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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보수' 진영의 회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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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국민의힘 해체 후 신당 창당 + 연동형 비례대표제

 

필자는 꿈속에서 ‘메인스트림 정치전략실’(약칭 ‘메정실’)의 간부를 가끔 만납니다. ‘메인스트림’이란 사회의 지배계층을 의미하며, 세간에서는 ‘보수’ 진영이라고도 부릅니다. 우선, 2017년 박근혜 탄핵 후 치러진 제20대 대선 때 필자가 들었던 메정실의 전통적 전략부터 전합니다.

‘보수’ 진영의 기존 전략: 세뇌 + 감정 자극

이번 대선 판도는 어느 때보다 우리 쪽에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사회의 지배계층인 우리 편에는 선거 자산이 풍부한데다가, 사회경제적 약자 중에서도 우리에게 표를 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약자가 왜 강자를 지지할까? 약자가 생존하려면 강자가 형성한 질서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또 기존 질서를 지키는 것이 애국이며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강자가 약자를 세뇌해왔다. 이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를 지배해온 관행이다.

우리의 선거 전략도 효과가 있었다. 지지할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이성, 손익을 따지는 타산, 그리고 맹목적 감정이 있다. 이성은 당연히 우리에게 불리하다. 강자에게 권력이 쏠리면 정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타산은 우리에게 더 불리하다. 강자에게 힘을 실어주면 약자는 더 큰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목적 감정은 우리의 보물창고다. 우리는 선거에서 공약이나 후보의 자질보다 감정을 자극한다. 지역감정, ‘좌파’ 혐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선거 전략은 대선만이 아니라 양대 정당의 대결장인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잘 먹힌다. 만일 정당 지지율과 국회의원 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다양한 지향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면 이성과 타산으로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우리가 즐겨 써온 전략의 효능이 줄어든다. 게다가 지역 정당이 생겨서 정치의 중앙집권 체제가 무너지면 더 어려워진다. 정치 생태계의 다양성은 우리의 적이므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구제와 서울 중심의 정당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외부에는 차마 드러내지 못할 치사한 전략이지만 비선조직인 메정실에서는 이런 적나라한 논의가 오히려 일상적인 듯합니다. 그런데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이 전략이 실패했고,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메정실이 마련하고 있다는 새로운 전략을 전해 드립니다.

국민의힘 해체 후 새롭게 출발한다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를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지리멸렬이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122석(새누리당) : 123석으로 대등했던 의석수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103석(미래통합당) : 180석으로,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는 108석(국민의힘) : 175석으로 격차가 커졌다. 계엄과 탄핵으로 ‘내란당’이라는 별명이 붙은 상태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에서도 완패할 가능성이 크다. 길고 괴로운 연구 끝에 회생 전략으로 다음 두 가지를 선정하였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출구조사 결과 / 사진 출처.  KBS뉴스(2024.4.10) 방송 화면 캡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출구조사 결과 / 사진 출처. KBS뉴스(2024.4.10) 방송 화면 캡쳐

전략 1: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명실상부한 보수정당으로 새로 태어난다.

전략 2: 대의명분이 뚜렷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꺼리는 정책을 내세워 몰아붙인다.

국민의힘은 계엄을 막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의사를 방해했고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가 탄핵에 반대했다. 더구나 대선 후보 경선 후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과정에서 너무나 유치하고 뻔뻔한 모습을 노출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선례에 비추어보면 국민의힘도 해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예 선제적으로 스스로 해산하여 뼈저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게 <전략 1>이다. 그전처럼 그저 당명만 바꾸는 게 아니라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새 정당이 되자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에게 <전략 1>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전략 2>가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민주주의에 가장 충실한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시장 작용을 저해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금인 토지보유세를 반대해왔다. 이런 위선적인 태도가 계속 국민에게 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한다

둘 중에서 토지보유세 강화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다. 우리 측에는 부동산 부자가 많아, 토지보유세 강화에 대한 내부 합의가 어렵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 이래 우리가 ‘보수’ 언론과 함께 토지보유세 혐오 여론을 조장해 왔기 때문에 단기간에 국민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가 통 크게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손익을 계산하면서 미적거릴 게 분명한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이비 정당으로 몰아붙이면 된다. 더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2015년에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어 명분이 더 뚜렷하다.

또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비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 측에 손해가 아니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적어도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우리가 얻은 실제 의석수는 연동형 의석수(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의석수)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연동형 의석수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더불어민주당 쪽에는 손해가 커진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종래 우리가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대구·경북에서도 3분의 2 정도의 의석은 얻을 수 있으므로 현역 의원의 낙선 불안감도 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당 내에 정치적 방향성이 서로 다른 정파가 혼재해 있는 현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파별로 분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면, 국민의힘은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갈라서기 쉽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것도 별문제가 아니다. 분당 리스크는 상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메정실의 새 전략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는 데다가 ‘보수’ 진영에 불리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윤상 칼럼 151]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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