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사드 작전...소성리 할머니들, '외상후스트레스' 첫 인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6.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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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정신건강 조사 / 평균 연령 75세 여성
외상 지속·반복 노출 '높은 수준 불안 상태'
인권위 "국책사업 피해, 건강권 보호조치"
상황실 "삶 파괴...군·경찰 진압작전 축소"


사드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이어지는 경찰병력과의 과격한 마찰.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경북 성주군 소성리 할머니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김용원)와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에 12일 확인한 결과,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사드 장비를 육로로 반입하는 과정 중 소성리 마을 주민들의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 증상를 포함해 수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 추가 배치 안된다" 구호를 외치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할머니들(2017.9.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추가 배치 안된다" 구호를 외치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할머니들(2017.9.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권위는 사드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소성리 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증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초조사다.  조사 대상은 소성리 주민 10명이다. 평균 연령 75세로 모두 여성이다. 조사 방식은 집회현장 모니터링과 지역민 2명에 대한 사전 면접조사 등 현장 조사, 인터뷰 방식의 본조사를 포함한다.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면접 참여자 10명 모두 '높은 수준의 불안 상태'를 보였다. ▲우울 증상 기준으로는 7명이 '가벼운 우울 수준', 5명은 '심한 우울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외상 사건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돼 복합 외상성 증상들이 보였다. ▲10명 중 9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경계수준으로 나타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결정문에서 "다수 주민에게 일반화는 어렵다"며 인권침해 진정은 기각했다. 다만 "국책사업이 진행되는 지역 주민들이 그 사업으로 인해 심신의 고통과 불면증 등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며 "이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주한미군이 사드 장비를 초전면 소성리 기지에 반입 중이다.(2020.5.29) / 사진.소성리상황실
   
▲ 사드 철회 농성 중 경찰에 끌려가는 소성리 주민들과 연대자들(2021.7.15) / 사진.소성리상황실

특히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국가 주도 국책사업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진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방부장관, 경북경찰청장, 경북도지사, 성주군수를 상대로 "사드 배치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마을 주민 수면을 방해하고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있는지 의견을 청취하고, 주민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방안과 마을 주민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지원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강현욱 소성리상황실 대변인은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 피해가 사실로 드러난만큼 정부는 군·경찰작전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철회평화회의와 대구인권단체연석회의는 "주민 심리 장애 국가 책임 인정을 환영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주민 삶을 파괴한 사드 배치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지난 5일 보도자료에서 촉구했다. 
 
"반복된 경찰 진압적전 중단"...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2021.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복된 경찰 진압적전 중단"...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2021.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6년 사드 배치 확정 후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사드 운용 장비를 포함해 우리 군 기지 장비 등을 반입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7년째 사드 배치 철회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의 좁은 길을 지나야하는 탓에 양측은 때마다 대치했다. 특히 군은 반입 과정에서 경찰 지원을 요청했다. 500명~2,000명 병력이 진압작전을 벌였다. 2021년 1월~7월까지 진행된 진압작전만 23차례다. 농촌 특성상 고령 주민이 많고 집회에 할머니들이 주로 참석해 이들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때문에 사드철회평화회의는 2021년 7월 경찰청을 상대로 '인권침해' 진정을 냈고 2년여 만에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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