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이자, 자영업자이자, 노동자입니다.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이유로 집과 자동차와 핸드폰을 압수수색당했습니다. 모교 영남대에서 벌어진 일인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입니까. 야간에 압수수색까지 가능하게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제가 무슨 범죄자입니까? 왜 평온한 가정을 깨려고 합니까. 박정희 비판은 할 수 없는 겁니까?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개탄스럽습니다"
이형근(53)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은 27일 대구지검 앞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경북 경산시 영남대 캠퍼스 안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연 이유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학 내 설치된 박정희 동상 규탄 기자회견을 연 민주동문회 회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논란이다.
◆ 영남대 민주동문회는 이날 대구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내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행하는 등 원조 내란, 쿠데타 장본인인 박정희를 미화하고 쿠데타를 옹호하는 일이 대구경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기자회견'에 대해 이형근 민주동문회 회장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내란 중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정당한 기자회견을 불법 집회로 몰아 도 넘은 압수수색을 한 사법당국을 규탄한다. 부당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 규탄 기자회견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의한 집회가 아니라 신고 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사법당국은 고발인의 고발 내용만을 토대로 일방적으로 집회로 보아 집시법 위반으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며 "이미 예정된 피고발인 조사(12.27)를 하루 앞두고 피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벌인 수상한 표적수사로 과도한 법 집행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순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택, 차량, 휴대전화와 함께 야간 집행까지 가능한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한 사법당국의 행위는 이전의 유사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납득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친일 독재자 박정희 동상을 대학에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졸업생으로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데, 비판 기자회견을 했다고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추종 세력들은 무엇이 두려워 헌법상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법적 쟁점은 3가지다. ▲기자회견을 집시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 ▲대학 내 기자회견을 집회로 볼 수 있느냐 ▲일반 시민의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하는 것이 정당하냐이다.
이형근 회장에 대한 법률 자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가 맡는다.
◆ 경산경찰서는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에 대한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지난 26일 오전 이 회장 대구 자택과 차량,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구지검 공공수사부 박강일 검사가 영장을 청구해, 대구지법 정석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발부했다. '야간 압수수색 집행'이 가능한 영장이다.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검찰은 이 회장 등 3명을 포함한 영남대 민주동문회가 지난 11월 10일 오후 1시쯤 경북 경산시 영남대 천마아너스 광장 내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앰프와 마이크를 설치한 후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을 "불법 집회"라고 규정했다.
영남대 동문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노조 등 모두 40여명이 이날 기자회견 참여했다. 이들은 '독재자, 강탈자, 학살자 박정희 동상 철거하라'고 적힌 현수막과 손피켓을 들고 "친일 반민족 독재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구호를 제창했다. 이후 한 인사가 동상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밀가루를 뿌렸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민주동문회 기자회견을 '집회'라고 규정했다. 집시법상 옥회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경우 집회 시작 최소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은 "이들은 옥외집회 신고대상임에도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일부 인사가 계란과 밀가루를 투척하고, 검은 천으로 덮는 등 "행사의 주된 목적과 장소, 진행 방법, 일시, 참여 인원, 행위, 내용, 소요 시간을 종합 고려할 때 단순 언론을 상대로 의견을 포명하는 것을 넘어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한 집회 성격을 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외출 영남대 총장의 영남대 사유화 과정에서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다. 설립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발언도 부분도 영장 사유로 기재했다. 이어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거나 파기할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고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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