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에 CCTV 설치?...대구 서구청 '인권침해'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7.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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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방안 장애인·노인시설 15곳 수요조사
현장 반발 "사생활침해, 공공기관이 사찰...철회"
구청 "근로자 처우개선, 찬반 입장 물어봐...오해"
권한 없는 의회 사무처 '정책 추진'→"부적절" 비판


대구 서구에 있는 A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 지난 19일 대구 서구청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이메일 제목은 '[긴급] CCTV현황 및 수요조사'다. 발신자는 서구청 사회복지과 담당 주무관이다. 시설에 CCTV 설치에 대한 수요 조사와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을 20일까지 제출해달라는 내용이다.

서구의 다른 장애인 거주시설에도 21일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서구청으로부터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 현장에선 "인권침해"라며 반발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공공기관의 사생활 사찰이라며 항의했다. 
 
   
▲ 대구 서구 CCTV 통합관제센터 / 사진.대구 서구청
   
▲ 대구 서구청이 관내 장애인단체에 보낸 'CCTV 설치방안 수요조사'(2023.7.19) / 사진.대구장애인인권연대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에 구청이 CCTV를 설치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구청에 확인한 결과,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팀'과 '노인복지팀'은 지난 19일 각각 장애시설 7곳, 노인시설 8곳 등 15곳을 상대로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 CCTV설치방안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수요조사지에서 서구청은 "종사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CCTV 설치"라고 이번 수요조사의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또 "모든 의견을 직원들의 입장에서 기재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시설의 기관 이름과 현재 CCTV 설치 대수 현황, CCTV 설치 현재 설치 장소, CCTV 설치 찬성 여부, 향후 CCTV 설치 결정 시 필요 대수와 위치, 반대할 경우 반대 이유 등을 기재해달라고 했다. 

사회복지 거주시설 중 서구청으로부터 수요조사 이메일을 받은 기관들은 반발했다. 
  
대구장애인인권연대(대표 서준호)는 서구청에 항의했다. 이들 단체는 "이미 보안용 CCTV가 여러대 설치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사적 영역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인권침해, 사생활침해"라며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무슨 권한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준호 대표는 "다른 어떤 지자체도 이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불특정다수에 대한 사찰 아니냐. 서구청은 해당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CCTV 수요조사 설문지를 받은 대구 서구 B 장애인 거주시설 / 사진.B 장애인 거주시설
이번에 CCTV 수요조사 설문지를 받은 대구 서구 B 장애인 거주시설 / 사진.B 장애인 거주시설

서구청은 복지시설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찬반 의견을 물어본 것일 뿐,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덧붙였다. 

노인복지팀 주무관은 "복지시설 종사자를 위한 처우개선안을 매년 발굴하는데, 올해는 어떤 방안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 CCTV를 설치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라며 "정책 시행 전 현장 의견을 물어본 것이지 확정된 게 아니다. 취지를 꼼꼼히 설명하지 못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반면 장애인복지팀 주무관은 "의회 사무처의 협조 요청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구의회에 확인해 본 결과, 이번 CCTV 설치방안 수요조사는 서구의회 사무처 한 정책관이 구청에 수요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서구의회 차원의 의결 사항이나, 의원 지시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다. 구청장이나 해당 과 담당자에게 보고도 없이 구청 직원들이 의회 사무처 요구에 수요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입법 권한 없는 의회 사무처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정책 방향 뿐 아니라 정책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를 놓고도 "부적절하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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