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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압류하는 손배가압류
[신동희 칼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제정을 촉구하며
2022년 12월 28일 (수) 11:38:38 평화뉴스 신동희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2010년 남편이 해고를 당했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불법파업이라는 이유로 당시 노동조합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5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사측은 연이어 불법파업으로 인한 영업손실, 용역비용 발생, 대체인력 비용 등을 이유로 10억이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0억이라는 돈은 까마득한 숫자여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10억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라는 족쇄는 일자리를 잃고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것 못지않게 삶을 옥죄는 공포로 다가왔다. 사측의 얼토당토않은 손배가압류에 대해 법원은 해고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사측이 손배가압류에 대한 승소 가능성과 상관없이 해고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며 가압류를 걸고 항소와 상고를 반복하는 수년 동안, 삶을 엄습하는 불안감은 고스란히 해고자와 그 가족의 몫이었다.

2013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옥죄었던 47억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쌍용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벌어졌고, 지금까지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고 손해가압류를 휘두르는 일은 하나의 공식처럼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에 대해 47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며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이라는 칼자루를 휘둘렀다. 그들은 해고노동자들에게 470억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굴레를 씌워놓고 노동자들을 옴싹달싹못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10월 4일 노동부가 발표한 ‘제1차 손배·가압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 이후 국가와 기업 등이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151건이고, 손해배상청구액은 2752억 7000만원인 것으로 나왔다. 노동자의 삶으로는 실로 가늠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 중 대우조선과 쌍용차 등 9개 기업의 청구액이 전체 청구액의 약 80.9%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기업이 벌이는 손배가압류라는 일련의 사태를 살펴보면, 노조의 단체행동이나 쟁의행위가 일어나면 사측은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소송을 시작한다. 사측의 소송은 회사의 손실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와 단체행동권에 대한 압박이자 보복의 수단임이 분명해 보인다.
 
   
▲ 사진 출처. KBS <[친절한 뉴스K] "쌍용차 헬기 진압 위법"…'노란봉투법'은 진통>(2022.12.1)

십년 전, 삶을 압류하고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사측의 손배가압류에 내몰린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노란봉투보내기 운동으로 연대와 희망의 울타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노란봉투법 제정’으로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라는 올가미에 옭죄이지 않고 노동자로서 합당한 권리를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으로 일컬어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조, 3조 개정은 주요하게 두 가지 쟁점을 담고 있다.

현행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사용자에 대한 정의, 노동쟁의와 쟁의행위에 대한 정의가 개정안의 주요 골자이다. 현행노조법 2조의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한 정의는 특수고용, 간접고용, 플랫폼노동 등 달라진 근로형태와 사용자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노동자의 노동쟁의와 쟁의행위에 대한 해석도 협소하고 제한적이고 이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교묘히 은폐하여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용자가 손쉽게 손배가압류라는 횡포를 휘두를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간접고용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동자로 포함하고,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이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원청을 사용자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 노사관계에 맞지 않는 노조법을 교묘히 활용하여 근로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고용형태를 양산하는 구조와 실제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현행법이 가진 불합리한 근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만을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한정하여, 구조조정, 정리해고, 노동자의 권리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정치문제, 사회문제에 대한 단체행동이나 연대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쟁의를 근로조건 뿐만 아니라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 정의당 대구시당의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2022.12.20.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 / 사진 제공. 정의당 대구시당

노조법 2조의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한 정의, 노동쟁의와 쟁의행위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져야 노조법 3조에서 밝히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라는 보호막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 전체를 압류하는 손배가압류로부터 실제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이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자 한다. ‘단체교섭, 쟁의행위, 노조법 1조에서 밝힌 목적-노동자의 권리보장과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행위’ 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여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침해받지 않도록 하였다. 아울러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에서 제외하여 사측이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범위도 구체적으로 밝히는 내용이다.

노조법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그 법이 목적에 맞게 헌법을 위배하지 않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도록 제 기능을 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노사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어떤 고용형태의 노동자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사용자도 법의 허점을 피해 횡포를 저지를 수 없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살기 위해 고공농성을 하고, 죽지 않기 위해 단식농성을 하며 오직 몸뚱이 하나로 생존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보호막이 되어주는 법이다. 좀 더 오랜 시간을 두고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당의 발뺌도, 개정안 발의를 당론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는 제 1야당의 미온적 태도도 손배가압류라는 폭탄을 안고 쟁의행위를 감수해야하는 노동자에게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압류당하는 비극이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신동희 칼럼 9]
 신동희 /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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