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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수계관리기금'으로 호텔 매입?...위법·부적정 1천건 적발, '관리 실태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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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 녹조가 피어 강물이 초록색을 띠고 있다(2024.5.20) /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 녹조가 피어 강물이 초록색을 띠고 있다(2024.5.20) /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수질 관리를 위해서 걷은 '4대강 수계관리기금'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물이용부담금 차원에서 국민에게 거둔 돈이 매년 쌓이고 있지만 기금 관리 실태는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를 불법전용하고, 고가 호텔을 매입하는 등 위법·부적정한 사용 1,000건이 적발됐다. 

반면 친환경청정사업은 0원, 주민지원금은 낙동강의 경우 한 가구당 고작 62만원에 그쳤다.

국민이 낸 세금이 본래 목적에 쓰이지 않고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62.경기 안양시 만안구) 국회의원이 20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쌓인 수계관리기금은 1조1,000억원에 이른다. 

한강이 5,70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낙동강 2,442억원, 금강 1,816억원, 영산강과 섬진강 1,692억원이다. 

'수계관리기금'이란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등 4대강 수질 개선과 주민 지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특별회계 기금이다. 최종 수돗물 사용자에게 톤당 170원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해 마련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강정고령보의 거대한 시멘트 보의 모습(2025.8.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강정고령보의 거대한 시멘트 보의 모습(2025.8.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의 2025년 '수계관리기금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한 토지와 건축물 매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 자료 사진.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의 2025년 '수계관리기금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한 토지와 건축물 매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 자료 사진.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하지만 이 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어 국정감사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낙동강 수계관리기금의 경우 토지매수와 수변구역관리에 지난 한해 384억원을 쓴 반면, 오염총량관리에는 6억3,000여만원만 썼다. 친환경청정사업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금강, 영산강과 섬진강수계관리기금도 친환경청장사업비가 0원이다. 역시 토지매수와 수변구역관리비로 각각 262억원, 391억원을 썼다.  

지난해 여유자금 운용액은 한강의 경우 30억4,000만원(5.6%), 낙동강은 14억4,000만원(6.3%), 금강 52억3,000만원(40.5%), 영산강과 섬진강 80억원(89.6%)에 달해 일부 수계는 기금 잔액 대비 집행 비율이 매우 낮았다.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섬진강 등 다른 수계는 최근 5년 동안 여유 자금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어, 기금 집행 의지와 우선 순위 설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였다. 

특히 올해 정부합동 점검 결과, 수계관리기금사업과 관련해 위법·부적정 사항 34건(법 위반 유형), 세부적으로 1,000건(법 위반 사례)을 적발했다. 기금 집행의 투명성과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단장 김종문 국무1차장)과 환경부가 올해 합동으로 '수계관리기금사업 추진실태'를 합동 점검한 결과 ▲환경청은 지난 20년여간 생태벨트 조성사업을 시행하면서 실정법을 위반해 농지전용허가 없이 농지를 불법전용하고, 부과되는 농지보전부담금 922억원도 미납했다. 

또 ▲수질 오염원을 제거한다면 하천 주변 토지와 건축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가의 호텔 등 부동산을 다량 매수했다. 00호텔에 토지 130억원, 건물 180억원, 00리조트 매입에 토지 20억원, 건물 56억원, 00펜션에 토지 12억원 건물 12억원을 사용했다. 특히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를 허가 받아 조성된 부지 중 미분양지, 나대지, 단독주택 등 117필지를 매수하는데 281억원의 기금을 썼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 섬진강 4대강의 '2024년 수계관리기금 사업별 사용 현황' / 자료.강득구 의원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 섬진강 4대강의 '2024년 수계관리기금 사업별 사용 현황' / 자료.강득구 의원실 

이뿐 아니다. ▲낙동강 수계에 설치한 완충저류시설 17곳은 모두 계측기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영됐으며, 경북 김천·영천 등에서는 수질경보기준 초과 오염수를 하천에 그대로 방류하기도 했다. ▲하수도사업의 보조금액 산정시, 총사업비에서 개발사업자가 납부한 타행위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1조1,000억원을 공제하지 않아 지자체 93곳이 국고와 수계기금 보조금을 과다 지원받았다.

반면 주민 지원에는 인색했다. 4대강 상수원보호구역 인근 주민들은 영업과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주민지원금은 현실과 괴리가 컸다. 2024년 기준 1가구당 연간 지원액은 한강 234만원, 낙동강 62만9,000원, 금강 117만9,000원, 영산강·섬진강 155만원으로 평균 142만원에 불과했다. 낙동강이 4대강 수계관리기금 중 주민지원금 액수가 가장 적었다.  

강득구 국회의원은 "주민들이 낸 물이용부담금이 본래의 목적인 수질 개선과 상류지역 주민 지원을 실현하는 데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며 "막대한 기금이 쌓여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부담으로 조성한 기금이니만큼 본연의 목적을 다할 수 있도록 집행 구조와 감독 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이유로 조성한 국가기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서 수계관리기금을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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