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학교 급식 방사능 측정장비 '무용지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3.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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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6·경북 10곳 식품 아닌 대기용..."정밀 측정기 도입해야" / 교육청 "예산부족"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먹거리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이 안전 급식을 위해 방사능 측정장비를 구입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시.도교육청이 대부분 식품이 아닌 대기용 저가 방사능 측정장비를 구입해 "무용지물"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9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에 있는 방사능 측정장비는 모두 16대다. 대구교육청과 서부.남부.달성교육지원청, 대구교육해양수련원,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각각 1대, 동부교육지원청이 3대를 보유하고 있다. 달성정보고등학교와 성광고등학교를 포함한 초등학교 3곳과 고등학교 3곳 등 학교 6곳도 개별적으로 예산을 들여 방사능 측정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안전급식 조례 제정' 피켓을 든 환경단체 활동가(2013.9.10.경북도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안전급식 조례 제정' 피켓을 든 환경단체 활동가(2013.9.10.경북도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보건환경연구원과 식약청 장비를 뺀 14대는 모두 대기 중의 방사능을 측정하는 장비로 나타났다. 대구교육청이 2013년부터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을 위해 최저 26만원에서 최대 77만원의 예산을 들여 장비를 구입했지만 식품용에는 맞지 않는 대기 방사능 물질 측정장비를 구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보건환경연구원 측정장비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먹는 식품을 검사하는데 제대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또 지난해부터 대구교육청이 식약청에 의뢰해 한달에 2~3번 모두 38번의 식품 방사능 검사를 했지만 대구 440여개 학교 중 일부만 추첨해 검사했고, 모든 식재료를 한 것이 아니라 생선 위주로만 검사했다.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은 검사하지 않았다.

경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9일 경북 녹색당은 "경북교육청은 급식 방사능 오염에 무방비로 일관하고 있고 식품 방사능 측정에 부적합한 장비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북 녹색당이 경북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교급식 방사능 측정장비 보유 현황'을 보면, 경북 23개 시.군의 9백여개 학교 중 구미, 김천, 영주시 학교 8곳, 예천.고령교육지원청 2곳 등 10곳만 측정장비를 갖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아예 방사능 측정장비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대구교육청이 매달 시행하는 급식 방사능 검사조차 경북교육청은 하지 않고 있다. 또 경북지역에 있는 10개 방사능 측정장비 모두 대구와 마찬가지로 식품용 방사능 측정장비가 아닌 대기용 저가 간이 측정장비로 나타났다.

'방사능으로부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라'...2013년 상반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일본 수산물 1717톤(2103.9.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사능으로부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라'...2013년 상반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일본 수산물 1717톤(2103.9.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녹색당 경북도당은 "경북에 있는 방사능 장비는 99만원에서 330만원 사이의 가격대에 불과해 대기측정에나 쓸모가 있다"면서 "방사능에 크게 오염되거나 표면이 확실히 오염된 식품만 측정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햇다. 때문에 "1억원 이상 측정기라야 정밀 점검이 가능하다"며 "시.군 단위로 각각 1대씩 정밀 측정장비를 보유해야 안전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민 경북 녹색당 사무처장은 "그 동안 일부 학교가 식품 방사능을 측정했지만 식품이 아닌 대기용 간이 휴대용 측정장비로 측정해 엉터리 수치에 불과하다"며 "학교 수와 학생 수에 비해 방사능 측정장비가 턱 없이 모자라 대책이 시급하다. 경북교육청과 경북도, 각 시.군이 안전 급식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정밀 측정장비를 도입하고 전수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구경북 37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대구경북 시민모임'도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남규 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은 "대기 중 방사능을 재는 휴대용 장비로는 세슘과 요오등 등 식품 방사능의 정밀한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대구경북 시.도교육청이 방관하는 동안 아이들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됐다"고 했다. 또 "있는 장비도 활용 못하고 일부 학교 생선만 검사하는 것은 유명무실한 정책 단면"이라며 "빨리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13.9.10.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13.9.10.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오현경 대구교육청 교육안전담당관은 "지난해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아 대구 급식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밀 측정장비가 있으면 좋지만 예산이 부족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어렵다. 유통단계 검사를 강화하고 지금 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낙원 경북교육청 급식지원과 담당자도 "고가의 측정장비는 예산 부족으로 사기 어렵다"며 "학교들이 개별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 경북교육청이 새로 장비를 구입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지역 시민단체는 지난해 "대전교육청이 무용지물 방사능 측정장비를 구입했다"며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방사능안전급식 실현을 위한 서울연대회의 준비위원회'도 지난해 1월 "550만원짜리 측정기로 방사능 오염 식재료를 못 막는다"며 서울교육청에 "식품 방사능 정밀 측정기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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