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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8m '박정희 동상' 경북도청에 선 날...시민단체 "이 시국에, 독재 망령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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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동상건립추진위 2만명 모금 20억
안동 동청 앞 공원에 제막식, 높이 8.2m
"5천년의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배경석에 5.16쿠데타→5.16혁명 기재
윤 대통령 축하 화환 보내, 딸 박근혜도
이철우 "박정희 새마을 정신, 나라 살려"
시민단체 거세게 반발 "친일 유신 독재자"
"비상계엄 혼란에...우상화라니 개탄스러"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중 전국 최대 규모인 높이 8.2m 동상이 결국 경북도청 앞에 세워졌다.

동상 비석에는 5.16 군사쿠데타를 '5.16 혁명이라고 기재했다. 제막식에 모인 수천명은 "국가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씨도 화한을 보냈다.  

반면 규탄의 목소리도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혼란한 시국 속에, 60여년 전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독재를 했던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경북도청 천년숲에 세워진 8.2m 박정희 동상(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도청 천년숲에 세워진 8.2m 박정희 동상(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민간단체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5일 오전 경북도청 천년숲에서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 동상은 8.2m(동상 7m, 기단 1.2m) 높이다. 동상 앞면 기단부에는 "오천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라고 적혔다.

동상을 둘러싼 12개의 배경석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실시 ▲경부고속도로 건설 ▲원자력발전소 건설 ▲의료보험제도 시행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사진 등이 새겨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새긴 배경석에 '5.16 군사 쿠데타'가 아닌 '5.16혁명'이라고 새겨져 있다.(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새긴 배경석에 '5.16 군사 쿠데타'가 아닌 '5.16혁명'이라고 새겨져 있다.(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특히 배경석에는 '5.16 군사 쿠데타'를 '5.16 혁명'이라고 새겼다. 설명에 "5.16은 대한민국의 근대화혁명, 민족중흥혁명, 산업혁명, 국가재건혁명이라는 성격을 가진 총체적 국가개조혁명"이라고 쓰였다.

제막식에는 박몽용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김형기 실무추진단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3,0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씨가 화환을 보냈다. 식순에는 윤 대통령의 축사를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하려 했으나 이날 행사에서는 빠졌다.

제막식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 화환(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막식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 화환(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박몽용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박몽용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몽용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5천년 가난의 굴레를 끊고 오늘날 10대 경제 대국을 이끌어 냈다"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위대한 영도자"라고 칭송했다. 

이어 "이번 동상 건립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흐트러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 손으로 선진국을 만들어 냈다는 자긍심을 키우기 위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현재 세계 10번째 경제 대국이 됐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새마을 정신은 나라를 살리는 정신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누구나 공과가 있지만 공이 많은 분들은 기려야 한다"며 "온 국민이 서로 도와 화합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지난해 11월 8일 출범한 지 1년 만에 추진위원 7,000여명, 일반 국민 1만3,000여명 등 모두 2만여 명에게 성금 21억여원을 모았다. 올해 3월 경북도와 경북도청 천년숲에 동상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11월 19일 모금 목표액 20억원을 달성했다. 

'친일, 유신 독재자 박정희 동상 건립 규탄 기자회견'(2024.12.5.경북도청 경화문)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친일, 유신 독재자 박정희 동상 건립 규탄 기자회견'(2024.12.5.경북도청 경화문)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탄핵"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쿠데타와 유신헌법 제정 등으로 민주주의를 파괴시킨 박정희를 기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사회민주당, 녹색당 경북도당은 이날 제막식 전 경북도청 경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독재자 박정희는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를 위해 힘쓴 사람들을 죽이고 탄압했던 인물"이라며 "억지 위인 만들기"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박정희는 만주국 장교 출신으로 독립군 탄압에 앞장섰고, 쿠데타로 집권해 3선 개헌과 유신헌법으로 무리하게 권력을 향유하려다 피격당해 사망했다"면서 "집권하면서는 굴욕적 한일 국교와 민주인사 탄압, 사법살인 등 민주주의를 유린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과라는 납작한 말로 박정희를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쟁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더 이상 이 땅에 친일 망령을 불러들이지 말고, 이철우 도지사는 동상 건립 합의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자회견 중인 시민단체 인사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고 있다.(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자회견 중인 시민단체 인사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고 있다.(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김헌택 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 상임대표, 지승엽 전교조 경북지부장(2024.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헌택 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법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내란죄로 체포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이런 시국에도 경북도청 앞에 박정희 동상을 제막식을 열겠다고 하는 이철우 도지사가 정말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지승엽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박정희의 망령이 다시 부활하는 것 같아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독재자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기 위해 온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박정희의 독재가 여전히 머릿속 깊이 박혀 있는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상 제막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움도 모르냐", "먹고살게 해준 인물이다"라고 하며 고성을 질렀으나 경찰이 병력 30여명을 기자회견 장소 일대에 일렬로 세워 제지해 큰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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