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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17년간 뒤쫒은 영화 '추적'..."강 살린다"는 이명박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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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최승호 감독 영화 <추적> 개봉
이명박 '한반도 대운하' 공약 이름만 바꿔
배 운항시키기 위해 강 수심 6m로 파내
녹조 현상→환경 파괴와 주민 건강 위협
최승호 "4대강 재자연화, 국민이 감시해야"

"4대강 사업 수심 6m,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최승호 뉴스타파 감독(오른쪽)이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에게 질문하고 있는 모습 / 사진 출처.영화 '추적' 스틸컷

"4대강 사업 수심 6m,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 "녹조가 창궐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닙니까?"

스크린에서 최승호(63) 뉴스타파 감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묻는다. 이 전 대통령은 최 감독에게 "별별 사람 다 있겠지", "공부를 많이 하고 오라고"라고 하며 되레 면박을 준다. 

최승호 감독이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토건 정책인 '4대강 사업'을 17년간 뒤쫓은 영화 <추적>이 지난 6일 관객들을 만났다. 대구 상영관은 CGV대구스타디움, 대구아카데미, 대구월성점과 롯데시네마 동성로, 성서점, 메가박스 대구이시아점, 오오극장이다.

영화는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린다"고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한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제17대 대선 후보 시절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했다.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수로를 만드는 사업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적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물 부족 해결", "수해 예방" 등을 내세우며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16개 보를 세우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이었다. 그 근거는 강 수심을 일률적으로 6m 깊이로 파내는 것이었다. 수심 6m는 2,500톤급 배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수심이기 때문이다. 당시 MBC PD수첩 PD로 근무하고 있던 최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내부 관계자에게서 제보받고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했으나,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결국 프로그램은 방영되지 못했다. 이어 최 감독은 해고자가 됐다.

4년간의 대규모 토건 공사 끝에 지난 2012년 한강 3개, 낙동강 8개, 금강 3개, 영산강 2개 등 모두 16개의 보가 만들어졌다. 카메라는 보가 건설되기 전과 건설 이후의 사진들을 비교하며 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모래톱이 많았던 '생명의 강'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들어오며 강을 막은 끝에 유속이 느려졌고, 생명이 살지 않는 '죽음의 강'이 됐다.

영화 '추적'에서 최승호 감독이 녹조로 뒤덮인 강을 걷는 모습 / 사진 출처.영화 '추적' 스틸컷
김동은 계명대 이비인후과 교수가 낙동강 인근 주민들의 코에 녹조 독소 검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사진 출처.영화 '추적' 스틸컷
김동은 계명대 이비인후과 교수가 낙동강 인근 주민들의 코에 녹조 독소 검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사진 출처.영화 '추적' 스틸컷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녹조 현상이었다. 보가 닫히면서 푸른빛을 띠어야 할 강은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 물이 흐르지 못하며 부영양화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연꽃이 낙동강에 폈고, 어민들이 잡은 물고기들은 모두 죽은 채 그물에서 건져 올려졌다.

녹조는 환경뿐 아니라 주민들도 위협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와 김동은 계명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낙동강 인근 주민들의 몸에서 녹조 독소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2명 중 46%인 47명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녹조는 낙동강을 농업용수로 쓰고 있는 논밭에도 침투해 농작물에 스며든 채 전국으로 유통됐다.

영화 '추적' 대구 시사회(2025.8.3. 중구 중앙로 CGV대구아카데미)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화 <추적> 대구 시사회가 지난 3일 오후 중구 중앙로 CGV대구아카데미에서 열렸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 최승호 감독과 이승준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나왔다.

최 감독은 "뉴스타파로 와서 4대강 취재를 다시 시작했을 때 녹조가 굉장히 심각했고,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녹조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도와줄 전문가가 없었다"며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경부 편을 들었기 때문에, 환경단체의 활동에 대해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최 PD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서울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갔는데, 본인이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썼다"며 "국민들이 알고 끊임없이 감시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4대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서는 취수로를 더 낮추고, 보는 해체해야 한다"며 "매년 500억씩 보 유지·관리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지만, 보 해체나 개방을 반대하는 지자체들은 정치적 배경이 크다.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내주고, 함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감독(왼쪽)과 이승준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오른쪽)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2025.8.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최승호 감독(왼쪽)과 이승준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오른쪽)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2025.8.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승준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환경부의 녹조 검사 시기와 지점 등 방법에 대해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환경부가 녹조 검사를 했다고 해서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녹조가 없는 10월달에 검사했다"며 "계절적인 영향을 피한 것이고, 또 영화에서 봤듯 녹조 발생 지점 4km 위에서 검사하지 않았냐"고 했다.

김동은 계명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녹조 독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녹조 독소가 코 점막에 닿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이 많이 일어나는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병들이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며 "혈관으로 독소가 들어가게 되면 온몸을 순환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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