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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박정희 동상 반대' 기자회견 영남대 동문 자택 압수수색..."과잉수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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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경찰서, 이형근 민주동문회장 집 압색
11월 학내 동상 반대 회견 '집시법 위반' 혐의
영남대 총동창회가 고발..."증거 인멸 우려"
당사자 "당황스럽다", 시민단체 "절차 무시"
법률 전문가 "기자회견, 집회로 보기 어렵다"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던, 영남대학교 한 동문에 대해 경찰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자회견의 경우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닌데 압수수색까지 벌인 것은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남대 한 동문이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한 동문이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산경찰서와 영남대 민주동문회의 말을 26일 종합한 결과, 경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26일 오전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이형근(53)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의 자택과 차량,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영남대 민주동문회가 지난 11월 10일 영남대 캠퍼스에서 진행한 '박정희 동상 설립 규탄 기자회견'을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고 봤다.

영남대 총동창회는 지난 11월 11일 이형근 민주동문회장 등 3명에 대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집시법 위반(미신고 불법 집회 개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집시법' 제6조는 "옥외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신고서를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나 문화제 등은 사전 신고 등 집시법에 해당하는 여러 의무 사항들이 면제돼 집회로 보기 어렵다.  

압수수색 이유는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기기의 임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다른 임의적 방법으로 자료확보를 시도하는 경우 이에 응할 가능성이 낮은 점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자료들을 미리 삭제하거나 파기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영남대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2024.11.10.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2024.11.10.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압수수색 영장에는 "행사 참여자들이 기자회견을 표방했다고 하더라도, 행사의 주된 목적, 일시 및 장소, 진행 방법, 참여 인원, 진행 내용과 소요 시간 등을 종합해 볼 때, 피의자 등 참여자들의 행위는 단순히 언론을 상대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넘어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가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집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집시법의 옥외 집회 신고 대상으로 확인되나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피의자가 추가 미신고 집회 행위를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피의자 조사 시 다른 일정에 참여하려다 우연히 모여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뤄진 행위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할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됐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다른 것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이 박정희 동상을 세운 영남대를 규탄하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이 박정희 동상을 세운 영남대를 규탄하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당사자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2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을 한 번 한 것만으로 압수수색까지 한 것이 너무 당황스럽다"며 "지금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하다"고 한탄했다. 

법률 전문가도 이에 대해 "집회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동민(변호사 이동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집회와 시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표현하고, 일반 시민이나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지만, 기자회견은 주최 측 외 일반 시민 참여는 제한돼 있다"며 "기자회견은 집회 시위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신고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을 상대로 의사 표시를 한 것이고, 기자회견 장소도 교내이기(학내이기) 때문에 공중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집시법상 의견 표현을 하려면 공중이 지나다니는 곳이어야 하는 데다가, 위력과 위세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한 행위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임의 수사로 충분히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때 강제 수사를 하기 때문에, 경찰이 함부로 재단해 압수수색을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시민단체는 "과잉 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는 27일 이 회장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는데도, 사전에 압수수색부터 한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고발이 접수가 되고 난 뒤 피고발인 조사 등 절차도 없이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과잉 수사"라면서 "박정희 동상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의 시민단체들에게 경고성으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영남대 민주동문회는 오는 27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압수수색 규탄, 내란 원조 박정희 동상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영남대 박정희 동상에 "역사의 죄인"이라는 피켓이 걸렸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박정희 동상에 "역사의 죄인"이라는 피켓이 걸렸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학교는 지난 10월 23일 경산시 대학로 280 영남대 캠퍼스 내 천마아너스파크에 높이 2.8m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학교 동문인 이돈 영남대 미주연합총동창회장이 "설립자인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해달라"며 대학에 발전기금 4억여원을 기탁했다. 

이에 영남대 민주동문회는 "박정희는 영남대 설립자가 아닌 강탈자"라고 반발했다. 때문에 지난 11월 10일 영남대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철거"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동문들이 동상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영남대 보안 직원들의 신고로 기자회견 도중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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