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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50일...'하늘 감옥'에서 만난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
[인터뷰] 해고 13년 간호사 박문진·송영숙씨 74m 고공농성장
..."20여년 노조탄압 진상규명, 끝까지 갑니다"
2019년 08월 19일 (월) 18:42:2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장서 50일만에 만난 박문진씨와 송영숙씨(2019.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74m 의료원 옥상에서 50일째 고공농성 중인 여성 해고자들..."잘 지냈어요?"

"어제도 영상 49.9도를 찍었다. 타들어 간다. 환풍기 악취에 반사빛, 모래 바람까지 사방이 최악이다"

19일 오후 2시 대구시 남구 현충로 영남대학교의료원 응급의료센터 14층 건물 74m 옥상에서 지난 7월 1일부터 50일째 고공농성중인 해고자 박문진(58.간호사) 전 노동조합 지도위원과 송영숙(42.간호사) 전 노조 부위원장을 만났다. 2명의 여성 간호사들은 지난 2007년 불법파업을 이유로 해고된 지 13년만에 병원 옥상에 올라 원직 복직과 노조탄압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장기 농성 중이다.

지상으로부터 74m '하늘감옥'에 스스로 가둔 해고자들은 병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봤다. 하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하늘로 올랐다. 15년차 간호사 선후배 사이인 해고자들이 옥상에서 기댈 곳은 서로의 등 뿐이다. 발목까지 겨우 올라오는 난간을 방패 삼아 텐트를 치고 간이천막을 둘러 올해 여름을 났다. 응급센터 환기구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에어콘 실외기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 시멘트에 섞여 날아오는 모래 가루, 고공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그리고 74m 아래로 보이는 까마득한 땅까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복직을 향한 사투는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 간이 천막 안 1평 텐트에서 해고자들은 50일을 버텼다(2019.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0도 폭염...1평 텐트·간이 천막 "땀띠에 알레르기, 동료들 응원 메시지가 동아줄"
 
성인 2명이 누우면 꽉 차는 1평 조금 넘는 텐트 속에서 해고자들은 생활 중이다. 식사는 매일 3번 도르래를 통해 전달된다. 농성장으로 가는 출입문은 지문인식기가 있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또 전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조배터리를 이용해 손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다. 수돗물은 얼마전 병원 측이 수도를 연결해 양동이에 물을 담아서 사용하고 있다. 건강에는 아직 큰 이상이 없는 상태다. 땀띠와 햇빛 알레르기로 몇 주 고생했지만 최근 안정됐다.

살림살이는 단촐하다. 의식주에 필요한 간단한 것들만 농성장에 남겨놨다. 나머지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온도기는 영상 50도 이상 올라가면 까맣게 변해 작동하지 않는다. 오후 7시가 되면 사위가 어두워져 텐트 안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다다. 가져간 책 1권도 다 읽지 못했다. 사이 사이 병원 동료들이 보내 준 응원, 위로의 문자가 힘이다. "함께 싸우지 못해 미안하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히 내려와라" 지상에서 쏘아올린 메시지가 동아줄이다. 50일만에 만난 기자들 앞에서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에도 옥상으로 올라 올 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떠올릴 땐 분노했다.

   
▲ 74m 고공농성장서 손 인사를 하는 해고자들(2019.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창조컨설팅, 구사대, 매일 100명씩 탈퇴서..."청춘 다 바친 병원서 벌어진 노조탄압 생생"

1995년-2007년 대규모 파업과 관련해 병원이 고용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사측의 당시 태도에 대해 해고자들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문진 전 지도위원은 "창조컨설팅 대표가 유성기업, KEC 등 타사에서 '영남대의료원도 우리가 다 했다(노조 깨기)'고 말하고 다닌 게 이미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며 "기획탄압은 존재했다. 매일 70~100명 노조 탈퇴서를 냈는데 이게 그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냐. 술은 마셨는데 음주는 아니다, 결혼은 했지만 유부남은 아니다 논리랑 똑같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에 탈퇴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으면 담당 교수가 전화해 만나거나, 후배 일자리와 인수 인계를 놓고 악랄하게 굴었던 게 사실"이라며 "청춘을 다 바쳐서 병원에서 일했는데 이렇게 병원이 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5년 50일 파업 당시 사측이 조합원들 머리채를 잡고 끌고가고, 단식농성을 하는데 와서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학교법인) 영남학원의 구재단, 바로 박근혜 측근들이 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저질렀던 것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송영숙 전 노조 부위원장도 파업 당시 노조탄압을 증언했다. "당시 사측 고위 인사가 직접 나와서 지시하며 구사대(求社隊. 사측이 고용한 파업 파괴자)들을 동원해 농성장을 침탈했다"며 "그 장본인은 여전히 의료원에 남아 있다"고 했다. 때문에 "우리의 해고는 당시 사태와 다 연결돼 있다"면서 "노조 기획탄압 안에서 모든 게 이뤄졌기 때문에 해고자도 발생했고, 노조도 무너졌다. 20년이 넘는 영남대의료원 노조탄압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노조탄압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2019.8.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공농성 언제까지?..."원직 복직, 노조탄압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될 때까지 갑니다"
 
고공농성 기한에 대해선 의료원이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무기한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 전 지도위원은 "원직 복직은 노조와 개인 명예 회복 차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탄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며 "외롭고 쓸쓸하지만 현재로선 끝까지 버틴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송 전 부지부장도 "하나로 얽혀있다. 복직만 되거나 진상규명만 되거나 하나만 받아들여지만 절반의 승리"라며 "옥상에 올라올 수 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인 노조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해고자 복직까지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공농성 50일째인 이날 오후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소장 조정희) 는 각각 해고자 농성장을 찾았다. 여 의원은 김태년 영남대의료원 원장을 만나 '사회적 타협'을 제안했고, 대구인권위는 현장 점검을 펼쳤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오후 영남대의료원 호흡기센터 앞에서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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