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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노동자 136명 잠든 '조세이탄광', 83년 만에 첫 유해 발견..."4명 뼈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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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 유해발굴단 25일 6차 조사
한국 잠수사 장비 설치 중 뼈 4개 발견
길이 42cm, 바다 곳곳 뼈 산재, 장화도
"희생자 4명의 유해로 추정" 국적 몰라
일본 경찰 넘겨 유전자 감식, 발굴 계속
양현 유족회장 "반갑다...정부가 나서길"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조세이탄광(장생탄광) 수몰사고 83년 만에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뼈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2025.8.25) /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조세이탄광(장생탄광) 수몰사고 83년 만에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뼈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2025.8.25) /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6명이 잠든 일본 조세이탄광(長生炭鑛.장생탄광) 바다에서, 오늘(25일) 수몰사고 83년 만에 처음으로 희생자 4명의 뼈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일본 시민단체인 '조세이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長生炭鉱の水非常.새기는회.이노우에 요코 공동대표)'와 한국 시민단체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 추진단(대표 최봉태)'은 "25일 오후 2시쯤 수몰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한일 공동조사를 하던 중 유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1942년 2월 3일 야마구치현 우베시 바다 안 조세이탄광 갱도가 무너져 183명이 수몰된 후 83년 만이다. 희생자 183명 중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는 136명이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이 73명이나 된다.   

새기는회는 25일부터 26일까지 무너진 갱도에서 제6차 수중 유해발굴 조사를 한다. 6차 조사 첫날인 25일 오후 한일 양국 잠수사들은 갱도를 잇는 피아(콘크리트 구조물)를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잠수사가 수중 조사를 위해 안전장비 설치를 하던 중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을 찾았다. 

한국 잠수부들이 유해를 발견해 바다 밖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2025.8.25) /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
한국 잠수부들이 유해를 발견해 바다 밖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2025.8.25) /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
이날 찾은 유해들의 모습. 새기는회는 "사람 뼈 4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2025.8.25) / 사진.일본 시민단체 '새기는회'
이날 찾은 유해들의 모습. 새기는회는 "사람 뼈 4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2025.8.25) /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

이들 단체는 "갱도에서 희생자 4명 유해로 추정되는 뼈를 발견했다"면서 "가장 긴 뼈는 42cm에 해당한다. 3명의 장화도 보았다. 더 많은 뼈가 있지만 일부를 잠수부가 바다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밝혔다.

또 "유골을 찾은 한국 잠수부가 현장에서 '처음 유골을 발견했을 때 많은 분들이 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위안이 된 것 같아 좋았다'는 말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발견된 유해는 일본 경찰에 넘겨 국적과 신분, 성별 등 구체적인 유전자(DNA)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새기는회는 바다에 더 많은 유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해서 유해발굴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양현(79.경북 경주) 일본 장생탄광 희생자 대한민국 유족 회장은 25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너무 기다려왔던 소식이라 반갑고 기쁘다"며 "가슴이 아프다. 하늘이 도와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시민단체가 지금까지 시민 펀드를 받아 유해발굴을 했으니, 이제는 한일 정부가 유해발굴을 위해 앞장서서 지원해야 한다"면서 "외교적으로 두 정부가 만나서 진상규명을 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 사고로 양 회장은 삼촌을 잃었다. 일본 탄광 모집인과 한국 순사(경찰), 면서기는 1941년 경북 포항 시장에 조선인 청년들을 모아놓고 탄광으로 징집했다. 당시 19세였던 그의 삼촌 고(故) 양임수씨는 그 길로 징용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1년 만에 타국의 바다 갱도에 수몰돼 스무살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갱구 밖으로 나와 잠수복과 산소통을 벗고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잠수부들(2025.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출처 : 평화뉴스(https://www.pn.or.kr)
조세이탄광(장생탄광) 갱구 밖으로 나와 잠수복과 산소통을 벗고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일본 잠수부들(2025.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세이탄광, 이른바 '장생탄광'은 해저 갱도가 무너지면서 조선인 노동자 등 183명이 수몰돼 목숨을 잃운 안타까운 사고다. 일본 정부가 사건을 은폐해 83년이 지난 지금까지 희생자들은 바다에 잠들어 있다. 

일본 시민단체인 '새기는회'와 한국 민간 추진단 등이 펀드를 통해 기금을 모아 갱구를 발견하고, 한일 민간 잠수부들을 투입해 수차례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7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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