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지역에는 없나?

평화뉴스
  • 입력 2013.05.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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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영남> '남양' 이슈만 / <대구MBC> '삼육식품' 횡포, 사과까지


대구경북권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이 없나? 본사와 관계가 좋은가? 아니면 본사의 회유에 침묵하면서 추이만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언론, 어데 없소?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관계자들은 언론과 인터뷰 또는 민주당과 간담회를 통해서 본사에서 대리점 업주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각종 회유 협박책을 쓴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쯤되면 대구경북권 언론도 현장 취재에 나설 만도 한데, 이 지역언론은 이 문제에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5월 초부터 언론에 주목받기 시작한 남양유업 사태. 이를 보도한 지역언론 뉴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을에 대한 갑의 횡포’로 남양유업 사태를 보도는 하고 있지만, 왠지 심심합니다. 대부분 기사는 서울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중계하는 것일 뿐, 대구경북지역 관계자들의 피해사례나, 유사한 형태의 문제를 취재하는 언론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갑 ‘삼육두유’의 횡포를 찾아내 보도하고, 갑이 을에게 사과하고, 공정거래위 조사까지 유도한 <대구MBC>보도가 눈에 뜁니다. 

‘윤창중 사건’이후 남양유업 뉴스는 지역언론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갑' 남양유업, '을' 대리점 관계자 회유ㆍ협박


남양유업 사태가 언론에 주목받은 것은 5월이지만, 논란의 출발점은 연초인 1월 25일이었습니다.
1월 25일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가 공정위원회에 해당 업체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고, 같은 달 30일 남양유업에서는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게 되는데요..


당시 경향신문 보도(2월 9일)에 따르면, “제품강매 등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공정위 신고를 주도한 일부 대리점 업주에게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다른 대리접 업주들을 회유 협박”했다는 정황을 제시했습니다.

경향신문 2013년 2월 9일자 6면(사회)
경향신문 2013년 2월 9일자 6면(사회)

또한 지난 5월 13일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과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과 간담회에서도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주를 상대로 한 회유와 협박에 대한 내용이 추가로 폭로됐다고 합니다. <뉴스1>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날 전국의 대리점주가 모여 대리점협의회 출범을 공식화 했는데 당초 이 자리에는 150여명의 업주가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남양유업의 회유와 협박으로 30여명 밖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갑의 입장인 남양유업 측에선 각종 ‘당근과 채찍’책으로 대리점 관계자들을 회유하려고 할 것이고, 갑과 을의 힘의 균형관계를 지켜보는 다수의 ‘을’들은 어느쪽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인지 계산을 놓고 있겠죠. 또 일부 대리점 관계자는 참석하고 싶지만 눈물을 머금고 꾹 참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죠.

대구경북권 대리점 관계자들의 현재 상황, 그들의 입장들을 취재해야 하는 것은 지역언론의 몫인데, 지역의 <매일신문>, <영남일보>의 눈과 귀는 자신들이 발딛고 있는 대구경북이 아니라 서울로, 서울로만 향하고 있었습니다.

매일신문 2013년 5월 9일자 3면(사회)
매일신문 2013년 5월 9일자 3면(사회)
매일신문 2013년 5월 6일자 4면(사회) / 5월 7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3년 5월 6일자 4면(사회) / 5월 7일자 사설
영남일보 2013년 5월 9일자 7면(사회) / 5월 8일자 사설
영남일보 2013년 5월 9일자 7면(사회) / 5월 8일자 사설

남양유업 갑의 횡포, 지역에는 없나?

5월 1일~14일까지 이 문제를 보도한 <매일신문><영남일보>의 뉴스 패턴을 분석해봤습니다.
‘갑의 횡포’라며 남양유업 사태를 한 줄로 인용한 칼럼이나 기사는 빼고, 남양유업 사태가 주요 아이템인 뉴스와 사설칼럼 들을 분석했더니, ‘울컥’하는 사설 각각 1건, 여의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중계한 기사, 유통업계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요약한 기사 등이 전부였습니다. 

자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자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자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자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독자 입장에서는 인터넷과 방송, TV 등에서 쏟아진 뉴스들을, 지역신문에서 한번 더 보는 것도 식상하고, 지역사회 피해자를 취재해야할 지역언론이 자신들의 시각을 자꾸만 서울쪽으로 돌리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 이럴까요?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갑, 남양유업의 의도에 지역언론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지 말입니다.

대구MBC, '삼육두유' 횡포 밝혀내고 사과까지


방송 또한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또 다른 ‘갑’의 횡포를 취재한 <대구MBC> 보도가 눈에 뜁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2013.5.9)
대구MBC '뉴스데스크'(2013.5.9)
대구MBC '뉴스데스크'(2013.5.13)
대구MBC '뉴스데스크'(2013.5.13)

대구MBC 뉴스데스크에선 지난 9일 두유업계 2위인 삼육두유가 대리점의 인터넷 판매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이 과정에서 갑 측의 ‘계약해지’ 횡포에 고통을 겪는 을의 억울한 사연을 방송했습니다.

한편 13일 방송에서는 ‘삼육식품이 대리점 업주에게 사과“, ”계약해지된 대리점은 다시 재계약“이라는 후속 조치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본사를 조사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구MBC뉴스로 인해 삼육식품까지 조사한다고 합니다.

지역언론은 정치적으로 주요한 시기마다 ‘분권’과 ‘자치’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의 의미를 약간 거칠게 해석한다면 중앙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고도, 지역에서 스스로 권한을 가지고, 제대로 된 괜찮은 지역정치, 삶의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 일텐데요.

남양유업 사태를 취재한 지역언론의 보도행태가 ‘분권과 자치’라는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의혹이입니다. 입으로는 ‘분권과 자치’를 외치지만 현실적 뉴스 맥락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지역언론의 갈짓자 행보.

지역언론이 외치는 ‘분권과 자치’가 선뜻 맘에 와 닿지 않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30]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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