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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고공농성' 100일인데...영남대의료원 13년 해고자의 편지
[특별기고] 박문진(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벼랑 끝, 50도 넘는 폭염과 다섯 번의 태풍...생명을 다루는, 너나없이 대우받는 문턱 없는 병원을"
2019년 10월 07일 (월) 10:21:09 평화뉴스 pnnews@pn.or.kr

박문진(58.간호사) 전 영남대의료원노동조합 지도위원과 송영숙(42.간호사) 전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019년 7월 1일부터 영남대학교의료원 응급의료센터(대구시 남구 현충로) 14층 건물 74m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0월 7일 현재 99일째이며 내일이면 100일이 됩니다. 지난 2007년 '불법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들은 13년째 "원직 복직"과 "노조탄압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장서 만난 박문진(사진 왼쪽)씨와 송영숙씨(2019.8.19, 고공농성 50일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턱이 없는 병원              

햇살이 차별을 두지 않고 세상 모두를 골고루 비추듯이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이
노동조합의 첫 걸음입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의사들의 담배, 은행업무 등 사소한 일들의
심부름을 해야 하고 반말은 일상이고 미쓰 리로 불리며
인격적인 모독은 다반사였습니다.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의사가 어지간히 환자들에게 잘 했을까요?
간호사들 인력충원이 되지 않아 한 달에 밤 근무를 이주일 씩 하는(현 6-7개)
강도 높은 노동 강도와 저임금, 그리고 열악한 근무조건은 직원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펄럭이는 자존심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영남대의료원도 노동조합 깃발을 우뚝 세웠습니다.
오랜 투쟁과정에서 부당한 대우에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고
시간외 근무를 해도 받지 못했던 수당을 받아내고
근무조건과 임금인상은 몰라보게 향상되었습니다.

환자들과 함께 일하는 병원노동자로서 뒤통수가 당기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환자들의 인권, 과잉진료, 동의 없이 시행되는 검사,
전무한 편의시설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투쟁도
함께 했습니다.
특진비 폐지, 과잉진료 금지, 존댓말 사용, 보호자 침대, 냉장고, 샤워시설 설치,
티브이 무료시청(동전을 넣었지요), 주차비 무료, CT & MRI 보험적용, 영리병원 반대 등
환자들이 돈벌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고,
국가가 시민들의 건강권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래서 무상의료까지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주장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도 의료제도 투쟁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함께 했고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노동조합의 깃발은 조합원들의 긍지와 자존심이었습니다.

   
▲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박문진씨와 송영숙씨의 '복직' 고공농성(2019.7.1, 고공농성 첫 날) / 사진 제공. 영남대의료원지부

멈춰선 깃발

2006년도 요구사항은 위와 별반 차이 없이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사측은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했고 파업을 유도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조파괴전문 기관인 ‘창조컨설팅’과 계약해서
우리 노동조합을 철저하게 깼습니다.
950명 조합원들이 80명만 남았고, 10명의 해고와 28명을 징계하고,
3일 부분파업에 56억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조합간부들 통장을 압류하고
이후 사측이 조정신청을(100% 노조가 냄) 내기도 하면서
노동조합을 완전 파괴 시키려 했습니다.

자존심을 되찾아야 했습니다

해고자 10명중 7명은 복직판결을 받았고, 3명만 해고자로 남았고
손해배상은 기각 됐습니다.
해고된 지 13년 동안 저희들은 멈춘 깃발을 다시 펄럭이게 하기 위해
최선의 투쟁을 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것처럼 긴 싸움에 잊히지 않기 위해,
‘우리 해고자가 여기 있다’ 라는 신호를 보내며
많은 투쟁들을 했고, 이 영남학원(영남대, 영남이공대, 영남대의료원) 주인인
박근혜 집 앞에서 57일 동안 매일 삼천배도 했습니다.
삼천 배만 해도 돌부처가 돌아앉는다는데 약 17만 배를 했어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 영남의료원 해고자 박문진씨와 송영숙씨의 고공농성(2019.7.4, 고공농성 4일째)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조를 파괴 시킨 것에 대한 책임과 노동조합 정상화, 해고자 복직에 대한
끝을 보고 싶었습니다.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수확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민주노조의 깃발을 힘차게 펄럭이고 싶었습니다.

70M 병원고공 농성은 그런 간절함으로 시작했고, 100일이 되었습니다.
50도가 넘는 혹독한 여름을 보냈고 다섯 번의 태풍을 맞았습니다.
가을이 왔고, 고공투쟁 100일이 되었지만 노사교섭에서
진척된 것은 없습니다.

13년 동안 콧방귀도 뀌지 않았던 잔인한 사측이 어떤 안을 갖고 나오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 엄중한 싸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고, 그것이 이 병원이라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사람의 도리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병원사업장에서 고공투쟁을 하는 곳은 우리가 처음입니다.
그만큼 사측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모는 것입니다,

   
▲ 간이 천막 안 1평 텐트에서 두 해고자는 50도가 넘은 폭염과 다섯 번의 태풍을 견뎠다(2019.8.19, 고농농성 50일째)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환자 보호자분은 불편하시겠지만 이 투쟁은 의료제도개혁에 대한 투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저희들을 격려해 주시고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오는 사람이 없게 문턱이 없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고,
병원직원들도 너나없이 대우를 받는 문턱 없는 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고]
박문진 /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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