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부지역의 대형 산불이 엿새째 잦아들지 않으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산불 사망자 수는 전날 오후 20명에서 22명으로 2명이 늘었다. 피해 규모도 사흘 전 축구장 1만여개 크기에서 어느새 4만6,000여개 크기로 4배가량 증가했다.
산림청과 경북도, 경북소방본부에 27일 확인한 결과, 이날 오전 9시 기준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 산불의 산불영향구역은 축구장 4만6,504개 크기인 3만3,204ha(헥타르)이며, 진화율은 44.3%다.
시.군별로 보면 ▲의성 1만2,685ha(진화율 54%) ▲안동 4,500ha(진화율 52%) ▲청송 5,000ha(진화율 77%) ▲영양 3,200ha(진화율 18%) ▲영덕 7,819ha(진화율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피해 면적만 놓고 보면 서울 면적(6만520ha)의 54%가 산불에 탄 셈이다. 이는 특히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 2만3,913ha,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릉·동해·삼척 산불 2만523ha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화선 길이는 638.5km로, 이 중 283.06km는 진화를 완료했다. 아직 불이 잡히지 않은 곳은 355.44km로 추정된다.
사망자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현재까지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8명 등 모두 21명이 사망했고, 지난 26일 오후 12시 51분경 헬기로 진화 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한 조종사 1명까지 포함하면 모두 22명이 숨졌다. 지난 26일 오후 1시 기준 20명에서 2명이 더 늘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뿐 아니라 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 주민들까지 대피했다. 대피한 주민 수는 모두 3만2,989명이다. 하지만 이 중 1만7,499명은 귀가해 지역별로 마련된 대피소 등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모두 1만 5,490명으로 파악했다. 미귀가 인원을 지역별로 보면 안동 3,508명, 의성 1,203명, 청송 8,010명, 영양 1,343명, 영덕 1,389명, 울진 37명 등이다.
또 5개 시.군에서 주택 2,448개소, 공장 2개소, 창고 50개소 등 모두 2,572개소가 소실되는 등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로 천년고찰 등 문화재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운람사가 지난 22일 소실됐고, 국가지정유산 보물인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도 지난 25일 불에 타버렸다. 지난 26일에는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까지 산불이 확산해 또다른 천년고찰인 대전사까지 소실 위기에 놓였으나 이날 새벽 불길이 잦아들며 화마를 피했다.
산림청은 지난 25일 오후 4시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불진화대원, 경찰, 소방, 공무원 등 진화 인력 4,960명과 진화 차량 661대, 산불진화헬기 79대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후 12시부터 9시 사이 경북지역에 5mm 미만의 적은 비가 예보돼 있지만, 비의 양이 많지 않아 산불 진화에 주는 영향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산불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에서도 간밤 사이 산불이 발생해 12시간 만에 진화됐다. 지난 26일 오후 7시 29분경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함박산에서 산불이 났다. 산림·소방당국은 진화 헬기 4대, 차량 58대, 인력 640명을 투입해 12시간 31분 만인 오전 8시경 진화를 완료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4일 의성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안동 등 북부지역에 대해서는 아직 선포하고 있지 않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재민 구호·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행정안전부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재민 구호와 지원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불이 진정될 때까지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경북지역에 상주하며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하라"면서 "이재민의 건강과 안전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고 효율적인 지원 체계를 가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산불 희생자에 대한 애도문을 통해 "경북 북부지역 대형 산불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도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며, 피해 지역의 빠른 복구와 안정적인 일상 회복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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