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6명이 수몰된 일본 조세이탄광(장생탄광)에서 또 유해가 발견됐다.
하루 전 희생자 4명의 뼈로 추정되는 유해가 83년 만에 처음 나온데 이어, 유해 발굴 작업 이틀째인 오늘(8.26일) 사람의 두개골로 추정되는 유해가 추가로 나왔다.
일본 바다에 잠든 조선 징용 노동자들의 유해가 83년 만에 하나둘 나오고 있는 셈이다.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유해발굴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조세이탄광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와 한국 시민단체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 추진단'은 "26일 오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바다 속 무너진 조세이탄광 갱도를 잠수부들이 수중 탐사하던 중 치아가 붙은 두개골 1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오후 2시쯤 수몰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한일 공동조사를 진행하던 중, 한국인 잠수부들이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해 4점 등을 발견한데 이어 연이틀 유해를 찾은 것이다.
새기는회는 시민들의 모금을 받아 자체적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너진 갱구를 찾은데 이어 한국 시민사회 등과 협력해 유해를 찾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한일 합동 조사는 6차까지 진행됐다. 6차 조사 첫날인 지난 25일 83년 만에 첫 유해를 찻은데 이어 조사 이틀째에도 성과를 이뤘다.
물 속에 들어가 수중 잠수를 한 잠수부들의 말에 따르면, 발견된 유해 주변에 더 많은 유골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중 수색과 장비의 한계, 탁한 바다 물로 인해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견된 유해들의 국적과 신분, 성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새기는회는 일본 경찰에 유해를 넘겨 유전자(DNA)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전날 찾은 유해는 이미 경찰에 넘긴 상태다.
1942년 2월 3일 해저탄광 붕괴로 모두 183명이 수몰된 이후 83년 만에 유골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희생자 183명 중 136명이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로 알려졌다. 이 중 73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하지만 수몰사고에 책임이 있는 한일 양국 정부는 아직 유해 발굴과 관련해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지난 4월 발언한 이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유골 검사 상황을 지켜보며 부처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후생성 등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의견은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아예 언급 조차 없다. 때문에 한국의 유족들은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일본장생탄광희생자 대한민국유족회(회장 양현)는 "83년 묻힌 역사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하루 빨리 유해 발굴 작업을 지원하고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 추진단(대표 최봉태)'도 이날 성명에서 "양국 시민단체 노력으로 해저에서 기다리던 유골들이 83년 만에 바다 밖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양국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일제 피해자 유골 조사·봉환에 대해 정부 차원의 협력을 한 바 있다"면서 "조세이탄광(장생탄광)의 경우에는 이제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양국 정부가 '한일유골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희생자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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