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밀리고 치료 못해" 환자 울상...대구 의사 '진료거부' 언제까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8.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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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병원 전공의·전임의 대부분 집단 휴진에 수술 '반토막', 동네병원 곳곳 2차 파업 "증원 반대"
환자 가족들 '막막', 노부부 이병원 저병원, 시민단체 "철회" 1인시위...의사 내부서도 "복귀 후 숙의"


대구 의사들 진료거부(전국의사 2차 파업)로 수술이 밀리고 치료도 못 받은 환자들이 울상을 지었다.

70대 노부부 이모씨와 한모씨는 26일 정오부터 1시간 넘게 손을 붙잡고 대구 중구 일대를 돌아다녔다. 할아버지가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어 자주 가던 내과를 찾았지만 휴진해 문 앞에서 돌아섰다. 근처의 다른 의원도 상황은 같았다. 할아버지는 혹여 할머니에게 감기를 옮길까 싶어 폭염의 날씨에도 두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있었다. 4번째로 들어간 병원은 다행히 문을 열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병원을 찾아다니는 노부부(2020.8.26.대구 중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병원을 찾아다니는 노부부(2020.8.26.대구 중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사 2차 진료거부 '휴진', '단축진료' 등 문 닫은 대구 병원들(2020.8.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사 2차 진료거부 '휴진', '단축진료' 등 문 닫은 대구 병원들(2020.8.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모 할아버지는 "혹시 코로나19일까봐 어제부터 잠을 못잤다"며 "파업이니 휴진이니 이런 걸 모르니까 그냥 (병원에) 왔는데 할머니를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이 이렇게 다 휴진하는 건 좀 그렇다"면서 "나처럼 고생하는 환자들이 없게 빨리 의사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북대학교병원 삼덕동 본원 접수처는 평소와 달리 썰렁했다. 전공의·전임의 대다수가 집단휴진에 동참해 수술과 치료 일정이 거의 취소된 탓이다. 한산한 로비 의자에는 환자와 가족 한 두명이 다였다.

의사 2차 파업으로 경북대병원 로비 접수처가 썰렁하다(2020.8.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사 2차 파업으로 경북대병원 로비 접수처가 썰렁하다(2020.8.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환자 가족인 60대 여성 조모씨는 남편의 허리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거부로 인해 일정이 지연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막막하기만 하다. 조씨는 "빨리 정상이 되길 바란다. 사람 피를 말린다"며 "환자들이 이렇게 불편해하는데 의사들이 좀 이기적인 것 아니냐. 생업도 있는데..."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국 의사들은 문재인 정부 '의과대학 정원확대'에 반발해 이날 2차 진료거부(총파업)를 강행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전날 협상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2차 진료거부에는 경북대병원 전공의 194명 중 167명, 영남대학교의료원 전공의 165명 전원, 계명대학교 성서동산병원 전공의 182명 중 169명,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144명 중 138명 등 대다수가 참여했다. 이에 따라 경북대병원은 하루 평균 수술 일정이 45건에서 11건으로 4분의 1로 줄었고, 나머지 3개 대학은 수술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 반토막 났다.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동네병원, 개원의)은 전체 1천8587곳 중 일부만 2차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휴진 당시에는 동네병원 587곳(31%)이 동참했으나 2차 때는 대다수가 문을 열었다.    

경북대병원 한 전공의의 "공공의대, 증원 반대" 1인 시위 / 사진.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한 전공의의 "공공의대, 증원 반대" 1인 시위 / 사진.김영화 기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진료거부에 들어간 수도권지역 의사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수도권 중심의 코로나19 확산 상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정지 1년 이하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의협과 전공의들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진료거부를 이어간다. 환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대구 시민사회와 정당들은 진료거부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날 대구시의사회관 앞에서 "코로나 재유행 국민건강 위협, 진료거부 철회", "지역 공공의료 확충" 촉구 1인 시위를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날 "지역 간 의료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의 의사 파업은 결코 지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서에서 "명분 없는 의사 집단의 진료거부를 즉각 중단하라"며 "환자 안전 위한 의사 인력 확대는 의정협정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집단 진료거부 철회하라" 대구참여연대 대구시의사회관 앞 1인 시위 / 사진.대구참여연대
"집단 진료거부 철회하라" 대구참여연대 대구시의사회관 앞 1인 시위 / 사진.대구참여연대

의사들 내부에서도 조심스럽지만 파업을 접고 복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교수는 "지금까지 협상안이 다소 미흡해도 복지부 장관이 정책 추진 유보를 약속한 만큼 의협은 정부를 믿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그래야 코로나19 환자는 물론이고 다른 중증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대 신입생 증원에 의협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서 끝까지 파업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 "코로나 재유행이 어느정도 진정된 후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여 공부하고 토론하는 숙의 과정을 거쳐 적정 의대 입학 정원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구전공의협의회 소속 경북대병원 20대 남성 레지던트(전공의)는 동성로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일할수록 적자나는 흉부외과, 사람나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느냐"며 "근본적 해결책은 기피 과 처우개선이지 공공의대 설립과 무턱댄 증원이 아니다.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는 진료 중단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한다. 소송 지원 문의는 대구참여연대로 전화(053-427-9780) 또는 메일(dgpeople@gmail.com)로 접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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