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의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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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되풀이되는 사회적 참사...'고위직 무책임'의 관행을 끝내야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했다. 오열하는 유족들의 외침에 시민들은 눈시울을 적셨고 누군가는 잠재우고 싶었을 여론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국정조사와 예산안 통과의 선후를 따지던 정치권은 진통 끝에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오늘 국정조사 계획서도 국회를 통과 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시민들의 바람대로 정치의 장이 아니라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다되어가는 지금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책임의 범위와 내용은 넓어질 수밖에 없고 책임의 무게가 바로 지위의 높이일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등에게 10.29 참사의 책임을 묻고 있다.
 
사진 출처. KBS뉴스 <'이태원 참사' 유족 첫 기자회견…"정부, 진정성 있는 사과하라">(2022.11.22)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이태원 참사' 유족 첫 기자회견…"정부, 진정성 있는 사과하라">(2022.11.22) 방송 캡처

10.29 참사 직후 정부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애도시간을 선포했다. 근조 리본을 뒤집어 달게 하고 참사 이틀이 지나자 시민단체의 사찰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분향소를 찾아가 여러 번 조문을 하고 종교계의 행사에서 사과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유족 중 한 분은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 보셨습니까? 그게 분향소 맞습니까? 우리한테는 그게 2차 가해입니다." 라고 하였다.

사과는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사과는 오히려 피해자를 괴롭히는 행동일 수 있다. 참사 이후 이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무책임과 회피’ 그 자체였다.

그래서 유족들의 첫 번째 요구는 ‘정부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안전조치를 위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조문(2022.10.31) / 사진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조문(2022.10.31) / 사진 출처. 대통령실

참사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월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이 없을 경우 경찰이 중앙 통제된 방법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직후 ‘현장대응 미흡’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하였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0월 31일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재난안전법과 경찰관직무법의 규정을 좁게 해석한 것이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자신들의 책무에 반하는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참사 이후의 행위들 때문이다. 참사 이후 가장 빨리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다. 시민들은 참사 당일 동분서주 구조활동을 하고 손을 떨면서 상황을 브리핑하던 그를 기억한다. 그러나 참사 직후 들려온 소식은 최성범 소장이 입건되어 조사받는다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며 구조 활동을 한 사람들에게 대한 책임추궁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10.29 참사 대구시민추모제'(2022.11.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10.29 참사 대구시민추모제'(2022.11.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래서 유족들은 ‘성역 없는 책임 규명’,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 밖에 유족들은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조치를 등 적극적 지원’,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공식 입장표명 및 구체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요구이다. 이런 기본적인 요구를 유족이 직접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

지금 이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자리가 무엇을 하는 자리이며 어디까지가 책임의 범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고위직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되풀이되는 사회적 참사 이후 고위직이 제대로 책임을 진 기억이 없다. 4.16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해운의 대표만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사회적 참사는 책임이 있음을 인식해야 적극적으로 예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책임을 묻고 책임지게 하자. 무책임의 관행을 이제 끝내자.

 
 
 





 
 [남은주 칼럼 39]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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