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학부모들 거리에서 '국정화 철회' 첫 촛불 들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3.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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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학부모 등 40여명 경산오거리 촛불집회 "함량미달 교재 강행하면 집단 전학...교장, 결단해야"


문명고 학부모들이 거리에서 '국정화 철회' 첫 촛불을 들었다(2017.3.2.경산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명고 학부모들이 거리에서 '국정화 철회' 첫 촛불을 들었다(2017.3.2.경산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구마 1,000개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교장 선생님 불통에 정말 놀랐어요"

2일 저녁 7시 경북 경산시 경안로 186 경산오거리. 이모(44) 경산 문명고등학교 재학생인 학부모가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을 들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교인 문명고 재학생 학부모로서 이날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국정화 철회를 위해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시위에 나섰다.

문명고 신입생 학부보가 경산오거리에서 '국정화 반대' 촛불을 밝혔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명고 신입생 학부보가 경산오거리에서 '국정화 반대' 촛불을 밝혔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을 든 학부모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을 든 학부모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입학식인 이날 오전 150여명 문명고 1학년 신입생 대다수는 근조리본을 달고 국정화 철회 시위를 했다. 김태동 교장은 신입생들의 집회를 이유로 입학식을 중단시켰다. 춘삼월 고교 신입생들의 설렘은 국정교과서로 인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악몽의 날로 변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 문명고 신입생들은 입학식을 잃었고 학부모들은 꽃다발 대신 피켓을 들어야 했다.

당일 저녁 문명고 신입생, 재학생 학부모 20여명을 포함한 '문명고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산 시민 등 40여명은 처음으로 경산시내 거리에서 국정화 철회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지난 2월 17일 국정화 채택 발표 후 학내와 학교 주변에서 촛불집회와 피켓시위를 벌였지만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부터는 학교를 벗어난 길에서 국정화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촛불을 들고 오거리를 행진하는 학부모들과 시민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들고 오거리를 행진하는 학부모들과 시민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부모들은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낀 채 추위가 가시지 않은 거리에서 촛불을 치켜들었다. 오거리 횡단보도 곳곳에 촛불을 밝힌 학부모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바람을 겨우 막고 2시간 가량 국정화의 부당함을 알리고 철회를 촉구했다. 학생들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학부모들 만류로 보류됐다. 

오전 입학식에 참석한 한 신입생 학부모 김모(46)씨는 이날 교장을 처음 만난 소감을 밝혔다. "윤리 교사로 좋은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직접 만나고 놀랐다"며 "국정화를 왜 거부하는지 전혀 들으려하지 않고 자신만 옳다고 하는 고압적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민주주의를 모르는 분 같았다"고 했다.

오거리 곳곳에서 피켓과 촛불을 든 학부모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거리 곳곳에서 피켓과 촛불을 든 학부모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다른 학부모 박모(44)씨는 "함량미달 교재를 강행하면 2~30여명이 추가로 전학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막무가내 답만 되풀이 했다"면서 "최소한 올해는 보류하자는 학부모들의 항의도 묵살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이 학교로 온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장선생님은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사주해서 학생들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교장선생님은 누가 사주해서 그렇게 국정화를 밀어 붙이냐"며 "제발 한 번의 결단을 내려서 이 사태를 마무리 짓자"고 호소했다.

학부모들은 이날부터 한 달가량 집회 신고를 내고 국정교과서 철회 때까지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국정교과서를 배포하면 전량 수거해 교육부에 일괄 반송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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