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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 놓고 서로 "배신자"...국민의힘 대구경북 전당대회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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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서 8일 '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당원들 연설마다 "배신자" 구호, 몸싸움도 벌여
'찬탄' 조경태·안철수 "극우 세력과 절연해야"
'반탄' 김문수·장동혁 "이재명 독재 맞서야"

(왼쪽부터)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 조경태 후보, 김문수 후보, 안철수 후보가 서로 손을 잡고 들어 올리고 있다(2025.8.8.대구 북구 엑스코 컨벤션홀)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차기 지도부를 뽑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전당대회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며 아수라장이 됐다.

'12.3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이 갈린 당원들이 서로 비방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조경태(57)·안철수(63) 당 대표 후보를 향해서는 탄핵 반대를 외쳤던 김문수(73)·장동혁(56) 후보 지지자들이 "배신자"라고 외쳤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언쟁이 오가거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대구경북지역 당원 3,000여명이 컨벤션홀 객석을 가득 채웠다.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당대표 후보 순으로 정견 발표를 했다. 합동연설회는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당 대표 연설에서 후보들이 연단에 올라 정견 발표를 할 때마다 "배신자"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안철수·조경태 후보와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 지지자들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나온 조경태 후보, 안철수 후보(2025.8.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탄핵에 찬성하는 당 대표 후보들은 연설에서 "극우 세력과의 절연"을 강조했다. 조경태 후보는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 어게인(Again)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 당은 아직 정신을 차라지 못하고 있다.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은 절대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며 대통령직을 차버린 사람,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심판에도 보수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는 내팽개치고 여전히 윤 어게인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뭉치기만 하면 잘 풀릴 거라는 극단 세력의 대변자들이 대구경북에 손을 벌리고 있다"며 "극단주의자들이 무슨 짓을 해도 대구경북은 밀어준다는 속내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장동혁 후보, 김문수 후보(2025.8.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반면 탄핵 반대를 외친 장동혁 후보는 "우리 당의 대통령을 지킬 힘을 주셨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두 번이나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다"며 "탄핵을 반대했던 당원들을 혁신 대상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이재명 정부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윤석열 대통령 탓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 일당독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우리는 이재명 독재를 물리치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당 내부는 단합하고 민주당과는 힘차게 싸워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 후보 지지자가 ‘찬탄’ 조경태 후보가 연설하자 손가락을 내려 보이고 있다(2025.8.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당 대표 연설뿐 아니라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연설 내내 일부 당원들의 "배신자" 비난은 계속됐다.

우재준(37)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연단에 올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하고, 최근 특검에서 무리한 체포를 시도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하지만 우리가 동시에 국민 사랑과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윤석열이라는 과거와 명확히 선 그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하면서 탄핵 반대 측 지지자들이 고성을 질렀다.

최고위원 후보 연설에서 소란은 더욱 커졌다. 찬탄파로 알려진 김근식(60) 최고위원 후보가 이날 기자 비표를 받아 참석했던 전 한국사 강사이자 유튜버 전한길씨를 향해 "극우"라고 발언하면서다.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어게인, 전한길과 함께"라고 쓰인 현수막이 들리기도 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도중 의자 위에 올라 청중들에게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2025.8.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도중 의자 위에 올라 청중들에게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2025.8.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어게인, 전한길과 함께"...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들린 현수막(2025.8.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 정당화하는 사람과 어떻게 이재명 정부에 같이 투쟁할 수 있겠냐"며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에 빠진 사람들은 당과 확실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에 전씨가 방청석 인근 연단에 올라 당원들과 함께 "배신자"라며 반복적으로 손을 들어 함께 외쳤고, 일부 당원들도 동조하며 한때 소동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탄핵에 대해 입장이 다른 당원들이 말싸움을 벌이며 진행 측이 제지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오는 12일 부산·울산 경남, 13일 충청·호남, 14일 수도권·강원·제주 연설회를 이어간다. 이어 오는 22일 충북 청주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책임당원 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한다. 당대표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오는 24일과 25일 결선투표를 실시해 26일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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