전법'상 철도경계선(가장 바깥쪽 궤도의 끝선) 30m 이내는 철도보호지구다. 시설물 설치나 건축물 신축 개축 등 행위를 할 경우 공단에 신고하고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철도공단 법률대리인은 "준공 절차가 이뤄진 상태도 아니고, 다툼이 있는 상태에서 시설물(박정희 동상)을 설치했다"며 "협의도 하지 않고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설치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철도공단으로부터 동대구역 광장 관리권을 2017년 이양 받았고, 광장을 대구시 예산으로 조성해놓은 상태라며, 올해 초 소유권이 대구시로 넘어오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이를 뒷받침할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동대구역 광장에 대구시가 설치한 '관광안내소', '기후위기 시계탑' 등의 조형물들 역시 설계 계획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이 역시 철도공단과 사전에 협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구시 측 법률대리인은 "실질적으로 유지와 관리권을 대구시에 이관해 문제가 없고, 협의 대상도 아니"라며 "그렇게 중대한 사안이 아니니 협의 사항도 아니다. 준공이 확인되면 시설물 모든 것들이 대구시에 귀속돼 이 공사중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철도보호지구에 대해서는 "철도경계선 기준은 아래로부터"라며 "광장은 그 위에 있어서 해당 사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철도공단의 신청 취지 변경 등을 포함해 추가 답변서를 양측으로부터 받아 1월 말 신문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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