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 산업재해 승인을 받는 급식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구교육청은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휴직 기간의 임금 지원을 하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조리사 A(58)씨는 지난해 3월, 조리실무원 B(55)씨는 지난해 7월 각각 폐암 판정을 받고 올해 5월 4일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에 산재를 신청해 8월 21일에 승인이 났다. 지난 7월 5일 대구에서 3번째 '폐암 산재' 승인을 받은 급식노동자가 나온 이후 47일 만에 2건이 추가 승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2021년 4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급식노동자가 폐암 판정을 받은 뒤 현재까지 대구에 확인된 폐암 확진 급식노동자는 총 8명으로 늘었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지부장 정경희)에 따르면, 이 8명 가운데 5명이 산재가 인정됐고, 2명은 절차 진행 중이며 1명은 신청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산재 승인을 받은 급식종사자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평균임금 70% 수준의 휴업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종사자들이 저임금 노동자인데다가, 치료비·생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산재 휴직 기간에 나머지 30%의 임금손실분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경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은 임금손실분을 보전하지 않지만, 폐암 치료에 소요되는 기간에 복지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는 추가 검진비만 지원하고 임금손실분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다른 시.도교육청은 ▲휴직 기간 임금손실분 보전(강원, 경남) ▲휴직 최초 1년간 임금손실분 보전(인천, 충남, 충북, 전남, 전북, 부산, 제주) ▲임금손실분 최대 180일 보전(서울, 경기, 대전, 울산, 광주) ▲임금손실분 최대 120일 보전(세종) ▲폐암 치료 소요 기간 동안 가족수당, 복지비, 정기상여금, 명절휴가비 등 지급(경북교육청)하고 있다.
때문에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대구시교육청에 "산재 휴직 기간 동안 휴업급여 외 임금손실분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또 ▲확진자 업무 복귀 시 추가 인력 1명 배치 ▲산재 요양급여 외 치료비 지원 ▲산재 전담 부서 신설 ▲환기설비 개선 ▲조리실무원 1인당 식수 인원 하향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폐암 확진자와 산재 신청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 이상 폐암과 골병으로 죽어가는 급식실은 안 된다"며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급식종사자 1인당 조리 흄 노출 빈도를 낮춰야 하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를 준수한 환기설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청은 폐암 당사자 대책을 마련해 공공기관 사용자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은 "타 교육청은 정부에서 인정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 30% 임금손실분을 지원한다"며 "대구교육청은 일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에 대해 일절 지원이 없다"고 규탄했다. 또 "산재를 당한 사람이 직접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며 "산재 담당 부서를 둬 피해자 법률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정미 대구시의원(민주당.비례)도 "대구시교육청의 폐암 확진 학교 급식종사자에 대한 지원이 안내 수준에 그쳐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육정미 의원은 지난 25일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학교 급식종사자에 대한 대구시교육청의 실제 지원은 '산재 발생 보고제도 및 요양급여 신청 절차 공문 안내', '병가 허가', 근로자 요구서류 발급' 등 미흡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폐암이 산재로 인정받는다 해도 휴업급여는 월 평균임금의 70% 수준"이라며 "임금손실이 발생해 마음 놓고 치료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시교육청은 법령과 교육공무직원 취업규칙 등에 근거가 없어 산재로 인한 휴업급여 차액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타 교육청은 차액 보전에 관한 사항이 교육공무직원 취업규칙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은 폐CT 검사 지원 등 급식종사자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휴업급여 차액 지급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폐암 양성결절 이상 소견이 나오면 추가 검진비를 주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경북교육청도 휴업급여 차액 보전이 아니라 연가보상비 등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액 보전의 문제는 근로자 복지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단체 협약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에 대해 노조와 담당 부서가 서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은 "교육청의 검진비 지원은 급여와는 관계없는 문제"라며 "노조에서 지난 1월부터 단체협상을 통해 계속 이 문제를 교육청에 이야기해 왔는데, 담당자들은 부서끼리 서로 떠넘기기만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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