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월항쟁이 발생한 지 77년이 흘렀다. 자국 군인과 경찰에 끌려가 죽음을 당한 많은 희생자들의 뼈는 여전히 어디에 묻혔는지 알수도 없다. 유족들은 올해도 아픔 속에서 77년을 보내야 한다.
10월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도심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행사가 열린다.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은 오는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달서구 진천동 도나의집에서 '그해 10월, 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를 주제로 이재갑 사진작가 전시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 작가는 지난 2002년부터 20년 동안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과 대구 10월항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10월항쟁 희생자 유족 10명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았다.
'시민모임'은 지역사회 몇몇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유족들 나이가 80대~90대로 고령인 점을 고려해 이들을 도와 행사를 진행하자는 목적이다. 오는 10월 5일 시민모임 공식 제안 설명회를 갖고 더 많은 시민 참여를 요청한다. 10월 31일 정식 발족식을 열고 대표를 선출해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10월항쟁 교육 프로그램, 시월 합창단 등 프로그램을 기획해 10월항쟁 역사를 연구하고 알린다.
신영철 시민모임 준비위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10월항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기억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시민모임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혔다. 이어 "올해를 계기로 대구에서 다양한 문화활동가들이 자신의 콘텐츠로 10월항쟁을 표현하는 작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10월항쟁유족회, 10월문학회,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본부 등 65개 단체로 구성된 '10월항쟁 77주년 행사위원회'도 오는 10월 6일 중구 CGV대구한일 앞에서 '10월항쟁 77주년 대구경북시도민대회'를 개최한 뒤 문학제, 걷기, 위령제 등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들을 준비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10월문학제 준비위원회'(위원장 정대호)는 오는 10월 7일 오후 달서구 진천동 도나의집에서 10월 문학제를 개최한다. 주제는 "다시, 10월 나라를 생각하다"다. 10월항쟁을 시를 통해 재평가하고, 역사적 의미를 회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10월문학제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매년 전국의 작가들이 보낸 시를 모아 시첩을 발간한다. 올해 7월~9월까지 두 달 동안 시인 41명의 시를 받았다. 시첩은 '벼꽃을 바치나이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10월 6일 발간할 예정이다.
정대호 준비위원장은 "10월 항쟁은 새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10월항쟁으로부터 촉발된 전민족적 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민족의 자존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항쟁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기행도 진행한다.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대표 이태광)·민주노총대구본부(본부장 이길우)는 오는 10월 21일 '대구노동자 역사기행 – 전평, 전태일, 전노협‘을 개최한다. 10월항쟁의 중심지인 옛 대구경찰서 앞~대한방직~청옥공민고등학교~경산 코발트광산을 답사한다. 전교조 사립위원회(위원장 박재범)와 전교조 퇴직교사모임(대표 김명섭)도 '10월항쟁 기억길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구형무소 터~대구근대역사관~옛 대구경찰서를 걸으며 항쟁의 의미를 새긴다.
(사)10월항쟁유족회(이사장 채영희)는 오는 10월 6일 가창면 용계리 '10월항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위령탑'에서 '10월항쟁 77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3주기 합동위령제'를 연다.
채영희 유족회 이사장은 "10월항쟁에 대해 대구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가 올해 많이 알려지고 행사도 많이 개최돼 유족으로서 반가운 마음"이라며 "여태 너무나 외롭고 아팠는데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많이 도와줘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0월항쟁은 해방 후인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친일관리 고용과 식량 공출 시행에 반발한 대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항쟁은 대구를 넘어 경북으로 번졌고, 12월 중순에는 남한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10월항쟁 가담자,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경산 코발트광산·가창골·칠곡 신동재 등에서 군경에 의해 집단 사살됐다. 진화위는 2009년 10월항쟁이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에는 국가 책임을 인정한 뒤 정부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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