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국정교과서' 집행정지 첫 심리, 적법성 공방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3.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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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측 "학운위 표결 번복·교원동의 규정 위반에 교육권도 침해...위헌" / 교육청 측 "위법성 없다"


국정교과서 집행정지 신청 첫 심리를 기다리는 문명고 학부모들(2017.3.9.대구지법)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교과서 집행정지 신청 첫 심리를 기다리는 문명고 학부모들(2017.3.9.대구지법)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사립고 문명고등학교(교장 김태동) 학부모들이 경상북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국정교과서 사용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한 첫 심리가 열렸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부 손현찬·이혜랑)는 지난 2일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학부모 대책위원회' 소속의 1학년 학부모 박모(46)씨, 조모(47)씨, 3학년 학부모 양모(47), 박모(47), 신모(49) 등 모두 5명이 이영우 경북도교육감과 김영우 경북도교육연구원장 등 2명을 상대로 낸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1차 심리기일을 9일 진행했다.

학부모대책위 측 법적 대리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영준(법무법인 일현), 이영기(법무법인 자연) 변호사가, 경북교육청 측 법적 대리인은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가 맡았다. 당초 법원은 별관 조정실에서 첫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학부모들 30여명이 대거 참석하면서 조정실보다 좀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신별관의 정식 재판장으로 장소를 옮겨 1시간 가까이 심리를 진행했다.

국정교과서 철회 집회 중인 문명고 신입생들과 학부모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교과서 철회 집회 중인 문명고 신입생들과 학부모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첫 심리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4가지였다. 원고 측인 학부모대책위 변호인단과 피고 측인 경북교육청 측 변호인단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 표결 번복 ▷교원동의율 규정 위배 등 절차적 적법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또 ▷학생의 자율적 교육선택권과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 침해 여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의 공공복리성 여부 등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특히 원고 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문명고는 지난 2월 14일 연구학교 신청을 위한 학교운영위회 회의에서 1차 투표 결과 7대2로 반대가 많았지만 김 교장이 학부모위원 5명을 30분간 설득해 재투표를 진행했다. 이어 찬성 5, 반대 4로 첫 투표 결과를 뒤집었다. 재투표로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이영기 변호사는 "경북교육청 지침인 <학교운영위 업무편람>은 회의진행 원칙으로 '한 번 부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동일한 회기에 다시 심의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사부재의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태동 문명고 교장(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교원동의율규정과 관련해서도 문명고가 절차적 적법성을 어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북교육청 연구학교 운영지침은 연구학교 제한 사항으로 '불법찬조금 관련·학교폭력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학교와 교원의 동의율이 80% 미만인 학교는 공모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은 이 지침을 무시하고 지난달 8일 관내 중·고등학교에 '교원동의절차를 생략해도 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김영준 변호사는 "학교에서 주장하는 73% 동의율도 교육청의 80% 동의 운영지침에 미치지 못하며 동의 절차에 있어서도 그 양식과 기준에 맞게 했는지 의문"이라며 "교육청 운영지침은 행정청이 자기구속을 받음에도 이를 충족시키지 않고 한 것은 지침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원고 변호인단은 또 "내신은 국정, 수능은 검정교과서로 배워 입시에서 불리함은 명약관화하다"며 "헌법 제10조(인격권, 자기결정권)와 제19조(양심의 자유), 제31조 2항(자녀교육권)·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 침해로 국정교과서 사용은 위헌적"이라고 했다. 이어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로 학사과정을 배워 입는 손해는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공공복리와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며 운동장에서 집회 중인 문명고 학생들(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며 운동장에서 집회 중인 문명고 학생들(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학운위 재투표는 신청 과정에서 하나의 절차일 뿐 일사부재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교원동의 지침도 당시는 적용을 제외해 적법성에 문제 없다. 위법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주교재만 국정이고 보조교재는 천재교육 검정교과서를 사용해 손해는 없다"며 "오히려
공공복리면에서 국가정책을 실현 할 유일한 학교다. 문명고의 연구학교 신청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심리 막바지에 교육부 박희동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장학관이 예고 없이 찾아와 발언권을 신청하면서 학부모들 원성을 샀다. 원고 측 변호인단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나 재판부가 수용해 5분간 국정교과서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했다. "국정교과서를 미리 배워 수능에 유리하다. 수정 보완을 거쳤다. 오류 투성이라는 것은 언론 과장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등의 발언을 했다. 심리 종료 후 학부모들은 "왜 왔냐. 양심도 없다. 얘기 좀 하자"며 따라갔지만 박 장학관은 금세 자리를 피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6일까지 학운위 녹취록이나 기록일지 등 추가 자료를 검토하고 오는 20일 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법원이 신청을 인용하면 문명고는 고1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게 된다.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는 학교가 전국에서 한 곳도 없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기각되면 문명고는 즉각 국정교과서를 배포하고 수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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