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無道) 언론,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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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기·법통 무시 감싸고 되레 '민중사관' 색깔 공세


뉴라이트의 언론공작이 수구언론에서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뉴시스, 노컷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 김 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뉴라이트 일파의 국기를 흔드는 주장을 이 계열의 극소수 인사들이 중학교 역사교과서로 정리했는데 그 책이 검정을 통과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글들이 교과서에 실리면 이제 우리 중학생들은 안중근 의사, 백범 김 구 선생을 무자비한 테러리스트처럼 폭력의 대명사로 조만간 침을 뱉게 될지 모른다.

헌법을 부정하는 언론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우리 헌법 전문은 건국의 기본정신을 이렇게 천명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법통은 3·1운동과 임시정부에 있다고.

친일 매국노들이 조국을 일본에 팔아넘기고 민족을 일본의 종살이를 시키려 획책하던 국망(國亡)의 전야,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의로운 용기로써 대한민국의병참모중장의 직함으로 일본의 심장부이등박문을 향해 총탄을 날려 항거함으로써 우리민족이 죽지 않았음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3·1운동이란 민족사의 대로를 연 안중근 의사, 온 민족이 방방곡곡에서 일제에 몸을 던져 독립을 위해 투쟁한 3·1운동의 결과로 성립된 임시정부, 그 임시정부를 해방의 그날까지 이끌어온 백범 김 구 선생을 일개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은 한 마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나라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교과서가 중학생들의 교재로 학습되면 어린 학생들은 배운 대로 행동할 것인데 그러면 대한민국은 혼란의 극치로 치닫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조선일보> 2013년 5월 31일자 사설
<조선일보> 2013년 5월 31일자 사설
<조선일보> 2013년 5월 30일자 2면(종합)
<조선일보> 2013년 5월 30일자 2면(종합)

뉴라이트, 무슨 깃발을 흔드나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이런 행동을 자행하는 구조는 무엇인가? 그들이 표면에 내세워 흔드는 깃발은 무엇인가? 바로 대한민국 국민과 민족을 독재의 희생물로 만들어온 이승만 독재정부, 박정희 군사정부의 독재 깃발이 아닌가. 일본의 극우세력이나 좋아할 바로 그 깃발을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박정희가 휘두른 그 독재의 폐해가 너무 혹독해 견디지 못한 국민과 민족이 항거함으로써 오늘의 민주국가의 토대를 그나마 일궈왔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헌법은 그 전문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데 두고 있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닌 4·19민주이념이 대한민국 국민의 이념적 정체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2013년 6월 1일자 사설
<경향신문> 2013년 6월 1일자 사설
<한겨레> 2013년 6월 1일자 사설
<한겨레> 2013년 6월 1일자 사설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

최근 2주간 발행된 일간신문을 읽으면 3·1운동, 임시정부라는 법통, 민주이념을 부정하는 극소수 뉴라이트 세력을 ‘보도’라는 이름아래 침소봉대해온 신문, 방송이 바로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그 종편 매체들임은 아래에 정리한 표에서 보듯 부정할 수 없다.


그러면 이들 매체의 특성은 무엇인가? 신문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지만 그 뉴스는 언론매체가 말한다고 해서 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맥락이 어떤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어제, 그제의 언행과 대조해볼 때 그 맥락은 분명히 드러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해방 전 그들은 친일매체로서 일본 왕에게 충성을 다함으로써 우리 민족 청년들을 일제의 총알받이로 전쟁터에 내모는데 신명을 바친 세력들이다.(이 매체를 발행한 인사들이 친일반민족세력임은 법원의 판결에서 밝혀졌다.)

조선일보 1936년 1월 1일 1면 기사. 일왕 부처를 전면에 올리고 칭송하는 기사로 도배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같은 면에 이 기사를 올렸다.
조선일보 1936년 1월 1일 1면 기사. 일왕 부처를 전면에 올리고 칭송하는 기사로 도배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같은 면에 이 기사를 올렸다.

우리나라 민주 이념 매도에 몰두

이들 신문의 친일이력서와 안중근 의사, 백범 김 구 선생 매도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할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김성수와 방응모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 뿐 아니라 방계 잡지, 기업을 통해서, 그리고 반민족친일단체 영수로서 연설과 기고문을 통해 우리 민족 청년·학생들을 태평양과 중국, 동남아시아 전쟁터로 몰아댔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서 당당하게 행세하려면 해방돼 새 세상, 새 나라를 건국하려는 민족의 여망을 배신해야 하고, 친일 군·경을 새 나라의 낡은 심복으로 계속 존치시킨 이승만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 그들은 민족의 여망이란 진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하는 대신 그들의 태생적 가치-이념을 선택한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이런 맥락에서 과거 자신들이 거느리던 신문, 잡지를 부활시킨 것에 더해 종편이라는 방송매체까지 거느리고 안중근, 김 구 선생을 매도하고 민주이념을 부인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의 언론관이 얼마나 독재에 편향돼 있었는지 지면을 통해 검토해본다. 지난 5월 30일은 이른바 한미은행 영등포지점을 청년 학생들이 점거, 농성한지 27주년이 되는 날. 박정희 군사 쿠데타를 모방해 전두환·노태우 등 이른바 신군부 세력들이 군사쿠데타를 감행하고 정권을 빼앗음으로써, 군사정부, 유신독재를 장송하려던 국민의 염원을 뭉개고 말았다. 광주민주화항쟁은 국민의 민주염원을 대변한 민주 항쟁이었고 그것을 신군부가 총탄으로 저지하자 학생· 청년·노동자·지방 유생들이 독립만세로 일제 군경에 항거한 3·1운동 때와 흡사하게 민주화 항거의 저변을 넓혀갔고 그 가운데 하나가 한미은행 영등포지점 점거 농성이었다.

군사정부 언론이 친절보도한 의도

1986년 5월 30일치 동아일보 보도(다른 신문들도 천편일률적이므로 생략한다)를 보면 당국이 발표한 대로 사건개요를 다루고 있다. 이 무렵 전두환 군사정부가 뉴스를 다룰 때 금과옥조로 삼도록 언론과 협조관계(권언유착)를 형성해 실시한 ‘보도지침’(미디어창,  '괴물 보수' 언론권력 바로 읽기, 2013, 5, 21일치 참조)를 고려하면 사건 보도는 당국의 의도를 재구성한 데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건 개요를 읽는 독자들에게 이 신문은 대부분 해고근로자들인 이들 점거 농성 청년들(16명)을 마치 반미, 용공의 전위투사처럼 느끼도록 행간에서 묘사하고 있다. 이 신문의 보도는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한 청년 학생들을 빨간 물을 들여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1986년 5월 30일치 동아일보 기사. 한미은행 영등포지점 점거농성 근로자들이 경찰 진압에 몰려 2층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1986년 5월 30일치 동아일보 기사. 한미은행 영등포지점 점거농성 근로자들이 경찰 진압에 몰려 2층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경찰이 지점장실 안으로 진입하자 농성근로자들 중 4명은 이를 피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으나 경찰이 진입 직전 건물 주변에 미리 설치한 매트리스 위로 떨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농성근로자들은 경찰이 소방호스로 뿌린 물에 흠뻑 젖어 있었으며 끌려가면서도 「독재정권타도」 「노동자해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근로자들은 경찰 진압과정에서 얻어맞아 얼굴이 피투성이었(였)으며 연행과정에서 근로자 1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점거농성 사건 보도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경찰이 진입 직전 건물 주변에 미리 설치한 매트리스 위로 떨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는 대목은 너무 친절하다. 마치 요즘 유치원 체험 수업상황을 적은 것처럼 보인다. ‘친절보도’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그랬을까.

  정작 외국 언론이 진실보도

뛰어내린 근로자들이 기다리던 전경들에게 인권유린을 당하는 현장. 동아일보 기자들이 외면한 이 현장 사진은 미국 AP통신기자들이 취재, 전 세계에 알렸다. 1986년 5월 30일 서울 한미은행에서 농성 하다 창 밖 매트리스 위로 떨어진 반정부 시위 대원(근로자)의 얼굴을 한 전경대원이 군홧발로 가격하고 있다. (AP사진)
뛰어내린 근로자들이 기다리던 전경들에게 인권유린을 당하는 현장. 동아일보 기자들이 외면한 이 현장 사진은 미국 AP통신기자들이 취재, 전 세계에 알렸다. 1986년 5월 30일 서울 한미은행에서 농성 하다 창 밖 매트리스 위로 떨어진 반정부 시위 대원(근로자)의 얼굴을 한 전경대원이 군홧발로 가격하고 있다. (AP사진)

이 기사는 사진을 함께 다뤘다. 농성 근로자들이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사진으로 보도했다면 당연히 근로자들이 뛰어내린 다음 어떤 상황을 만났는지 기자들은 틀림없이 목격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을 기자들은 보도하지 않았다. 누가 보도했을까? 근로자들의 한미은행 영등포지점 점거 농성이 예삿일이 아니라고 보고 취재활동을 한 미국 AP통신 기자들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폭력 경찰의 사진이 실려 있는 국제언론인협회보 IPI 1986년 7월호(Vol. 35 No. 7) 겉표지.
전두환 정권 시절 폭력 경찰의 사진이 실려 있는 국제언론인협회보 IPI 1986년 7월호(Vol. 35 No. 7) 겉표지.
그들은 넓은 시각에서 전두환 군사정부의 성격과 한계, 군사정부가 득세하면 할수록 혹독해지는 국민의 삶,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은 쓰레기통에서나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권언유착에 빠진 언론이 진실 보도를 외면하고 사주의 이익과 입장을 우선적으로 언론보도라는 이름으로 다루는 근본 문제를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AP통신 기자들은 근로자들이 뛰어내린 이후에 당하는 인권유린의 장면도 놓치지 않고 다뤘다.

정작 대한민국 국내 신문들이 외면해 국민들로 하여금 알 수 없게 했던 바로 그 국민 인권유린 현장은 AP통신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됐고 국제신문편집자회(IPI, International Press Institute)는 두 달 뒤인 1986년 7월호(Vol. 35 No. 7) 겉표지에 그 현장을 다시 다뤄 국민을 국민으로 여기지 않는 전두환 군사정부의 무도함을 환기시켰다.

변하지 않고 되레 색깔 덧씌워

그런데도 이들 신문의 반민주, 반인권 논조는 1986년 이래 27년이 흐르도록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기를 쓰고 대한민국의 민주이념, 법통을 부인하는 원군이 되고 있다. 뉴라이트 세력들이 안중근 의사, 3·1운동, 백범 김 구 선생을 매도하고 전두환 군사정부의 아버지격인 독재자 박정희의 5·16을 ‘혁명’으로, 전두환 군사정부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질식 상태로 빠뜨리자 이에 항거한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항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불러일으킨 독재·부정선거의 원흉 이승만에게 항거한 4·19의 민주정신을 「남로당式 史觀(사관)」(조선일보, 남로당 式 史觀 중학생들 머릿속에 집어넣다니, 2013. 5. 31. A31)라거나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歷史교과서가…民衆사관으로 도배」(2013. 5. 30. 02. 투데이) 한다고 색깔을 덧씌워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보도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3·1운동 주도세력이 남녀학생, 청년, 근로자, 소상인, 교사, 지방유생들로서 이들이 나라는 망했지만 나라를 독립시킨다는 희망을 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제에 항거해 일어난 민중이었음은 우리 대구의 3·1운동사만 보도라도 자세하고 확연하다. 그들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어머니 모태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친일인사들이 설립했고 시종 친일의 길을 걸었던 조선일보의 눈에는 무슨 색깔이 끼어 있을까? 일제가 지배하려고만 했고 수탈하려고만 했을 때 그 일제에 빌붙은 구 양반고관들은 70% 넘는 소작료를 민중들의 머리에 얹으려고만 했지 우리 민족사를 계승하는데 무슨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가? 그런데도 「민중사관으로 도배」한다는 것은 조상을 조상으로 여기지 않는데서 나아가 조상들과 조상들의 항일을 색깔을 덧씌워 부인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닌가. 참말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진실보도 언론사명 있는 한 '무도' 낙인

이들 신문은 ‘보도’의 행간에서 말한다. ‘사주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독자들은 언론보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주의 이익과 입장을 마치 진실인양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러나 판단한다. 그대들이야말로 바로 반민주, 반인권이란 독재권력과 그대들의 습관에 희생될지 모른다고.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언론인의 사명이란 언론정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리고 말한다. 편향된 ‘보도’(손쉬운 ‘편법’일 것이다)를 하기에 앞서 그대들의 ‘친일반민족’ 이력(무도·無道)부터 사과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들과 그대들의 ‘보도’는 무도(無道)와 운명처럼 엮일 것이라고.






[평화뉴스 미디어창 23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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