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초록색으로 변했고, 강 가장자리에 녹조 찌꺼기들이 뭉쳤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낙동강 달성보에는 20일 오전 녹색 빛을 띤 강물이 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자 강물의 녹색 빛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강 위에는 배가 떠 녹조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직접 강에 들어가 바구니를 이용해 강물을 떴다. 강물에는 녹조 알갱이가 가득했다. 바구니에 든 강물을 다시 강에 부었고, 텅 빈 바구니에는 군데군데 녹조 찌꺼기들이 붙어 있었다.
강물 수온을 잰 결과 31.5°C가 나왔다. 정수근 사무처장은 "보통 여름에는 수온이 20도에서 25도가 나온다"며 "수온이 높으니까 녹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강이 막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물과 함께 강 가장자리에 있는 진흙도 함께 떴다. 봉투에 담긴 흙에는 썩은 듯 심한 악취가 났다. 또 강물에서 부글거리며 기포도 올라왔는데, 정 처장은 이에 대해 "강바닥이 뻘이 돼 썩어 메탄가스가 올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강 가장자리 녹조 찌꺼기들이 나뭇가지, 쓰레기와 뒤섞여 더러웠고, 물을 뜨니 짙은 초록색 빛깔을 띠고 있었다.
낙동강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2년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매년 여름만 되면 녹조가 발생했다. 푸른빛을 띠어야 할 강물이 초록색으로 뒤덮여 "녹조 라떼", "녹조 곤죽"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낙동강 권역 6곳 등 전국 14곳에 '기후대응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환경단체로부터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커녕 녹조 현상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다.
'2024 낙동강 녹조 조사단(조사단장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20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달성보, 강정고령보와 화원유원지에서 녹조 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대구 3개 지점의 강물과 흙을 채취한 뒤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보내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등을 조사한다. 결과는 보름 뒤쯤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부(장관 김완섭)는 지난 5월 '2024년 녹조중점관리방안'을 발표했다. ▲4대강 공공수역 인근 야적퇴비 조사·수거 ▲오수처리시설·정화조 집중 점검 ▲녹조제거선 확대 배치 ▲취수장 조류차단막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매년 반복되는 녹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 수문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올해는 장마 기간이 짧았고, 기온이 높아져 녹조 현상이 지난해보다 심해졌다"며 "가을까지 녹조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보 수문을 여는 것에 대해 택도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국민 안전과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녹조를 방치하지 말고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대응댐'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으로 영주댐, 보현산댐 등 대부분의 댐에 녹조가 번성하고 있다"며 "녹조 발생 여부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댐을 또 지으면 '녹조 댐'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녹조 대비를 위해 정수장에 정수 처리 강화 요청도 하고, 녹조 제거선 등 녹조 저감 설비들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지자체에도 주변 환경오염 단속 강화 등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수자원공사에서 가뭄이나 녹조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류량을 결정한다"면서 "현재까지는 녹조 해소를 위한 환경대응용수 방류 수량이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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