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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지금 정치에 냉소하고 삶에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을 위해
김선주 /『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저 | 푸른숲 | 2010.10)
2014년 03월 07일 (금) 09:58:37 평화뉴스 pnnews@pn.or.kr

 2011년 2월 중순 어느 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합격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나를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에 공부하던 책들을 죄다버렸다. 그리고 이제껏 남들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뭘까 어떻게 살아야 진짜 사는 걸까 마음껏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다시 불교 공부도 시작하고, 이따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자금만을 마련하며 남들이 총총 바쁜 걸음으로 다닐 때 혼자 느릿느릿 걸어보기도 했다. 그런 생활 중 청춘콘서트를 비롯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온갖 일에도 부딪혀 보고 사람들에게도 치여 보고 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어떤 길인지 차근차근 알아가는 시간들을 보냈었다.

 청콘을 같이 했었던 친구들과 딱 한번 독서모임을 가졌었는데 책 제목은 말할 수 없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에 관한 책이었다. 그 책은 내가 이제껏 돈 주고 산 아까운 목록 베스트3 안에 들 정도의, 읽다가 화가 나서 다 읽지도 않고 독서모임에 갔었고 그 책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로 열띤 토론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책이 지금의 청춘을 대표하는 책인가 싶어 서점을 뒤적거렸다. 분명 『 88만원 세대』말고도 지금의 20대를 잘 바라볼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그때 발견한 이 책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이다.
 
   
 저자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명문대학교 학생들이 아니다. 본교가 아닌 캠퍼스출신 이라는 것에 대해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편으론 본캠 출신처럼 보이고 싶은 학생들의 모습들을 나도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대학교 때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서 그들의 목소리 속으로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 엄기호는 책속의 학생들을 안타깝게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저자가 "이것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일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나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어로 말한다면 이 책이 20대들과 연결되는 전치사는 ‘about/on’도 ‘to’도 아니고 ‘with’이다. 그들은 내 앎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에 대한 앎의 지적파트너였다."(p.20) 표현하듯이 담담히 학생들의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책 머리말이 “너흰 괜찮아”인 것처럼 말이다.

"성장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교육을 받고 사람을 만나고 자기 일을 하는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성장하지 않는 삶을 비난한다. 그 비난은 20대에게 쏟아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이들이 여전히 유아적이고 의존적이며 주체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성장'에 대한 이야기에 기대어 현재의 대학생들을 비난하고 있다.(p.12)

 지금까지 참 많은 20대에 대한 담론들이 오고갔지만 지속적이지도 못했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들이 더 커지지도 않아 더 확장되지도 못했던 것 같다. 무조건적인 winner가 되길 강요하고, 사회 맨 꼭대기 딱 한자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loser로 만들어 버리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진짜 살아남기 위해, 낙오되지 않기 위해 스팩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나 역시 지금 우리사회를 아우르는 거대한 강물줄기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한 사람으로서 그 속에서 다른 세상을 꿈꿀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거니와 경쟁 속에서 위너가 되는 꿈이 다들 너무나도 간절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힘들면 연락해~ 내가 밥 사줄게.’ 정도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힘이 빠져있거나 더 이상 청년들에게 미래가 없다며 좌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결국 그 물줄기를 거슬러 뭍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가 방황해도 괜찮다고, 좀 다르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내 마음속 갇혀 버린 댐에 작은 짱돌을 계속 던져 주었기에 나는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로 다시 많은 청춘들이 나는 지금 정말 괜찮은 건지 멈춰 서서 대자보를 향하게 했다. 하지만 안녕들 대자보로 많은 청년들이 거리로 나오게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도서관에서 숨죽이고 있을 누군가의 가슴속에 짱돌 몇 개쯤은 던졌다. 그리고 그 수는 모른다. 얼마나 많을지도 모른다. 뼈속까지 드리워진 자본과 체제의 그늘을 한꺼번에 바꿔버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의 내가 괜찮은건지, 나를 둘러싼 사회를 넘어서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생산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돌을 던지는 나부터 두려워 말고 그저 툭툭 던질 수 있는 배짱도 키워야겠지.

 이제 본격 사회인 생활 2년차이자 시민단체 상근활동가 2년차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가 되었다. 지금 이만하면 그래도 잘 가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토닥여 주면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달을 제대로 보고 가는 건지 손가락을 보고 가는 건지 가끔 흔들릴 때도 있긴 하다. 책의 저자가 교실이 불가능 해지는 이 시대에 교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말이 안될지 몰라도 그럼에도 교실을 대학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대학에 저항하는 친구들이 있는 한 살아있는 교실은 여전히 가능할 수 있기에 진리가 상연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에 어떤 짱돌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책 속의 길] 120
김선주 /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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