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유역 영남권 주민 몸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인천 서구을) 의원, 진보당 정혜경(비례대표) 의원,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낙동강 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낙동강 중하류 권역에 사는 농·어민, 주민과 현장 조사에 참여한 활동가 97명을 대상으로 '사람 콧속 녹조 독소 검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책임자는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맡았고, 분석은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 소장이 연구 자문에 참여했다.
김동은 교수가 낙동강 일대 조사 참여자들의 거주지와 활동 지역을 방문한 뒤 현장에서 비강 샘플을 채취했다. 코 내시경으로 비강을 먼저 관찰한 뒤, 소독된 면봉을 넣고 4~5회 굴려 검체를 채취해 시약에 접종하는 방식이다. 이어 이승준 교수가 현장 샘플을 '액체크로마토그래피-템덤질량분석기(LC-MS/MS)를 통한 마이크로시스틴 3종(MC-LR, MC-YR, MC-RR)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낙동강 인근 2km 이내 거주자와 조사 참여 활동가 97명 중 47.4%인 46명의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환경단체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 조사는 사람 콧속에서 녹조 독소 유전자가 검출된 것을 확인했지만, 유전자 안에 녹조 독소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실제로 녹조 독소가 인체에 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부산 19명 중 9명(47.4%) ▲대구 12명 중 10명(83.3%) ▲밀양 8명 중 3명(37.5%) ▲창원 14명 중 7명(50%) ▲고령 15명 중 4명(26.7%) ▲합천 16명 중 7명(43.8%) ▲창녕 9명 중 4명(44.4%) ▲타 지역 4명 중 2명(50%)에게서 녹조 독소가 나왔다.
직업별로 보면 농·축산업 28명 중 14명(50%), 어업 11명 중 5명(45.4%), 현장 활동가 15명 중 9명(60%), 주민 43명 중 18명(41.8%)에게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46명 중 가장 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MC-LR이 나온 인원은 34명으로, 전체의 73.9%였다. 이어 MC-YR 19명(41.3%), MC-RR 6명(13%)였고, 마이크로시스틴이 2종 이상 나온 사람도 26%인 12명이었다.
특히 마이크로시스틴 3종의 최대 검출량은 21.41ng/swab으로, 이는 지난 2010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캘리포니아 댐 저수지에서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한 성인·소아 81명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시스틴 측정 최대치(5ng/swab)보다 4.3배 높은 수치였다.
또 이들 중 40명을 대상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번성한 시기 급성기 증상을 조사한 결과, 재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40명 중 23명(58%)로 가장 많았다. 눈 증상이 21명(53%)으로 뒤를 이었다. 코 증상도 콧물 18명(45%), 코막힘 15명(38%), 후비루 12명(30%)이었다.
피부 가려움·따가움, 이상 발진 등 피부 증상을 호소한 이도 25%인 10명이었다. 이외에도 두통 11명, 열감 4명, 호흡곤란 2명 등 다양한 부위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
환경단체는 "매년 반복되는 녹조가 국민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대통령 직속 '녹조 사회재난 해소를 위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강에서 창궐한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하며 호흡기 등을 통해 인체에 유입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우리 사회가 진작에 녹조 사회재난에 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환경부 등 정부의 녹조 조사는 녹조 창궐 시기를 지나거나 녹조 우심 지역을 배제한 조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정부의 녹조 위험 평가는 신뢰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환경부만 이를 부정하며 현실화한 녹조 재난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녹조 독소의 인체 유해 기준이 없어 조사가 필요하며, 환경단체와 필요한 경우 공동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비강 내에서 검출된 조류 독소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나 미국에서도 안전 기준이 없다"면서 "공기 중 조류 독소가 나오더라도 어느 정도의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지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완섭 장관이 환경단체와 녹조 공동 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환경부도 공동 조사 의향은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단체의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필요하면 공동 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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