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대구시, 13년 걸린 '취수원협정' 파기...구미 해평 대신 안동댐 사용 추진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8.18 18: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정 체결 4개월 만에 해지 통보
해평취수원→안동댐 물 사용 추진
홍준표 '맑은물 하이웨이' 본격화
구미시 "귀책 사유 대구시" 반박
지자체 '네 탓 공방' 갈등 원점으로
시민단체 "철회·지지" 찬반 엇갈려    


대구시가 구미시와 체결한 취수원 협정을 해지하고, 해평취수장이 아닌 안동댐 사용을 추진해 논란이다. 

대구시와 구미시에 18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앞서 16일 구미시에 '대구시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협조 요청서'를 보냈다. 대구시는 요청서에서 "김장호 구미시장 최근 발언은 앞서 체결한 협정('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파기한 행보"라며 "더 이상 구미시와 취수원 다변화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 전경 / 사진.구미시
낙동강 상류에 있는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 전경 / 사진.구미시

협정 파기 선언과 함께 대구시는 "▲구미 5국가 산업단지에 대한 오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화학공장과 유독물질 배출 공장 입주 배제 ▲구미시 관내에 있는 전체 산업단지에 대한 오·폐수 정화시설 보강 ▲5국가산단 유치업종 확대에 대구시 더 이상 부동의" 등 3개의 항의 입장도 요청서에서 담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구미시장에게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을 통보하고, 구미시와의 13년에 걸친 물 분쟁을 종료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또 "협약 발표시 제공하기로 한 현금 100억원은 집행을 취소하고, 연말에 채무변제에 사용하겠다"면서 "250만 대구시민은 더 이상 구미시장 한 사람에게 농락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이다. / 사진.대구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이다. / 사진.대구시

이어 "피해자에게 가해자 은전만 기대하면서 상생·협력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를 비굴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상수원을 구미에 매달려 애원하지 않고 안동시와 안동댐 물 사용 협력·상생절차를 논의하고 환경부·수자원공사와도 협력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르디우스 매듭을 잘라 버리듯 대구시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환경부에 협정 해지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구했다. 

구미시도 18일 "대구시의 일방적 파기 통보에 깊은 유감"이라며 "취수원 이전 사업이 중단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대구시민에게 전가될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대구시에 발송했다. 또 "구미시는 당사자간에 신중히 검토·추진돼야 한다고 밝혔을 뿐, 물을 못 준다거나 협정 무효화·파기를 선언한 일은 없다"면서 "산단 입주업종 제한 등 취수원을 이용해 압박하는 건 기업 위축·지방 투자를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기존 협정이 구미시민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됐기 때문에 재검토하자는 거지 파기하는 건 유감"이라며 "귀책 사유는 대구시에 있다"고 밝혔다.    
 
김장호 구미시장 / 사진.구미시
김장호 구미시장 / 사진.구미시

대구시는 올해 4월 4일 구미시, 경북도, 국무조정실, 환경부, 한국사자원공사등 5개 단체와 '맑은 물 나눔 상생 발전 협정'을 체결했다. 구미시에 있는 해평취수장을 통해 나온 하루 평균 30만톤(t)의 물을 대구지역과 경북지역에 공급하는 협안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해평취수장에서 대구정수장까지 전체 길이 45.2km에 이르는 식수용 관로를 신설해 오는 2028년 이후부터 대구지역에 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구시가 구미시와 취수원 논쟁을 벌인 지 13년 만에 성과였다. 지난 2009년 발암물질 1,4-다이옥산이 구미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는 것이 확인된 후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단에서 영향이 적은 산단 상류지역 해평취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구미시에 요구했다. 하지만 구미시는 '수량 부족' 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13년 만에 공동 사용협약을 맺으면서 갈등은 매듭지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장세용 구미시장, 문재인 정부에서 갈등을 푼 셈이다.  

그러나 김장호 구미시장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김 시장은 "전임 시장의 졸속협약"이라며 "취수원은 구미시가 아닌 대구시 문제다. 취수원을 구미보 상류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길 바란다"고 대구시에 통보했다.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자 신입 홍준표 대구시장도 참지 않았다. 홍 시장은 "낙동강 하류 수질오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할 말은 아니다"고 되받아쳤다. 2개월간 홍 시장과 김 시장은 말 싸움을 벌였고, 결국 협정 파기까지 이르게 됐다.

협정 파기 이후 환경부는 지자체 간 최종 합의가 안될 경우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홍 시장 공약 '맑은물 하이웨이'에 따라 안동·임하댐 사용을 위해 안동시와 협상에 들어갔다. 구미시는 '맑은물 하이웨이안'과 구미시 '해평취수원 상류이전안'을 동등히 검토해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했다.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합 협약식(2022.4.4) / 사진.대구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합 협약식(2022.4.4) / 사진.대구시

지역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홍 시장의 안동댐 취수원 이전 정책은 실효성 없는 엉터리 정책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안동댐은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나온 카드뮴, 비소, 납, 아연 등 각종 발암성 중금속의 거대한 저류조가 된 지 오래"라며 "대구시민에게 중금속 칵테일 수돗물을 안겨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안동~대구 수관로 토목공사에 1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대구시가 수공에 낼 원수 대금도 기존 톤당 53원에서 238원으로 인상된다"면서 "구미공단 폐수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더 획기적"이라고 했다.  

'해평취수원상생구미연합회'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이 8월 내 가시적 결과를 내지 못하면 협정 무산 책임을 물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홍 시장의 안전한 물 공급 대책에 찬성한다"며 "대구시의 안동댐 취수원 이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