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범죄자' 알고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면 '내란옹호 확신범'
홍준표 시장은 박정희가 10월 유신을 자행한 내란범죄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10월 유신을 했어요, 10월 유신을 해서 헌법을 정지시키고 체제를 바꿨어요. 나라 체제를, 그게 이제 박정희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한 거죠. 현직 대통령도 그런 경우에는 내란죄를 범할 수 있어요."
지난 1월29일 홍준표 시장이 MBC 100분 토론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내란범죄자의 동상을 지난 12월 23일 동대구역광장에 세우고 제막식을 진행했다. 작년 3월 1일 박정희 동상 설치를 언급한 지 298일만이다.
홍준표 시장의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맞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반대운동을 전개해 왔다. 박정희기념사업 지원조례를 발의했을 때는 지역 시민 890여명의 반대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조례안이 대구시의회에 상정되었을때는 1달여간의 1인시위와 16일간의 천막농성과 대구시의회를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 필리버스터, 의회방청투쟁 등으로 조례제정을 막아내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박정희기념사업지원조례'는 홍준표 시장의 거수기를 자임한 대구시의회에서 찬성30, 기권1, 반대1로 통과되었다.
박정희기념사업지원조례가 통과된 후 대구시는 일사천리로 박정희 동상 설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고 8월 14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광장으로 명명하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이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2월 3일 내란 사태로 온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설 때 홍준표 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제막식을 진행했다. 홍준표 시장은 박정희는 재임 중에 10월 유신으로 헌법을 정지시키고 체제를 바꾸는 내란을 일으킨 내란범죄자임을 인정하면서 내란 원조 박정희 동상을 세워 그를 우상화한 것이다.
내란범죄자를 우상화하는 '박정희 동상'
홍준표 시장은 12월 23일 제막식 이후 많은 시민들이 왕래하는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워놓고 동상을 지키기 위해 야간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고성능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감시초소까지 세우는 웃지 못할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동상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동상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동상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쪽지 붙이는 행위, 분필로 의견을 적는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성물이 박정희 동상인가? 동상을 세워놓고 반대하지도 말고, 의견을 표현하지도 말고, 다만 우러러 보라는 것은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박정희 동상을 신격화, 우상화하는 것이다.
처음 동상을 세우겠다는 발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하였고 논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과 시민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 이 모든 제안을 묵살하고 독단적 행정으로 일관한 홍준표 시장은 이제 내란을 우상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대권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시장의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내란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을 넘어 동조하고 우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
대구시민 14,754명의 선언, 대구시의회는 응답해야
박정희기념사업 지원조례가 의회를 통과한 이후부터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조례안을 폐지하기 위해 주민조례를 발의하고 청구인 서명을 진행하였다. 대구시 유권자의 1/150인 13,690명의 서명을 받아야 주민조례 청구를 할 수 있다.
지난 7월 15일부터 시작된 주민조례 청구 서명은 전자서명과 거리서명으로 진행되었다. 동성로 한일극장앞, 안심 공원 등에서 거리서명을 진행하였고 지속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서명을 독려하였지만, 서명 초반에는 그 성과는 미미하였다. 그런데 8월 14일 박정희광장표지판 제막식이 있던 날 온라인 서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동안 시민들에게 실체로 다가오지 않던 박정희 우상화 사업이 표지판으로 눈앞에 설치되자 경각심과 ‘이건 아니다’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국회토론회, 기자회견, 시민대회 등을 통해 조례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었고 12월 3일 윤석열의 내란 사태 이후 서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기준인원 13,690명을 훌쩍 넘긴 14,754명의 서명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는 지난 2011년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을 위한 주민청구 이후 11년 만에 이뤄낸 쾌거로 대구시민운동사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구 보수의 시작이자 상징인 박정희동상을 반대하는 서명에 대구시민 1만5천명이 동참하였다는 것은 더 이상 대구가 수구 보수의 도시가 아니라는 시민선언에 준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대구시민의 서명은 1월 16일 대구시의회에 전달되었고 서명 보정작업과 담당 위원회에서 논의 후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시의회로 넘어갔다. 지난 박정희기념사업지원조례 제정 당시 대구시의회는 박정희기념사업지원조례가 시민공론화 과정이 미흡하고 조례안도 졸속적이라면서도 조례안을 통과시켜 홍준표 시장의 거수기임을 자임했다. 이제 대구시민이 발의한 조례안은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윤석열 내란과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이 시점에 홍준표 시장의 몸과 마음은 온통 대구를 떠나 대선을 향해 있는데 또다시 대구시의회가 홍준표 시장의 눈치를 보고 조례안을 폐기할 것인지, 더이상 박정희로 대표되는 수구 보수의 도시 대구가 아니라고 선언한 대구시민의 의사에 따라 조례를 폐지할 것인지 대구시의회가 응답할 차례이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을까?
올해 2025년은 4.9인혁열사들이 박정희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 지 50주기가 되는 해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혁열사’들의 억울함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으로 감옥 가는 것을 불사하고 싸웠다. 그 결과 2007년 재심에서 인혁당재건위사건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혹독한 유신체제 안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인혁당 열사들의 사회적 명예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민주유공자법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으로 인해 매번 좌절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유가족들의 투쟁은 4년째 국회 앞 천막농성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대구역 광장에 사법살인을 자행한 박정희의 동상이 세워져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을까? 라고 ‘한강’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물음에 대구는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로 박정희기념사업지원조례폐지 서명으로 응답하고 있다.
대구는 다시 만난 새로운 사회로 나가고 있다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내란으로 인정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박정희의 공과라는 말로 동상 설치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1월 29일 MBC 100분 토론에서 홍준표 시장의 발언은 박정희가 내란범죄자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증했다. 내란 범죄자의 동상을 세워 홍준표 시장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박정희와 같은 민주주의 파괴자, 독재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가? 박정희 동상 설치 과정에서 홍준표 시장이 보여준 독단적 행정과 비민주적 절차는 독재자의 행태와 그대로 닮아있다.
대구는 대구시장을 넘어 조기 대선에 출마를 하고자 하는 홍준표 시장의 정치적 야욕의 희생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12.3 내란사태 이후 보여준 대구시민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는 전국에서 최고였다. 연일 집회 참석인원이 서울에 이어 최다 참석자를 기록했고 12월 14일 탄핵 가결이 있은 시민대회에는 4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하여 내란극복, 민주주의 회복,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이제 대구는 다시 만난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가고 있다. 그 길에 홍준표 시장과 박정희 동상은 존재할 수 없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새로운 대구, 다시 만난 대구를 위해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철거를 위해 지속적으로 싸울 것이다. 우선 국가철도공단에서 제기한 구조물 철거소송을 주시할 것이고, 국토교통부의 박정희 동상 설치 전반에 관한 대구시 주민감사를 지켜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이 적발될 시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를 위한 1인시위와 시민대회를 이어나갈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박정희 망령을 넘어 새로운 대구의 미래를 위해 이미 나아가고 있다.
[기고] 임성종 /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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