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계엄은 헌재의 8:0 탄핵인용으로 일단락되고, 다음 대통령을 뽑는 21대 대선이 40여일 남았다. 6월 3일 치루어지는 21대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바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와 시대정신을 논의하고 토론할 시간이 너무 짧은 상황이다. 그러니 그동안 제출되었고 123일 동안 광장에서 이야기되었던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대선 후보들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개혁의 과제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함으로써 윤정권이 탄생했고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탄핵 이후 과제: 경제 회복, 검찰개혁, 사회통합
시민들은 탄핵 이후에 과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JTBC 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을 2가지 선택하라는 문항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제 회복'을 1순위로 답한 사람은 40%, 2위 순위로 답한 사람은 23%였다. 이런 경향은 이념이나 지지하는 정당 간 차이 없이 60% 이상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응답했다.
다음 차기 대통령의 그다음 최우선 과제는 '검찰 개혁'과 '사회 통합'이었는데 정치적 성향별로 차이가 있었다. 진보 성향이라는 응답자들은 '검찰 개혁' 48%, '사회 통합' 15%였고, 보수 성향의 응답자는 '사회 통합' 24%, '검찰 개혁' 16%였다. 지지정당 별로는 민주당 지지층 52%가 '검찰 개혁'을 선택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9%만이 검찰 개혁을 과제로 꼽았다. '사회 통합'을 선택한 국민의힘 지지층은 31%, 민주당 지지층은 15%였다. 그 밖에 차기 대통령 최우선 해결 과제는 외교 정상화와 저출산 대책 강화, 지역 격차 해소 등이었다.
JTBC의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사설, 칼럼도 경제회복과 사회통합을 이야기한다. 특히 검찰권력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시민들이 생생이 지켜보았으니 당연한 과제이다. 문제는 경제회복과 사회통합을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하느냐일 것이다. 이는 앞으로 40여일 후면 탄생할 새 정부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여야 한다.
지금은 대전환기,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으로
학자들은 지금의 시기를 전환기이자 위기로 정의하며 체제전환을 이야기해 왔다. 한양대 이도흠 교수는 6대 복합위기와 체제전환을 주장해왔고, 연세대 행정학과 최영준 교수도 '사회정책분야 2024 평가와 2025 전망 노동시민사회 포럼'에서 인구전환, 디지털전환, 기후전환이 가지는 사회, 경제, 정치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 기업, 사회, 국가가 더 지속가능하고, 더 공평하며, 더 포용적이고,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했다. 삼중전환의 과정에서 기회를 증대시키고 적응력을 높이며 위험을 경감시키는 삼중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파행을 거듭하다 계엄까지 한 것은 지금의 시기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았고, 생산·복지·정치체제가 만들어낸 누적된 위기와 함께 기후위기, 인구전환, 세계화의 재편, 디지털 전환 등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이미 대전환기의 사회변화는 우리 모두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123일간 광장을 지켰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우리 앞에 닥친 경제문제와 사회문제, 양극화와 불평등의 완화, 정의실현을 해주지 못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살아남기 위한 '각자도생'으로는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꿀 수 없으며, 나쁜 일자리를 자꾸 만들고 이마저 서로 다투며, 자연에 반하는 대책으로 반복되는 대형산불을 비롯한 기후위기 재난에 계속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높아지는 자살률과 고독사, 쉬었음 청년의 증가, 돌봄의 외주화를 가속화 하여 저출생의 악화,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보는 사람 모두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성차별 문제를 젠더갈등이라며 여성대상폭력범죄의 원인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가하며 딥페이크 성폭력범죄의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문제를 국가가 정치가 해결하게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진짜 과제이다. 광장을 지킨 시민들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러한 사회경제적 위험을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천만의 연결로 우리 삶을 바꾸자
대전환기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광장을 만들었던 바로 그들이 하고 있다.
윤석열의 계엄 이후 2024년 12월 11일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전국의 1739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활동하였다. 비상행동은 발족식에서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만들고 한국 사회의 사회대개혁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여 분야별 사회대개혁과제를 도출하였다.
그 결과를 12개 분야 118개의 사회대개혁 과제로 정리하여 4월17일에 정치권에 전달하였다. 그리고 '비상행동'은 논의를 거쳐 4월 8일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내란동조세력을 몰아내고 차별 없고 평등한 사회대개혁을 진행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누구든 사이트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모임을 만들 수 있으며 논의된 내용을 볼 수 있다.
탄핵광장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각자도생을 깨트리고 '연대'를 만들어내었다. 끼리끼리의 연대가 아니라 공공과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가 광장에서 외쳤고 말했던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다음 대통령과 정권이 반드시 이를 실행하도록 탄핵 너머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천만이 연결된 광장을 만들자.
<분야별 사회대개혁과제 목록>
1. 다시 민주공화국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
2.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
3. 평화·주권·역사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4. 기후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사회
5.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중심 사회
6. 좋은 일자리와 보편적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
7. 생명·안전이 지켜지는 세상
8.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한 성평등·인권 사회
9. 언론·정보통신·문화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10. 식량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
11. 교육과 청(소)년의 삶에 평등을 여는 세상
❑ 특별과제 :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헌정질서 회복
(자료 출처 : '천만의 연결' https://talk.bisang1203.net)
[남은주 칼럼 63] 남은주 /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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