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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최재형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
[김윤상 칼럼] 중립적 공공기관장 임면은 국민의 상식으로 판단해야
2021년 08월 02일 (월) 10:30:47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헌법 제7조는 공무원에 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제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해방 이후 이승만·박정희 정권 등이 공무원을 정치 목적으로 동원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 헌법 조문이 절실하고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일반 공무원보다 검찰총장, 감사원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같은 권력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은 더 중요하다. 정치 권력이 이런 자리에 자기 심복을 심어놓고 공작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대법원, 헌법재판소 같은 사법기관은 물론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언론 관련 공공기관 등의 정치적 중립도 특별히 중요하다. 하지만 중립적 공공기관장의 선임 과정에 거의 예외 없이 정치권이 관여하며 또 최종 인선에서 대통령의 선택이 작용한다.

윤석열과 최재형의 중립성 논란

게다가 최근에는 반대 방향의 중립성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표적 수사했다는 논란이 있다. 또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책 추진 과정에 과도한 잣대를 갖다 댔다는 논란이 있다.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정권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공무원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지금보다 더 많이 누려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을 포함한 국정 방향은 정권과 국민 사이의 정치 과정을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공무원이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면 반헌법적이고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그동안 이런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해결하는 제도 역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공직자가 정치를 한다는 강한 의구심이 생기더라도 해임은 극히 어렵다. 웬만해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탄핵이나 상식보다 엄격한 증거가 필요한 징계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 사진 출처. JTBC '정치부회의' <윤석열·최재형, 세 대결·좌장 쟁탈전…'쥴리' 앞에선 한마음>(2021-07-29) 화면 캡처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해법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필자가 우리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때 참고하는 상상의 나라 ‘율도국’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율도국 지인의 설명을 소개한다.

율도국에는 한국처럼 선거에 의해 구성하는 선거의회 외에, 공무담임권을 가진 국민 중 무작위 추첨하여 구성하는 ‘시민의회’가 있습니다. 시민의회 의원의 정수는 100명 이상, 임기는 2년이며, 무작위 추첨의 우연한 편향성을 막기 위해 반년마다 의원의 4분의 1씩 교체합니다. 보통의 안건은 선거의회에서 처리하되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필요한 중요 안건, 선거의회 내의 의견 대립이 심한 안건, 선거의회의 예산・보수・특권 등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안건은 시민의회에서 다룹니다.

중요한 중립적 공공기관장의 임명・해임은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필요한 중요 안건’에 해당하여 시민의회 소관입니다. 기관장의 임명은 추천위원회의 복수 추천을 거쳐 시민의회에서 최종적으로 인선하고, 해임은 선거권자 10만 명 이상, 선거의회 재적 4분의 1 이상 또는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시민의회에서 결정합니다. 또한 이들 공공기관장은 퇴임 후 5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율도국의 시민의회와 비슷한 방식이 더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재개 여부에 대해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한 바 있는데, 시민참여단은 일반 국민 중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500명으로 구성되었었다. 율도국의 시민의회는 이런 시민참여단이 의회로 격상된 상설기구라고 보면 된다.

출마 제한 + 시민참여단 강화부터

이렇게 율도국은 중립적 공공기관장 인사를 정치 권력과 정당 정치로부터 분리하고 있다. 그러나 율도국 제도를 그대로 우리가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적대적 진영 정치에 물든 한국에서는 시민의회 역시 숙의민주주의의 이상과는 달리 비이성적인 정쟁에 휩쓸리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율도국 지인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이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선구제와 단순 다수 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런 체제에서는 대체로 양대 정당이 정치 생태계를 장악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국민 여론도 둘로 쪼개지면서 혐오와 대결의 정치풍토가 조성되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민의회도 정치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율도국은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가 완전히 비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으며, 거의 예외 없이 여러 정당이 의석을 분점하게 됩니다. 하나의 정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러 정당 간의 연합과 타협이 불가피합니다. 더구나 율도국은 내각책임제 국가로서 협치를 무시하면 정부 구성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양대 진영으로 나뉜 채 투쟁과 반대를 일삼는 적대적 정치풍토는 없습니다. 시민의회도 숙의민주주의에 어울리게 이성적인 토론과 설득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율도국처럼 될 수 있을까? ‘출마 제한’은, 내년 대선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여야가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민의회와 내각책임제 그리고 헌법기관장의 임명・해임 방식 변경은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우선은 ‘시민참여단’을 시민의회에 버금가는 기관으로 승격시켜 헌법기관을 제외한 중립기관장의 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부여하면 좋겠다. 어느 정파건 야당이 되면 중립기관장 인사의 정치색 배제를 강조해왔으므로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힘이 한사코 반대했었고 여권도 거대 정당의 기득권 포기를 주저할 것이므로 확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일단 제한적이나마 첫발은 뗐으니 그 이전보다는 기대치를 더 높게 가져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이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온 모범 국가다. 멀어도 바른길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

   






[김윤상 칼럼 106]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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