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안동까지 확산하면서 모두 20명이 희생됐다.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북부지역까지 산불이 번져 이 지역 주민들 피해가 크다.
미쳐 대피하지 못한 고령층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진화에 나선 헬기가 추락하며 조종사가 숨지기도 했다. 화마에 축구장 2만여개 규모의 산, 논밭, 집과 건물, 천년 고찰 등이 불타 사라졌다.
2만여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 임시 거처로 대피했으며, 170여개 학교는 휴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강풍이 계속 불어 불길을 잡기 쉽지 않아 산불 피해가 경북 북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림청과 경북도, 경북경찰청에 26일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2시 기준 산불 피해 주민 사망자는 모두 19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영덕 7명, 영양 6명, 청송 3명, 안동 3명 등이다.
사망자 연령대는 대부분 60~70대 고령층이다. 산불을 피해 대피하려 했으나 불이 빠르게 번지며 피하지 못했거나, 대피 중 사고를 당해 대피하지 못한 상황이 많았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영덕군의 경우 지난 25일 오후 9시경 영덕읍 매정리 한 실버타운 직원과 입소자 6명이 차를 타고 대피하다 불길이 차량을 덮치며 폭발해 80대 남성 2명과 7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또 매정1리에서는 주민 2명이 집 앞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 1명이 매몰돼 숨졌다.
청송군에서는 25일 오후 6시경 파천면에서 산불에 대피하지 못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진보면에서도 이날 오후 70대 남성이 자택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또 26일 오전 11시에는 안동시 임하면 한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12시 51분경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산불 진화 작업 지원을 나온 강원도 인제군 소속 임차 헬기 1대가 추락해 70대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산림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1시 30분부터 전국에서 투입된 산불 진화 헬기에 대해 운항을 일시 중지했으나, 조종사 안전교육 등을 실시한 뒤 3시 30분부터 재투입했다.
산불이 확산하며 주민들도 대피에 나섰다. 의성 2,975명, 안동 6,937명, 청송 1만391명, 영양 980명, 영덕 2,208명 등 모두 2만3,491명이 의성 실내체육관과 안동도립요양병원 등에 있는 대피소에 머물러 있다. 또 주택 150채, 공장 1곳, 창고 43곳 등 모두 257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천년고찰들도 2곳이나 소실됐다. 지난 22일 신라시대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운람사에 이어, 지난 25일 오후 4시경에는 국가지정유산 보물인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이 불에 타버렸다.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하고 산불진화대, 소방관, 군부대 등 진화 인력 4,919명과 소방차 등 진화 장비 558대, 헬기 87대를 투입해 주불 진화에 나섰다.
산불 진화율은 현재 조사 중이다. 다만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진화율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68%였다. 전체 피해 면적은 1만5,158ha로, 축구장 2만1,222개 크기에 이른다.
김종근 산림청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을 비롯해 어제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순간 최대 풍속 27m/s의 강한 바람으로 청송, 영양, 영덕까지 영향을 줬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하고, 진화대원들의 안전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의성군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난 24일 선포했다. 안동 등 북부지역에 대해서는 아직 선포 전이다.
경북도는 주민 보호를 위해 행정명령을 내리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5일 오후 '주민보호 비상대응 총력행정체계 특별지시 행정명령'을 내렸다. 산불 이 번진 안동 일직면과 풍천면, 예천군 호명읍, 청송군 청송읍, 파천면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도록 했다.
이철우 지사는 "각 시.군에서는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행정력을 가동해 달라"며 "이외에도 안전 문자나 기관 행정 안내가 없는 지역이라도 조치가 필요한 곳에서는 각 지역 행정기관에서 즉각 조치를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북교육청(교육감 임종식)은 지난 25일 산불 피해지역 내 모든 학교에 대해 휴교와 원격수업을 적극 권장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도내 유·초·중·고·특수학교 174개교에 대한 학사 조정에 들어가 휴업, 원격수업을 실시한다.
학사 조정을 하는 학교는 안동 49곳, 의성 20곳, 청송 30곳, 영덕 25곳 등 모두 174개교이며, 안동 1곳과 의성 1곳은 원격수업을 한다. 대피시설과 친인척 자택, 숙박시설 등에 대피한 학생은 모두 637명으로 집계됐다. 또 산불 영향 지역 주민들의 대피를 위해 학교 본관과 강당, 체육관 69개소를 개방했다.
정부는 피해자 일상회복을 위해 긴급구호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역대 최악의 산불에 맞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상황은 심상치 않다"면서 "이번 산불이 진화되는 대로 정부는 그동안의 산불 대처와 예방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점검, 검토하고 개선책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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