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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
[김윤상 칼럼] '특권 없는 세상'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2023년 02월 06일 (월) 11:04:42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지대 추구’(地代 追求, rent-seeking)는 일상 대화에서 잘 쓰지 않는 낯선 단어이므로 지대가 무엇인지를 알아본 다음, 지대 추구가 사회에 해로운지, 해롭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지대 추구는 사회에 해를 끼친다
 
경제학 용어 ‘지대’(rent)는 원래 토지 임대가치라는 뜻인데, 요즘에는 토지 지대와 동일한 특성을 가진 경제적 가치를 모두 지대라고 한다. 우선, 토지의 예를 들어 보자. 갑, 을, 병 세 사람이 무인도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이주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무인도에는 1, 2, 3등급 토지가 각각 한 필지씩 있으며, 각 등급 토지의 연간 평균 수확량은 100가마, 90가마, 80가마라고 한다. 세 사람이 각각 한 필지씩 차지하여 농사를 짓는다면, 1등급 토지를 차지하는 사람은 3등급 토지를 차지하는 사람보다 연간 평균 20가마만큼 유리하다. 이 20가마가 1등급 토지의 연간 지대다. 마찬가지로, 2등급 토지의 연간 지대는 10가마이고 3등급 토지의 연간 지대는 0이다.

이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대는 개인의 생산적 노력과 무관한 가치다. 그저 토지가 한정되어 있고 균질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같은 노력을 투입해도 우등 토지에서는 열등 토지보다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으므로, 세 사람의 능력이 같다면 다들 우등 토지를 차지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즉 윤 대통령이 말한 ‘지대 추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사진 출처. KBS뉴스 <윤 대통령 신년사…"3대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어">(2023.1.1) 방송 캡처

그런데 개인이 지대 추구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 등 비용은 사회의 생산량 증가와는 무관하므로,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지대 추구 비용은 낭비일 뿐이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제도는 좋은 제도이고, 무인도 사례처럼 오히려 사회 비용을 낳는 제도는 당연히 나쁜 제도다. 더구나, 사회의 총생산이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일부 주민이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몫을 부당하게 차지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지대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제도는 분배정의의 측면에서도 나쁜 제도다. 이런 이유로,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라는 윤 대통령의 말은 옳다.

지대를 모두 환수하여 공유하면 해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예 지대가 생기지 않는 사회제도가 최선이다. 그러나 토지의 예처럼 지대의 발생이 불가피하다면? 기본적으로, 토지 취득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무인도의 예에서는 무작위 추첨도 취득의 기회균등을 이루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인구가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시장 거래 등 다른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취득 기회가 균등해도 결과적으로 개인의 노력과 기여와는 무관한 격차가 생기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대를 환수하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면 된다. 그 한 방법으로 환수한 지대를 모두가 균등하게 나눌 수도 있다. 무인도의 예에서 사회의 총 지대는 연간 30가마이므로 세 사람에게 10가마씩 나누면 평균 수확이 모두 연간 90가마로 같아진다. 또 환수한 지대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방식에 대해, ‘지대를 다 걷는다면 우등 토지부터 사용할 유인이 사라지므로 사회적으로 최적의 토지이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염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차이가 있는 현실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다시 숫자를 넣어 설명하면 골치 아파하는 독자가 계실 듯해서,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글 끝의 [참고]에서 설명해둔다.

지대 추구는 토지 외에도 사회 곳곳에 있다

위에서는 토지를 예로 들었지만, 지대 추구는 토지 이외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학계에서는 지대 추구 중에서 대기업이나 이익집단이 독점권, 인허가 등 배타적 권리를 얻기 위해 정부에 로비하는 현상을 많이 연구한다. 또 윤 대통령 개인의 성장 과정도 좋은 예가 된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왜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려고 하고 또 의대, 법대에 보내려고 할까? 특정 학벌과 직업에서 우등 토지에서처럼 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가 9수까지 하면서 사법시험에 매달렸던 것도, 사법시험 합격자가 누리는 지대를 상당히 의식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는 또 군 입대를 면제받았는데, 면제로 인해 얻는 이익 역시 지대다. 흔히 군대 생활을 “군에서 썩는다.”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은 면제 혜택이 지대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개인은 사회제도에 맞춰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법을 어기지 않았다면, 지대를 추구했다는 이유로 젊은 시절의 윤석열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잘못된 사회제도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이제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자신이 더 이상 지대를 추구해서 안 될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제도를 개혁해야 할 공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신년사에서 제시한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은, 설령 그 자체로는 필요하더라도, 지대 추구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우리 현실에서 부작용이 가장 심한 지대 추구는 부동산 투기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는 지대를 얻을 수 있는 지위 또는 자격을 ‘특권’이라고 부른다. 토지 소유자가, 대기업이, 정규직이, 남성이 누리는 우월한 지위가 바로 특권이고 ‘특권이익’이 곧 지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젊은 시절 윤석열이 추구한 것도 특권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지대 추구의 폐해를 절감한다면 ‘특권 없는 세상’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참고] 지대를 환수해도 토지이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

능력 면에서 갑은 평균보다 20% 우수하고, 을은 평균과 같고, 병은 20% 부족하다고 해보자. 갑은 각 등급 토지에서 연간 120가마, 108가마, 96가마를 수확할 수 있고, 지대를 납부하고 남는 순수확은 각각 100가마, 98가마, 96가마가 된다. 그렇다면 갑은 1등급 토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병은 각 등급 토지에서 연간 80가마, 72가마, 64가마를 수확할 수 있고, 지대를 납부하고 남는 순수확은 각각 60가마, 62가마, 64가마가 된다. 그렇다면 병은 3등급 토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을은 어느 토지를 사용하든 차이가 없다. 따라서 지대를 환수하더라도 토지의 효율적 배분에는 지장이 없다. 오히려 우등 토지를 차지하려는 소모전, 즉 지대 추구가 없어져 경제 전체의 효율이 더 높아진다.

종합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무인도의 예 종합                               (단위: 가마)
   
▲ * 순수확 = 수확 – 지대


 
   
 





[김윤상 칼럼 124]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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