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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꼰대의 나라?
김상태 / "정보의 편식, 고령자 정보 인프라 적극 구축해야"
2012년 01월 01일 (일) 16:38:27 평화뉴스 pnnews@pn.or.kr

 이명박 대통령의 BBK 관련설을 퍼뜨렸다가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이 형기를 채울까, 아니면 그 전에 석방될까? 그리고 정 전의원의 앞날은 깜깜할까, 아니면 오히려 훤하게 밝아질까? 이런 궁금증들이 요즘 시중의 화제다.

  정 전의원이 구속된 직후 이화여대생 800여명이 광고비를 모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법적제재를 규탄하는 신문광고를 냈다. 비서가 구속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 비대위가 자진탈당권고를 하기 훨씬 이전에 벌써 서울대 학생대표들은 선관위에 대한 여권의 디도스공격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런 기류는 이제 온라인을 통해 자꾸 번지고 있다.

 가상공간에는 이런 소식들이 전류처럼 흘러 다닌다. 그러나 기껏해야 종이신문이나 텔레비전 채널에서만 정보를 습득하는 우리의 어르신세대들은 핫뉴스가 한참 구문이 되고나서야 “뭐 그런 일도 있었나?”하고 의아해 하기 일쑤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은 최근 어느 독서콘서트에서 이런 어르신 세대들을 두고 ‘꼰대’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꼰대다. 꼰대는 자기가 만든 틀 안으로 젊은이를 강제 편입시키는 늙은이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 고생담 얘기하는 걸 큰 자랑으로 여긴다. 젊은이가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권위가 있다고 착각한다. 우리나라는 꼰대의 나라다.”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 한국에 아직도 꼰대들의 서슬이 퍼런 것은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역사적 ․ 지정학적 탓도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였건 간에 기득권자의 입장에 선 이들의 이익집단 의식이 아닐까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속성이 특징인 그들은 스스로 꼰대모습을 고집함으로써 동류의식으로 뭉친다. 그리나 그들의 결정적인 약점은 정보채널의 빈곤이다. 기존매체에만 의지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정보매체인 종이신문만 해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 알고, 가상공간을 모르는 사람은 정보의 편식자일 수밖에 없다.

 “지하철에서는 신문을 보지 맙시다.” 우리나라 어느 도시의 지하철에서 본 게시물이다. 그렇다. 신문을 펼쳐 보는 행위는 그렇잖아도 좁은 공간에서 옆 사람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 하여 거리신문들은 모두 타블로이드판으로 나온다. 그런데 위의 지하철 게시물은 종이신문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현상을 입증해주는 두드러진 사례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준다. 디지털첨단기기로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데, 하필이면 왜 눈 아프고, 돈 드는 신문이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니 날이 갈수록 종이신문들이 설 땅은 점점 좁아져간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연말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엄이도종(掩耳盜鐘)`이란 말은 우리시대의 권력자들에 대한 대단한 조롱이다. 너무 무거워 옮길 수 없는 종을 부수면서도 도둑은 스스로 귀를 막아 그 시끄러움을 외면했다는 고사가 아닌가. 어떤 계층을 두고 한 조소인지를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다. 언필칭 ‘빛과 소금’이라는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서도 온갖 권력을 휘둘러 온 메이저 언론들도 이런 조롱에서 초연할 수 없다.

 나폴레옹이 유배되었던 엘바 섬에서 탈출해 파리로 진격해왔을 때 프랑스의 어느 신문이 정세의 변화에 따라 표현을 계속 바꾸어 갔다는 일화는 언론의 간사함을 대변하는 사건으로 유명하다. 탈출 초기에는 "악마, 유형지를 탈출"이라고 했다가 마지막에는 "황제폐하, 어젯밤 궁전에 도착"이라고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표현을 썼다는 에피소드다.

 우리 주류언론들도 이처럼 카멜레온의 변신을 거듭해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리고 세상이 변하면 또 살아남기 위한 변신을 시도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절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선 상태에서는 더 이상 그런 변신이 용납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세상은 무척 빠르게 변해간다. 카멜레온언론에 좋잖은 선입견을 가진 젊은 세대들이 자꾸 성장한다. 그리고 첨단 매체의 보급이 가속화함에 따라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포함한 구식매체를 점점 외면해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1언론수용자 의식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하이틴 세대를 포함해 젊을수록 신문이용률이 높았다. 그러나 그들이 보는 신문은 종이신문이 아니라, 주로 인터넷을 통한 것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종이신문을 선호하는 50.60대 이상의 신문이용률은 가장 낮았다. 여론형성층으로서 고령층의 입지가 얼마나 좁아져 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옛날 선지자(先知者)들의 미래예측력은 어디서 왔을까? 종교적으로는 신의 계시겠지만,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삶에서 배우고 깨친 지혜다. 제대로 된 연륜을 쌓아온 사람에게는 미래의 그림이 보이게 마련이다. 그들이 옛날의 선지자다. 그러나 광속으로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정보의 빈곤이야말로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다. 프란시스 베이컨을 인용하자면 바깥세상을 모른 채 동굴에 갇혀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동굴로부터 벗어나, 꼰대신세를 면하려면 먼저 인터넷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지역사회는 고령자들이 그런 정보생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해줘야 한다. 새해는 그런 인프라가 구축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김상태 칼럼 18]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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